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니 ‘몸 막 굴리는 여자’라고, 출산 후 휴가받으니 '사장 스폰'이라고”
“임신하니 ‘몸 막 굴리는 여자’라고, 출산 후 휴가받으니 '사장 스폰'이라고”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9.1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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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한민국 워킹맘 보고서④]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일해온 다둥이 엄마 김재영 씨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코로나19가 집어삼킨 대한민국, 워킹맘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2021년을 살아가는 열 명의 워킹맘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부 정책이 개별 가정에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가정·직장·사회 내에서 차별받는 워킹맘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고민했다. -기자 말

“일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이요? 임신했을 때 20대 초반이었거든요. 회사에 임신 소식을 전하자 ‘몸 막 굴리고 다니는 여자’라고 소문 났었어요. 당시 회사 사람들은 저한테 남자친구가 있는줄 몰랐거든요. 남자 상사들은 ‘내가 먼저 쟤 꼬셔 볼걸’이라고 성적인 장난을 치는 걸 듣기도 했어요.”

3, 4, 6세 아이를 키우고 있고, 넷째를 임신 중인 다둥이 엄마 김재영(28세·가명) 씨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겪었던 일이다. 김 씨는 21살부터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근무하기 시작했고, 입사 후 7개월 뒤 임신했다. 그 때부터 시작된 임신·출산·육아는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김 씨와의 인터뷰는 김 씨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다둥이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갔을 때에만 잠시 짬을 낼 수 있었다. 취재진에게 아이들의 사진과 장난감, 그리고 그림 등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을 소개하는 그의 얼굴에는 행복이 묻어났다. 그의 집에서는 ‘다둥이 가족’임을 금방 알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의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김 씨는 “회사에서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도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던 건 남편 덕분이에요”라고 말했다.

“남편은 저보다 연차사용이 편해요. 평상시 출퇴근과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는데... 만약 남편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육아하면서 회사 다니는거 전부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예요. 애들 병원 가는것만해도 지금 셋이나 되니까 혼자서는 거의 불가능해요. 넷째 임신하고 부터는 병원갈 때마다 남편이 함께 가서 굉장히 편하게 다니고 있어요.” 

‘임신하기 전엔 엄마로 사는게 힘들거라고 생각하셨나요?’라는 질문에 김 씨는 “아니요, 다들 아이키우면서 일 하시니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죠. 지금은 넷째 출산 후 다시 재취업하는게 걱정이에요”라고 불안한 앞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 결혼 전에는 ‘몸을 막 굴리는 여자’, 출산 후에는 ‘사장한테 스폰받았냐’

육아휴직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사장에게 스폰 받은거 아니냐'는 말을 직장상사에게 들은 김재영 씨. 그러나 그가 사용한 육아휴직은 '무급 3개월'이었다. ⓒ베이비뉴스
육아휴직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사장에게 스폰 받은거 아니냐'는 말을 직장상사에게 들은 김재영 씨. 그러나 그가 사용한 육아휴직은 '무급 3개월'이었다. ⓒ베이비뉴스

결혼 전 임신으로 ‘몸을 막 굴리는 여자’로 회사에 소문이 났었던 김 씨. 이 상황은 김 씨가 결혼하면서 잠잠해졌다. 그러나 여기서 끝일 것 같았던 성희롱은 출산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김 씨가 출산 이후 들었던 말 중에는 ‘사장에게 스폰 받은거 아니냐’는 말도 있다. 이 일의 전말은 김 씨가 육아휴직을 받은 것으로 시작한다. “사장이 육아휴직을 주니까, 여자 상사들이 사장님한테 스폰 받았냐는 말은 대놓고 했어요. 육아휴직을 유급으로 받은 것도 아니고, 무급 3개월 받은 거에요. 출산 전에는 쓸 수도 없었어요. 회사에서 양수가 터졌어요. 응급실에 실려가서 분만했죠. 사장이 저한테 왜 이런 혜택을 줬는진 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지금도 너무 억울해요”라고 설명했다. 

