[단독]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는 언제?" 사참위 VS 사회자본연구원 '소송전'
[단독]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는 언제?" 사참위 VS 사회자본연구원 '소송전'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6.17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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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본연구원 "사참위가 연구 방해" vs 사참위 "연구 결과가 미흡했다"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전재경 대표는 2019년 사참위에서 연구 용역을 받아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방안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참위는 조달청을 통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전재경 대표는 2019년 사참위에서 연구 용역을 받아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방안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참위는 조달청을 통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문호승, 이하 사참위)는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 지원 대책 점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독립 국가기구다. 사참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인정과 구제 방안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에 힘써야 할 사참위는 최근 업무 범위를 놓고 환경부와 갈등을 벌이고 있는가하면, 연구용역을 맡겼던 사회자본연구원과도 소송에 휘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참위와 사회자본연구원의 소송전의 발단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 대표는 2019년 당시 사참위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방안연구」 용역을 공고했는데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꼭 응찰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1차 입찰에서는 사회자본연구원 단독으로 응찰하면서 유찰이 됐고, 2차 입찰에서 서류심사와 면접평가를 거쳐 2019년 9월 23일, 계약 금액 7500만 원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방안연구」를 낙찰받았다. 

연구 계약 기간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였으나, 계약기간 연장이 두 차례 진행되면서 연구는 2020년 5월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참위는 2020년 7월 23일 조달청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방안연구」 계약해지를 통지했고, 사회자본연구원과 전재경 대표에게는 6개월간 부정당업자 처분을 내렸다. 부정당업자 처분을 받은 전재경 대표는 대표직을 맡고 있던 또 다른 법인도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되는 처분을 받았다. 전재경 대표는 해당 처분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행정심판과 민사소송을 동시에 제기하고, 사참위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둘 사이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양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 사회자본연구원 “연구 마무리될 즈음에 연구 추진 불가 통보하고, 부정당업자 처분 당해”

사회자본연구원이 수행한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방안연구」의 핵심 내용은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금액 산정이다. 사회자본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A안 3800억 원, B안 5800억 원, C안 7503억 원 등 3가지로 나눠 금액을 제시했다. 이 금액은 구제자금과 일실손해, 위자료가 합쳐진 것으로, 각 피해 구제 금액 차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인정과 비인정의 범주에서 결정된다. C안의 경우는 피해 인정 기준을 넓혀 배제되는 사람이 없는 것이고, A안의 경우는 피해 인정에 배제된 사람이 많은 것이다.

전재경 대표는 “구제 자금은 정부에서 제시한 것으로 산정했고, 일실손해 위자료는 기업과 한국역학회의 자료를 토대로 했다. 연구의 핵심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인정 범위를 넓혀서 배제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A안, B안, C안의 핵심 기준 단가는 별 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전재경 대표는 “사참위 실무자들은 사회적 합의에 필요한 총 소요비용인 B안의 583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했고, 가해기업들이 이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미인정자 2500여 명 문제와 법률상 형사책임이 남는 사실을 놀라워 했다”며 “어떤 기업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참위 실무진은 연구진에게 ‘기업이 수천억 원 정도로 재단을 세우고 일체 책임을 벗어나고 싶어한다’고 말을 전한 적도 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또한 “사참위 실무자는 3800억 원과 5800억 원의 근거가 뭐냐고 물어왔는데, 보고서에 다 있다고 대답했다”며 “연구를 편하게 하려면 3000억 원으로 재단 세워서 가해 기업 면책시켰다고 하면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3000억 원은 재단 운영비로 사용될 것이고, 피해자들은 구제에서 또 멀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 대표는 “사참위 실무자는 가해기업 측과 연구진의 면담만 주선했다. 가해기업에 대한 설문이 필요해서 전체 연락처를 요청하자 ‘더 알려줄 수 없다’고 했으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표들의 연락처 요청에는 ‘환경산업기술원 홈페이지 검색하라’고 했지만 연락처는 없었다. 관계부처와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 등 부탁해 일부 피해자 대표들의 연락처를 확보했다. 이후 사참위 실무자들에게 알렸더니 이유를 말하지 않은 채 화를 냈다”고 말했다.

