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며칠 내내 마음고생을 했다. 필자는 중증 청각장애로서 휴대폰은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이었다. 수어를 모르는 비장애인과 이야기하기 위해 휴대폰 ‘메모장 앱’에다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입력해서 보여주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휴대폰을 잃어버린 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바삐 움직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등원 등록 QR코드를 인식하기 위해 휴대폰을 찾았다. 이게 웬일인가 가방에도 없고, 입고 있던 겉옷에도 없었다. 항상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었는데 유난히 안아달라고 재촉하는 아이를 마다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방에 넣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보니 역시 없었다. 출근 시간이 임박해져 발길을 돌려 회사로 향했다.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늘 손에 쥐고 다니던 휴대폰이 막상 없으니 허전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수어 통역사에게 요청해 휴대폰 대리점에 방문해 분실신고를 하고, 경찰서에도 접수했다. 인터넷으로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해보니까 어린이집 부근이었다. 휴대폰이 없어 업무와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일찍 퇴근하고 어린이집 근처에서 다시 꼼꼼히 찾아봤다. 휴대폰에 발이 달린 건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휴대폰이 없던 그 날밤은 유난히 길었다.
그런데 휴대폰이 없으니까 오히려 아이와 눈을 맞추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다음날 아침 기상시간을 미리 알람으로 맞춘 후에 머리맡에 두던 휴대폰이 막상 없어서, 조금 걱정이었다. 그래도 걱정은 잠시뿐이었다. 늘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나는 예준이가 있었기에. 보통 6시에서 6시반 사이에 일어나는 예준이와 비슷하게 일어나면 출근 시간에도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손목시계를 수시로 보면서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을 챙겼다. 아이와 마주 앉아 아침 식사를 했다. “이 빵, 어때?” “맛있어~(수어로)” 이렇게 우리만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침 식사는 금방 끝났다. 카드지갑을 가방에 넣었는지 확인하고 집 밖으로 나섰다.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에 있던 화분들이 있었는데 평소에 개미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가다 말고 주저앉아 화분 사이로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에, 내 눈앞에 휴대폰이 나타났다. 그렇게 찾고 또 찾았던 휴대폰이 맞았다. 아이의 손에 들려져 있던 휴대폰을 보고도 믿기지 않아 다시 살펴봤다. 알고 보니 잃어버렸던 날에도 아이와 같이 쪼그려 앉아 화분들을 보던 사이에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굴러 떨어져 화분 밑으로 들어갔다. 안 그래도 길이 약간 경사진 곳에 있어서 그런지 쏙 들어가버린 바람에 내 시야에서 안 보였던 것이었다.
역시 아이의 눈높이는 어른과 다르구나 싶었다. 새삼 휴대폰을 찾아다 준 아이가 고마웠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휴대폰을 더 들여본 나를 돌아보며 더 많이 아이의 눈빛을 읽으라는 반성으로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고마워, 소중한 것을 찾게 해줘서.”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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