육아휴직은 8세 이하나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남녀 근로자가 양육을 목적으로 사업주에 휴직을 신청하는 제도로, 육아휴직 기간은 1년 이내이며 매월 통상 임금의 100분의 40을 육아휴직 급여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결국 김 씨는 ‘육아휴직 아닌 육아휴직’으로 회사 동료들에게 모욕적 말을 들었고, 장시간 심리치료를 받을 정도의 우울증이 생겼다.

“그 당시는 많이 힘들었어요. 남편의 권유로 보건소 심리상담 센터를 다니게 됐고, 거기서 정신과를 소개해줬어요.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았구요. 첫 째부터 셋 째까지 치료를 받았어요.”

◇ 아이가 입원해도, “왜 하필 이 날 연차쓰냐”는 핀잔이...

워킹맘의 하루는 퇴근 이후 아이를 보살피다가 아이가 잠들면 쪽잠을 자고 다시 출근하는 것으로 반복된다. 김 씨의 수면시간은 2시간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이가 아프면 무너진다. 아이는 어릴수록 자주 아프고, 특히 아플 때는 양육자가 옆에 있어야 한다. 

“아기가 아데노 바이러스랑 로타 장염으로 입원을 했었어요. 다행히 주말이 겹쳐서 월요일 반차만 쓰고 퇴원하면 됐죠. 그런데 월요일 반차 쓰는것도 못마땅해 했어요. 그래서 애들 입원했을 때도 병원에서 회사일을 계속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회사에서 근무를 해야 했어요. 너무 눈치를 주니까 보통은 남편이 혼자 애들 퇴원수속하고 보살폈어요. 이 밖에도 돌 촬영이나 성장 앨범도 남편 혼자서 했어요. 제가 아이들 일로 연차를 쓰려고 하면 ‘왜 하필 이 날 쓰려고 하냐’고 핀잔을 줬거든요.” 

남편 역시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모든 시간을 투자해 육아를 할 순 없다. 그 때는 김 씨가 아이를 보살펴야 한다. “한번은 애기 검사 결과 나오는 시간이 30분 정도였어요. 그 시간 동안만 잠시 조퇴를 해야 될 것 같아서 대표님한테 물었더니, ‘지금 출고가 밀렸는데 여기서 빠지면 지장 생긴다. 아이 데리고 출근하고 퇴근하라’고 했고 이런 경우가 많았어요”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아이와 함께 출근했다. 회사에는 휴게장소가 따로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김 씨는 자신의 자리 옆에 유모차를 설치해서 아이를 눕혔다. 아픈 아이가 칭얼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직원들이 이 상황을 이해해주진 않았다. 회사의 대표와 직원 그리고 당연히 쓸 수 있어야 하는 연차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회사에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면 아무래도 눈치가 많이 보였어요. 직원들도 ‘이럴거면 피해주지 말고 퇴사하지, 왜 아이 데리고 출근하냐’는 소리도 많이 했어요. 그때마다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더라고요.”

◇ “정시간 출퇴근, 연차만이라도 자유롭게 썼으면...”

“정말 내가 우울증치료까지 받으면서 직장생활을 해야하나. 특히 직원들이 성희롱하면서 수근거릴 때는 내가 왜 살아야하는지, 아이를 왜 출산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요. 특히 다른 집들을 보면 친정에서 많이 도와주는데 왜 이렇게 멀리 계신걸까 생각도 많이 했구요. 그래도 아이들 교육비 생각하면 일해야죠.”

김 씨의 경우, 시댁과 친정이 모두 세 시간 거리에 있고 양가 부모가 모두 일을 하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김 씨와 남편은 아이 양육에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며 우울증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수 없다. 

특히 아직 어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들어갈 교육비를 생각하면 전업주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김 씨는 “아이를 키울 때는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커요. 넷째가 어느정도 큰 뒤에 다시 일하러 가야해요. 연차 자유롭게 쓰고, 정시 퇴근만 가능하면 좋겠어요. 여태까지 돌봄 서비스 같은 것도 순위가 있어서 제대로 신청도 못해봤어요. 워킹맘 가족들을 위해 출생 신고 할 때부터 이런 서비스가 있는 것을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소망을 밝혔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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