피해자 구제 금액 산정 외에 연구 결과를 두고 시비도 있었다. 전 대표는 “사참위 실무자들은 연구사업 예산항목에 없는 설문응답 사례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합의 모델이 없다. 전문가 자문 외에 공론화를 거치라’는 요구를 해왔다. 하지만 연구보고서에는 피해자 중심의 사회적 합의 모델이 제시돼 있었고, 사참위 의견에 따라 ‘사회적포럼’ 위원 전원에게 자문회의 참석을 요청하거나 자문의견서를 부탁했지만 대부분 고사했다”고 밝혔다. 

전 대표는 “사회적 합의 모델 관련 태국 학자의 연구는 사건을 당한 피해자들이 세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관한 모형의 하나다. 피해자들이 숨는지, 스스로 집단 파워를 조성하는지, 힘쎈 쪽에 붙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 케이스 모형은 가습기살균제 연구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구 기간 중 사회자본연구원은 ▲2019년 11월 4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쟁점' 토론회 ▲2020년 3월 18일 개별 자문 외에 사회학자 좌담회(1차) ▲2020년 5월 1일 특별조사위원회 사회적 포럼 ▲2020년 5월 14일 행정학자·사회학자 전문가 좌담회(2차) ▲2020년 5월 15일 연구결과 종합토론회 등을 열었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연구가 진행됐고, 거의 마무리될 즈음인 2020년 5월 사참위는 사회자본연구원에게 ‘연구 추진불가’를 통보해왔다. 전재경 대표는 “지난해 5월 사참위 관계자에게 상기 일정표를 보냈더니, 갑자기 문제를 삼으며 ‘추진불가’라고 말했다”며 “연장계약 기간인 2020년 5월 20일이 종료된 후, 사참위 실무자들은 연구보고서 초안을 심사하면서, 수 십여 가지 미흡한 이유를 지적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해외 사례 등 필요한 만큼 검토했다”고 토로했다.사참위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보고서에 인용된 ▲언론매체 기사 확인 ▲지방자치단체 피해자 구제 관련 보도자료 진위 확인 ▲해외 사례 검토 등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전재경 대표는 “지금은 흙탕물에 빠진 느낌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해 민망하다”며 “10개월 간 공들인 연구가 휴지가 돼 유감스럽다”고 답답한 심정을 말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해당 연구는 계속 할 것이다. 그것이 학자로서의 양심이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는 5월 18일 오후 12시에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꼭 처벌하라'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퍼포먼스에서 "SK케미칼, 애경, 신세계이마트 유죄다"를 외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는 5월 18일 오후 12시에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꼭 처벌하라'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퍼포먼스에서 "SK케미칼, 애경, 신세계이마트 유죄다"를 외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사참위 “연구 결과 미흡해서 피해자들에게 보일 수 없었다”

사참위 측 관계자는 기자에게 사회자본연구원의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방안연구」를 취소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참위 관계자는 “우리도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회자본연구원이 진행한 연구는 가습기살균제 전문가의 참여가 없었고, 연구는 사참위에서 제공한 자료와 언론기사 그리고 환경부 보도자료를 종합한 것이었다. 연구진의 분석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을 지적했는데도 수정하지 않았다. 연구용역 기간을 연장해서 개선 사항을 요구했는데 수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5월 1일에 사회적 포럼으로 책임연구원 발표를 했는데, 대표가 ‘연구용역 맡은 것 후회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말하며 “사회적 합의 모델은 태국 학자가 발표한 모델을 번역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연구진의 결과물은 가해기업, 정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모여 원만하게 해결하면 된다고 했기 때문에, 연구 내용은 사회적 합의에 도움이 될 수 없었고 피해자들도 받아들일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며 “페이지마다 문체도 달랐다. 최소한의 수정 가공을 안한 느낌이었다”고 연구 취소에 대해 설명했다.

이 외에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돌리기 전 사참위의 검수를 받지 않았다. 주말에 메일을 보내놓고 바로 돌린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참위 관계자는 기자가 설문조사에 대해 항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태국 학자의 연구에 대해 질문하자, 사참위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신상은 밝힐 수 없다. 연구는 전 박사에게 물어보라”고 답했고, 핵심 연구결과에 대한 질문에는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 대답할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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