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독박육아 너무 힘들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일과 독박육아 너무 힘들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9.17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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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한민국 워킹맘 보고서⑥] 자영업과 육아를 함께하는 최연주 씨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코로나19가 집어삼킨 대한민국, 워킹맘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2021년을 살아가는 열 명의 워킹맘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부 정책이 개별 가정에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가정·직장·사회 내에서 차별받는 워킹맘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고민했다. -기자 말

지난 8월 6일 오전 11시 속초 바다가 보이는 한 카페에서 최 씨를 만나 아이 양육과 일을 하는 과정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들어봤다. ⓒ베이비뉴스
지난 8월 6일 오전 11시 속초 바다가 보이는 한 카페에서 최 씨를 만나 아이 양육과 일을 하는 과정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들어봤다. ⓒ베이비뉴스

“남편한테 워킹맘 인터뷰를 한다고 말하니 처음 하는 말이 ‘너가 왜 워킹맘이야’라고 하더라구요.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일한다고 생각 하질 않아요. 남들처럼 9시까지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일은 아니죠. 그렇다고 일을 안하는건 아니잖아요. 재택근무도 일인데...”

5살 아이의 엄마이자 1인 자영업자인 최연주(가명·33세) 씨는 남편의 직장이 있는 속초에 거주하고 있다. 최 씨는 “취미로 뜨개질을 시작했어요. 주위의 권유로 2019년 9월에 사업자를 내서 프리마켓에 참가했어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활발하게 하진 못하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소소하게 판매하고 있어요”라고 자영업을 시작하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최 씨는 이른바 ‘독박육아’ 중이다. 재택근무 형태는 아이 양육에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정 반대의 상황도 공존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한 1~3시간 정도 집중해서 작업을 해요. 그 뒤 아이 하원하면 놀아주면서 간식 챙겨주고 이런 패턴이 반복되죠. 일이 바쁠때는 밤에 아이 재우고 새벽 내내 작업해요. 새벽 5시쯤에 잔 적도 있고, 밤을 다 새우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도 있죠.” 

‘일이 바쁠때가 많은 것 같은데, 남편은 육아에 동참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 씨는 “전혀요. 같이 육아하자고 제안한적 있어요. 아이가 커 가면서 아빠와의 추억도 필요하지 않냐구, 그런데 그때 뿐이었어요. 남편은 취미생활을 많이해요. 아마 육아 참여율은 20%, 집안일은 5%정도 도와주는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은 저한테 이완용이라고 불러요. 전생에 나라를 팔지 않았으면 이런 남편 만나기 힘들다는 거죠.”

최 씨의 가족은 남편과 5살 아이지만, 아이를 신경쓰는 사람은 최 씨 뿐이다. 지난 8월 6일 오전 11시 속초 바다가 보이는 한 카페에서 최 씨를 만나 아이 양육과 일을 하는 과정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들어봤다. 인터뷰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가면을 쓰고 진행했다.

◇ “아이를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죠. 그래도 일이 너무 바쁠땐 남편한테 섭섭해요”

최연주 씨는 남편이 양육에 참여하지 않을 때 가장 힘든 점을 '본인이 몸이 아파서 병원 갈때'라고 꼽았다. ⓒ베이비뉴스
최연주 씨는 남편이 양육에 참여하지 않을 때 가장 힘든 점을 '본인이 몸이 아파서 병원 갈때'라고 꼽았다. ⓒ베이비뉴스

최 씨는 남편이 육아에 동참하지 않을때 생기는 가장 힘든 점에 대해서 ‘아플 때 병원가기’를 꼽았다. 

"아이 모유 수유를 2년 동안 했어요. 그런데 모유 수유를 할 때면 내가 아무리 아플때도 병원을 갈 수 없더라구요. 약을 먹을수도 없었고요. 진료실에 아이를 혼자 놔둘 수 없어서 병원가길 포기했어요.”

