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의 인권...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무너진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의 인권...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2.02.14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직원 권익향상을 위한 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시 서소문동 서울특별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직원 권익향상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시 서소문동 서울특별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직원 권익향상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늦게 아이를 등원시키는 엄마가 ‘선생님, 오늘 우리 아이 머리도 좀 빗겨줬으면 좋겠고요, 아침도 못 먹였어요. 간식도 좀 챙겨주세요. 오늘 아이가 기분도 우울한 것 같으니 우리 아이 좀 잘 부탁드려요’라고 보육교사에게 말해요. 교사가 ‘원장님, 저는 교사일까요? 머리도 빗겨주고 간식도 챙겨줘야 하는 사람일까요?’라고 묻는 20대 보육교사에게 원장님은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요? 어린이집에서 어디까지 아이들을 돌봐줘야 하는 건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의 인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시 서소문동 서울특별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직원 권익향상을 위한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 국장의 말이다. 요즘 어린이집을 보내는 부모는 ‘보육수요자’로서 어린이집과 보육교직원을 ‘보육서비스 공급자’로 인식해 무리한 요구까지 당연하게 하는 게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이영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중랑1)은 축사를 통해 “교사가 아이들을 잘 보살피려면 본인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아이들도 더 이쁘게 보이고 할 텐데, 스트레스 속에 방치해둔 게 아닌가, 형식적인 휴게시간과 휴가만 주지 않았나 생각해봤다”면서 “현장에서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일거수일투족이 문제가 되지 않는지 감시받는 상황에서 일을 해야 하는 부분, 또 그렇게 되면 방치하게 되지 않을까. 과연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영실 위원장은 “부모님들은 걱정하고 계시고, 선생님들은 보답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쌓이고 급기야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면서 “현장의 소리를 더 듣고 정책으로, 예산으로 반영하기 위해 모였으니 현장의 이야기를 낱낱이 해달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축사를 통해 “(애쓰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보육교직원의 긍정적 바이러스로 확산시키는 데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꺼번에 다 담아내지 못하지만 지속해서 노력하고, 현장에 도움이 되는 행정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희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보육교사의 돌봄노동 가치가 유치원교사의 유아교육에 비해 굉장히 낮게 평가된 저임금 호봉체계와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통념으로 자아존중감이 낮다”면서 “MZ세대인 부모들과 같은 MZ세대인 보육교사들간 육아관·교육관·아동학대를 해석하는 관점 차이로 인한 갈등과 불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키우고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른들의 사회적 관심과 담론은 없는 듯하다”면서 “보육교사의 돌봄노동에 대해 교육적 관점으로 존중하고, 아이들을 경제적 수혜 대상으로만 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우리 사회 구성원인 인격적 주체로 교육하고, 부모의 사회적 육아 역량을 성숙한 사회적 자산으로 키울 수 있도록 서울시 보육조례 내용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갈등 중재위원회’가 시스템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보육교사 권리침해의 가장 큰 요인… ‘교사로 존중하지 않는 부모들의 인식’

김경우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2)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제정·공포된 ‘서울특별시 보육교직원의 권익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취지와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경우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2)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제정·공포된 ‘서울특별시 보육교직원의 권익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취지와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번 토론회 발제는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경우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2)과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장이 맡았다. 김경우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제정·공포된 ‘서울특별시 보육교직원의 권익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의 발의자로서, 취지와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해당 조례는 보육교직원의 권익보호와 지원을 통해 보육교직원의 인권 증진 및 건강하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해 보육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발의되고 제정됐다.

조용남 국장은 ‘보육교직원 권리보호와 지원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조 국장은 ‘보육교사 권익보호 인식조사 결과’(2020)를 바탕으로 현재 보육교직원 권리보호 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어린이집에서의 마찰 및 갈등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8.3%가 마찰·갈등 경험이 있다. 마찰·갈등의 대상과 관련해, ‘학부모와의 마찰·갈등’이 응답자의 44.0%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동료교사와의 마찰 및 갈등’ 38.7%, ‘원장과의 마찰 및 갈등’이 26.0% 순으로 나타났다.

