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첫 질문이… 아이가 너무 어리지 않아요? 슬펐죠”
“면접 첫 질문이… 아이가 너무 어리지 않아요? 슬펐죠”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9.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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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한민국 워킹맘 보고서⑩] 23개월 자녀 둔 국회의원실 비서관, 장명희 씨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코로나19가 집어삼킨 대한민국, 워킹맘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2021년을 살아가는 열 명의 워킹맘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부 정책이 개별 가정에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가정·직장·사회 내에서 차별받는 워킹맘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고민했다. -기자 말

“저랑 남편은 같은 곳에서 일하고 같은 직급이지만 남편한테는 아무도 ‘애는 누가 키워?’ 이런 질문을 하지 않거든요. 저는 다시 일 시작했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그럼 애는 누가 키워?’였어요. 같이 애 낳은 건데 왜 나한테만 이러나….”

23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장명희(37) 씨는 국회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한다. 국회의원실에는 대학교 4학년 때 인턴으로 들어가서 13년 정도 일했다. 남편인 이세영(36) 씨도 장 씨와는 다른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한다. 장 씨는 20대 국회 때 A 의원 임기 중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휴직 중에 선거가 치러졌고 A 의원이 낙선해 복귀할 곳이 사라졌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당선자 중심으로 의원실이 꾸려진다. 그 때문에 국회가 시작할 때 의원실에 들어가지 않으면 앞으로 자리가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 장 씨는 21대 국회가 시작되자, 남은 육아휴직을 포기하고 출산 후 9개월이 지난 시점에 재취업에 뛰어들었다.

경력도 10년 넘었고, 외국 석사 학위도 있고, 선거 경험도 많은 장 씨의 재취업은 출산 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달 11일 저녁 7시경, 경기도 안양시 장 씨 집을 방문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집에는 아이를 돌봐주시는 친정엄마와 남편이 함께 있었다.

지난달 11일 저녁 7시경, 경기도 안양시 장명희 국회의원실 비서관 집을 방문해 23개월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베이비뉴스
지난달 11일 저녁 7시경, 경기도 안양시 장명희 국회의원실 비서관 집을 방문해 23개월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베이비뉴스

◇ “내가 어떤 능력을 보여도 나를 뽑을 생각이 없는 곳이구나”

국회는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만큼 다른 직장과 비교해 임신·출산·육아에 필요한 제도를 편히 좀 사용할 수 있을까. 장 씨는 출산 후 9개월 차에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솔직히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재취업 시장에 뛰어들고 열심히 포트폴리오 준비해서 서류를 넣어도 연락조차 안 오는 데가 많았어요. 그런데 저랑 경력이 비슷하거나 짧은 친구들도 남자들은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심지어는 골라서 가더라고요.”

장 씨는 열다섯 군데 넘게 이력서를 넣었다. 면접은 네다섯 곳 정도 봤다. 면접 땐 그동안 만든 법안, 쓴 질의서, 수행했던 업무 등 포트폴리오를 꼼꼼하게 준비해서 갔다. 그러나 실제 면접에서 장 씨가 들은 첫 질문은 ‘애가 너무 어리지 않아요?’였다.

“‘아 여기는 내가 어떤 능력을 보여도 나를 뽑을 생각이 없는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면접에서 돌아오는 길이 굉장히 슬펐던 기억이 나요. 아이를 키운다는 걸 짐으로 여기면 안 되는 곳이잖아요. 국회가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는 곳이긴 하지만 변화에 아직 혁신적으로 동참하는 곳은 아닌 것 같아서,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기 때문에 직원이 1년을 육아휴직을 쓰는 것 자체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외적으로 장 씨가 지금 일하는 의원실에는 보좌관 한 명과 비서관 두 명, 모두 세 명이 워킹맘이다.

“저는 운 좋게 이전 의원실에서 임신 초기와 말기 유연근무제도 쓰고, 육아휴직도 썼어요. 그리고 지금 일하는 의원실 의원님은 제 포트폴리오를 중요하게 봐주셨어요. 아이와 관련해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셨고요.”

장 씨는 육아휴직 하면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다. “혼자 약간 뒤처지는 느낌. 아이 키우는 것도 너무 가치 있는 일이지만 ‘영원히 사회로 복귀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었어요. 남편은 (21대 국회 시작할 때) 여러 군데서 제안받아서 고민하는데 저는 면접 기회도 없고, 면접 보더라도 아이 얘기하고 그때는 너무 우울해서 남편한테 엄청 히스테리 부리고, 내 인생은 이제 끝난 것 같단 생각까지 들기도 하고 재취업할 수 있을까 불안감도 컸던 것 같아요.”

◇ “‘이래서 애 있는 엄마는 안 돼’…이런 선례를 남기기 싫어요”

장명희 비서관과 남편 이세영 비서관. ⓒ베이비뉴스
장명희 비서관과 남편 이세영 비서관. ⓒ베이비뉴스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면서 느낀 건 사회적 인식이 다 ‘엄마 책임’이더라고요. 엄마의 죄책감을 굉장히 가중시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아빠는 조금만 해줘도 백점짜리 아빠, 엄마는 조금만 실수해도 빵점 엄마 이런 인식이 있어요.”

일하면서 가장 힘든 건 아이가 아플 때다. 장 씨의 아이도 2월에 돌발진이 심하게 왔다. 한두 시간 정도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아이한테 가기는 했지만 스스로 되게 눈치가 보였다. 아이가 아플 때, 편하게 직장에 얘기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법이나 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당당하게 얘기하긴 어렵다.