누구나 아프지 않으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러한가. 특히 최 씨처럼 독박육아에 자영업을 더한 상황이라면, 체력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제가 작년에 입원을 했는데, 아이를 맡길 수 없어서 입원기간 내내 같이있었어요. 병원에 있으니 아이가 답답하지만 집에 혼자 둘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영상을 보여주면서 버텼어요. 그렇게 해도 많이 힘들어 했던 건 어쩔 수 없죠”라며 아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 씨의 육아철학은 확고하다. 최 씨는 “제가 아이를 낳았으면 사람 한 명을 세상에 나오게 한 거잖아요. 그만큼 저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럴 각오가 없었다면 아이를 낳지도 않았을거에요. 그리고 유아교육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육아에 대한 목표가 있었어요. 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좋은 것은 모두 다 해주자가 제 목표에요”라고 전했다.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잠시 맡기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최 씨는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제가 보고 있는게 마음이 편했어요. 그래서 어린이집 외엔 맡겨본적이 없기도 하고, 친정엄마도 우리를 낳아서 키운다고 힘들었는데 또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최 씨는 일과 육아를 모두 씩씩하게 해내고 있다. 하지만 엄마로서, 아내로서 육아와 집안일에 동참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없을 수 있을까. 최 씨는 “평상시엔 괜찮은데, 제가 정말 바쁘고 힘들고 피곤할 때는 남편한테 서운해요. 쓰레기라도 좀 버려줬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죠. 어제밤도 남편은 취미생활 한다고 외박했어요”라며 고단한 일상에 대해 토로했다.

◇ “아이에게 시간 투자할 수 있으면서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해”

그렇다고 최 씨의 삶 대부분이 ‘고단함’만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 깔려 있고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선 만족한다.

“저는 힘들어도 지금 생활이 저한테 잘 맞아요. 우선 아이한테 시간을 투자할 수 있고, 내 일을 하면서 오는 행복감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사실 아이 낳기 전에는 아이를 낳고 나서의 삶을 상상하지 못하긴 했었죠. 이 일을 하기 전엔 가정주부였는데 아이를 양육하다보니 자영업 외엔 생각하지 못했어요.”

워킹맘 이전의 삶은 어땠을까, 최 씨는 사회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가정주부에 대한 인식을 지적했다. “가정주부는 놀고 먹는 거 아니냐는 말이 많잖아요. 그래서 일을 하기 전에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는 기분’이 있었어요. 굉장히 죄인 같은... 근데 어떻게 보면 가정주부도 가정주부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거잖아요. 집안일하고 아이 양육하는게 어떻게 놀고 먹는게 되는지, 이런 말은 정말 너무 한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아이 옆에 있어주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아이의 양육에 초점을 맞춰서 지금 일을 하게 된 거고요. 중요한 것은 자기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 “아이가 컸을때, 항상 내옆에 있어줬던 엄마라고 기억했으면”

최연주 씨의 소원은 뜨개질 공방을 차리는 것과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엄마가 내 옆에 있었고 의지할 수 있었어'라고 기억해 주는 것이다. ⓒ베이비뉴스
최연주 씨의 소원은 뜨개질 공방을 차리는 것과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엄마가 내 옆에 있었고 의지할 수 있었어'라고 기억해 주는 것이다. ⓒ베이비뉴스

일과 아이 양육을 동시에 하고 있는 최 씨에겐 어떤 바람이 있을까. 

최 씨는 “단기 목적은 작업실을 가지고 싶어요. 물론 지금처럼 집에서 작업하는게 제일 편하긴 해요. 그런데 눈앞에 집안일이 보이는 상황에선 작업에 집중할 수 없어요”라며, “작업을 하다 보면 세탁기 다 돌아갔다는 소리가 들리고 저녁 준비 생각이 나죠. 그래서 집중할 수 있는 작업실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라고 전했다.

취재진의 ‘언제쯤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최 씨는 “지금 아이가 5살이잖아요. 초등학교 저학년 까지는 엄마 손길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아이가 10살 쯤 지나면 그래도 제가 시간적인 여유가 좀 더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나중에 작은 작업실이 아니라 큰 공방을 차리는게 최종 목표에요. 단순히 뜨개질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차 마시면서 대화도 나누고 모임도 가질 수 있는 공방이요. 언젠간 꼭 이루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직업 이외에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최 씨는 작은 소원이 있다.

“지금은 아직 5살이라서, 아이가 나중에 커서 얼마나 기억할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최소한 ‘우리 엄마는 항상 내옆에 있었고 내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었어. 나쁜 엄마는 아니야’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좋을것 같아요. 엄청 좋은 엄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을것 같아요.”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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