조 국장은 어린이집 구성원의 특성에 주목했다. 현재 어린이집은 '영유아(알파세대)'를 둘러싸고, 30대~50대(M세대, X세대)의 보육교사가 20대~40대(MZ세대)부모와 50~60대(X세대, 베이비붐 세대)조부모를 대상으로 소통하면서 보육하고 있어 다양한 세대와의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보육교사의 권리침해 대처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조사 결과,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하소연은 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7%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고 문제교사로 낙인될 것 같아서 참는다’가 38.4%, ‘해당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 28.9%, ‘어차피 다른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 혼자서 참는다’ 28.4% 등으로 대부분의 응답자는 참거나 하소연하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육교사의 권리침해가 일어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조사 결과에서는 ‘교사로 존중하지 않는 부모들의 인식’ 26.8%, 다음으로 ‘보육교사의 권익보호에 대해 미비한 법과 제도’ 25.7%, ‘보육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분위기’ 22.5% 등으로 나타났다. 조 국장은 “보육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학부모의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가 보육교사가 권리침해의 가장 큰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육교사로서 보육현장에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에 대해, 조 국장은 “신분과 지위의 영역에서는 원아 부모로부터 존경과 예우에 대한 권리보장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에서는 ‘법률과 사업지침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수와 수당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 조례 제정과 공표… 보육교직원 권익증진 정책 추진할 법적 근거 마련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 국장은 ‘보육교직원 권리보호와 지원방안’에 대해 ‘보육교사 권익보호 인식조사 결과’(2020)를 바탕으로 현재 보육교직원 권리보호 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 국장은 ‘보육교직원 권리보호와 지원방안’에 대해 ‘보육교사 권익보호 인식조사 결과’(2020)를 바탕으로 현재 보육교직원 권리보호 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어진 토론에서는 ▲구정주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영등포구 지회장  ▲소장섭 베이비뉴스 편집국장 ▲정재훈 법무법인 리인 대표 변호사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 ▲강희은 서울특별시 보육담당관이 참여했다. 토론 참여자들은 ‘서울시 보육교직원 권익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공포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서울시 차원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보육교직원 권익증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정주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영등포구 지회장은 권리 침해 사례와 관련해, 어린이집 운영자로서 “정부는 근로기준법 강화에 따른 근로자(보육교직원)의 권리(연월차 휴가, 휴게시간 등) 보장을 명시하고 있으나 영유아 안전보호가 최우선인 보육교직원의 업무 특성상, 근로기준법에 준한 근로자의 권리보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특히 임산부의 1일 2시간 단축근무 사용은 여건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꼽았다.

구정주 지회장은 실효성 있는 조례 운영을 위해, “주기적인 점검 및 평가 지원 부문이 반드시 추가 보완돼야 할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보육업무 특성상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자의 권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항은 별도의 실천 방안이 필요하며, CCTV 운영의 애로사항 개선방안 마련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조치 등이 엄격히 요구된다”면서 “다만, 개별법이 있어 전면 개선이 어려울 경우, 권리침해 사항에 대한 최소화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학부모들에게 조례 주요 내용을 요약·배포해 보육교직원 권익보호와 지원을 위한 행정기관의 강한 의지를 표명한 홍보 또한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소장섭 베이비뉴스 편집국장은 해당 조례가 먼저 제정된 경기도와 전라북도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조례 제정의 의미를 짚었다. 소장섭 국장은 경기도와 전라북도, 서울시의 각 조례 내용을 비교한 뒤 서울시에도 타지역처럼 ‘보육교직원 고충처리 전담기구’ 신설이 필요하거나, 보육교직원 권익 향상을 위해 일할 전담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장섭 국장은 “조례에 따르면, 서울시 보육교직원 권익보호 위원회가 새로 구성될 수도 있고 기존의 서울시 보육정책위원회가 대신 일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가능하다면 서울시 보육교직원 권익보호위원회가 별도로 만들어져서 일하는 것이 상징적인 의미도 크고, 실질적인 의미도 커 가장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중재 기구 설치 필요성 제기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시 서소문동 서울특별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직원 권익향상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시 서소문동 서울특별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직원 권익향상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중재 기구 설치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정재훈 법무법인 리인 대표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치원은 포함하지 않으나 어린이집은 포함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 어린이집 아동학대 의심 사건 발생 시, 경찰 신고 후 발생하는 보육교사 인권침해 등 현 사법 시스템의 문제와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아동학대 의심 사건과 관련해, 중재 기구의 설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재훈 변호사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 처리를 전적으로 사법절차에 맡기는 것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아동학대범죄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그동안 피의자로 수사받고 아동학대 가해자로 의심받아 정상적인 업무 내지 사회활동을 하지 못했으며 경우에 따라 학부모 단톡방 내지 각종 민원의 대상이 돼 여론의 질타를 받은 원장 및 보육교사의 침해받은 인권의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도 부모 입장에서 중재 시스템의 필요성과 보육현장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시선과 인식 변화를 위한 홍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지현 공동대표는 “부모들에게도 보육현장을 존중하고 지키도록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면서 “교직원과 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보육현장을 바라볼 것인지,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그 과정에서 서로를 배제하는 방식 또는 승패를 가리는 방식이 아니라 보육현장이 보호되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는 과정과 구체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강희은 서울특별시 보육담당관은 그간 서울시의 보육 성과와 향후 계획을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기술적 측면에서 소개했다. “특히 국공립어린이집 유아반 교사 인건비 상향 추진과 국공립교사 처우개선비 개선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또 “권익보호 조례 안착을 위해, 심리상담, 노무상담, 법률상담 등 지원을 통해 학부모와 보육교직원 간에 장기간, 고비용이 소요되는 소송보다는 조정·중재 등을 통해 등을 통해 상호 간에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예방·해결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