“의원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려고 하시는데 워킹맘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거에요. 그냥 혼자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게 있어요. 스스로에 대한 어떤 압박 같은 거겠죠. 아이를 이유로 일에 지장이 가는 모습을 보여서 ‘이래서 애 있는 엄마는 안 돼’, 같은 조건이면 남자를 뽑는 게 더 보편적인 이 분야에서 저 스스로 그런 선례를 남기기 싫은 것 같아요.”

야근하고 들어가면 아이는 자고 있고 바쁠 땐 2~3일 아이 얼굴을 못 본 적도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보니 기던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서 잡고 걸으려고 했다. 장 씨는 “아니 이런 걸 못 보고 내가 뭐를 위해서 일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년은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 ‘아이는 두 돌까지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 ‘아이가 엄마랑 같이 자야 정서적으로 불안하지 않다’ 등 주변에서 말하는 엄마의 역할 때문에 많은 워킹맘은 죄책감을 느낀다.

“‘일도 육아도 다 잘할 수 없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 아이에게 죄책감 느끼지 말고,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죄책감에 흔들리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애는 금방 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이 순간은 잠깐이다’, 이 말이 굉장히 위로되고 저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말 중 하나였어요. 열심히 해도 엄마의 죄책감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조금 뻔뻔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다른 아빠들은 안 그랬는데… 너만 아빠야?”

일하는 아빠, 이세영 씨는 고충이 없을까.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가진 엄마와 아빠를 보는 시각은 분명 차이가 있다. 이 씨는 “선후배들에게 아이가 아프거나 어린이집에 특별한 일이 있어 양해를 구할 때, ‘선배들은 그러지 않았는데 너만 왜 유독 그러냐’, ‘너만 아빠야?’, ‘다른 아빠들은 안 그랬는데 너는 왜 그래’, ‘네가 언제부터 깨어 있었다고’” 이런 반응이라고 했다.

이같은 반응을 접하면, “내가 너무 튀려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하는데… 누군가는 겪어내야 남자 후배들이 아빠로서의 역할을 좀 더 많이 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씨는 아내가 임신했을 때 아이 태명을 딴 ‘꿀복이법’을 제안했다. 이 법은 임산부가 임신 초기와 말기에 단축근무를 할 수 있는 기존 법안에서 더 나아가 임신 전 기간에 유연근무를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으로 올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씨는 아내가 일하는 데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지금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저보다 스펙이 낫고요, 일을 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인데 단지 엄마이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인 저에 비해 직장 경력이 짧아지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원하는 한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아이에게 시간을 쏟는 게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제 아이도 엄마가 걷고 있는 길을 가야 하잖아요.”

장 씨는 지금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작은 저의 노력이지만 사회를 조금씩이라도 바꿔 가는 일이기 때문에 특히 제가 건의해서 만든 질의서가 정부 정책에 조금이라도 반영되거나 저희가 만든 법이 조금이라도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한다거나 이럴 때 보람을 많이 느끼죠.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그런 보람요.”

◇ “아이를 하나 낳은 것밖에 없는데 여러 군데에서 죄인이 된 것 같더라고요”

장 씨가 재취업한 후, 18개월까지 친정엄마 혼자 아이를 돌봤다. 처음엔 주중에는 친정에 살고 주말에 집으로 짐을 싸오는 생활을 8~9개월 했다. 그러다 이제 장 씨 집으로 정착했고 친정엄마가 장 씨 집에 오셔서 돌봐주신다.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접어들면서 7월부터 다시 가정에서 돌본다.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시면서 부쩍 늙으셨다는 장 씨. 딸이 아이를 낳으면 엄마처럼 봐줄 자신이 없다. “친정엄마께는 너무 죄송스럽죠. 사실 아이를 키우는 게 엄마의 희생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희생이 꼭 들어가야 하잖아요. 언제까지 이렇게 가족들이 돌봄을 서로서로 메꾸면서 할 수 있을까. 아이 봐주시고 부쩍 늙으셨어요(글썽).”

“아이를 하나 낳은 것밖에 없는데 여러 군데에서 죄인이 된 것 같더라고요. 일터에서는 100%를 못하는 것 같은 느낌에 죄스럽고, 아이한테는 엄마 역할 많이 못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장 씨는 임신하고 임신·출산 관련 법들을 살펴보니, 육아휴직 관련 법과 제도는 잘 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사회적 인식은 법과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임산부 관련 법을 강제조항으로 해버리면 기업이 임산부를 안 뽑아요. 있는 임산부도 내보내려고 하고 그래서 법만 강하게 만든다고 효과가 있는 건 아니에요. 현장 상황 모르고 법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데 그게 결국 칼이 돼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무섭게 깨달았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사회적 인식 개선도 같이 가야야 하고요, 돌봄에 있어 국가의 책임이 훨씬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더 많은 엄마들이 일하고 더 많은 엄마들이 걱정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명희 비서관은 “어느 날 보니 기던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서 잡고 걸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니 이런 걸 못 보고 내가 뭘 위해서 일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는 할머니와 그림책을 보고 있다. ⓒ베이비뉴스
장명희 비서관은 “어느 날 보니 기던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서 잡고 걸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니 이런 걸 못 보고 내가 뭘 위해서 일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는 할머니와 그림책을 보고 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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