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가장 먼저 챙길 것? 아동학대 막는 것입니다”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챙길 것? 아동학대 막는 것입니다”
  • 소장섭 기자
  • 승인 2022.04.25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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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100주년 특집 대담]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_下편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아동정책으로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예산과 인프라 확보라고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아동정책으로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예산과 인프라 확보라고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올해 5월 5일은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어린이날은 1919년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1923년 처음 제정됐다. 방정환 선생을 비롯한 일본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돼 어린이날을 만들었는데, 당시는 5월 5일이 아니라 5월 1일이 어린이날이었다. 어린이날이 5월 5일로 정해진 것은 1961년 제정된 아동복지법에 의해서다.

3·1독립운동이 있던 해인 1919년, 영국 런던에서는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창립됐다.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하고 한때 교사로 활동했던 에글렌타인 젭(Eglantyne Jebb, 1876~1928)은 여동생 도로시 벅스톤(Dorothy Buxton)과 함께 제1차 세계대전으로 고통 받은 아이들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을 세웠다. 이후 1953년 우리나라에도 세이브더칠드런이 들어와 부산을 중심으로 전쟁고아 등 한국전쟁 피해자 대상 구호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전 세계 약 120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한때 구호의 대상이었던 우리나라는 이제 원조 국가가 되어 국내 어린이뿐만 아니라 해외의 어린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세이브더칠드런 한국지부)는 오준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오 이사장은 2015년 한국인 최초로 UN 핵심 기관인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제24대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 제15대 주싱가포르대한민국대사관 대사 등을 역임하는 등 38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했으며, 퇴임 후 지난 2018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평생을 외교관으로 살아오다, 이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적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의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아이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제가 다른 아이들하고 다른 면이 있었다면, 저는 밖에서 놀고 운동하고 이런 것보다는 생각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질문도 많았어요. 어른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생각이 많은 아이였어요.”

생각하는 것과 공상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의 꿈은 처음부터 외교관은 아니었다. 한때 언론인이 되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외무고시를 치르게 됐고, 단 번에 합격을 하면서 외교관이 됐다. 외교관 생활 7~8년을 한 뒤,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 외교관을 그만 둘까 생각해본 적도 있었지만,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던 또래 친구들의 처지를 보니 외교관의 길을 계속 걷는 게 나아보였다.

그렇게 38년간을 외교관으로 일한 뒤, 오 이사장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사회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NGO에서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 이사장은 NGO의 여러 분야를 놓고 고민을 했지만, 장애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고 실제 여러 장애관련 NGO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장애단체가 아닌데, 제가 함께 일을 하는 거의 유일한 단체가 바로 세이브더칠드런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함께 일하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거절했었는데, 그것은 제가 어떤 특정분야에 중점을 둔 NGO활동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었어요.

물론 아동도 취약계층이긴 하지만, ‘이걸 했다 저걸 했다’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처음엔 사양했었어요. 그런데 이사장은 맡지 않고 이사만 맡아달라고 해서 이사로 반년을 일하다 보니까, 세이브더칠드런이 제가 생각하는 NGO로서의 굉장히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고, 운영도 제가 생각하는 NGO의 원칙에 맞게 되고 있었습니다. 제 전임자인 김노보 이사장님이 잘 하신 거죠.”

이렇게 시작한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의 길을, 오 이사장은 지금 5년째 걷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서울 마포구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오 이사장을 만났다. 오 이사장에게 우리 아이들의 인권을 오롯이 지켜주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물었다. 

오 이사장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인터뷰 내내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다음은 오 이사장과 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한 대담 전문이다. 오 이사장의 철학과 통찰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 그의 표현과 말투를 최대한 살려 적었다. 분량이 적지 않은 관계로, 대담은 上편과 下편으로 나눠 싣는다.

오준 세이비드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교육단절이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크게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서 교육 단절이 전 세계적으로 아동에게 주는 큰 피해라고 지적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오준 세이비드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교육단절이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크게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서 교육 단절이 전 세계적으로 아동에게 주는 큰 피해라고 지적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소장섭 편집국장 = 코로나19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서 굉장히 위축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히 놀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준 이사장 = 놀 권리는 사실 코로나 상황보다는 우리나라의 평소 아동 행복지수에 영향을 주는 문제고요. 보통 우리가 아동권리를 얘기할 때, 4대 아동권리를 얘기하지 않습니까? 생존, 보호받을 권리, 발달(교육을 뜻함), 참여를 4대 아동의 권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4가지의 권리 중에서, 우리나라가 그래도 선진국이니까, 생존의 문제가 코로나로 인해서 심각해지진 않았겠지만, 이제 보호나 교육에 있어서는 우리도 문제가 많죠. 그러니까 애들이 학교를 못가고, 또 어린이보호기관도 원만하게 운영을 못하게 되니까 보호나 교육에 있어서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IT기술이 있으니까 원격교육이라도 가능한 나라지만, 세이브더칠드런이 조사한 거에 의하면 전 세계 아동의 70% 가까이가 지난 2년간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았다, 정상적인 교육을 못 받았다는 결론이 나와 있습니다. 교육의 단절을 저희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교육의 단절은 대학에서 한번 휴강하면, 다음에 보강을 하듯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동은 연령별로 나이에 필요한 교육이 있기 때문입니다. 2년 못했으니까 나중에 2년 더 하지 이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교육의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있는 이 세대들은 이 2년의 교육단절이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크게 미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2년을 쉽게 대체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코로나의 중장기적인 영향까지 걱정할 정도로 위기가 벗어난 것은 아니니까 다들 그런 얘기는 별로 안하고 있지만, 저는 그런 것이 틀림없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 교육 단절이 전 세계적으로 아동에게 주는 큰 피해이고요.

그리고 물론 어른들이 코로나에 걸리고 직장을 잃고 경제가 붕괴되고 해서 아동 빈곤율도 그에 따라서 높아지고, 아동 빈곤율이 높아지면 특히 개도국에서는 생존과 보호의 문제가 한꺼번에 생기게 됩니다.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려서 죽는다든지 이런 것보다는 어른들이 코로나에 걸리고 그 사회가 붕괴되고 경제가 붕괴됨으로써 아이들이 제대로 영양섭취를 못하고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아동의 4대 권리 모두에 굉장히 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죠.

·소장섭 편집국장 = 그렇군요. 그리고, 세계적인 활동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사정도 잘 알고 계신 텐데요. 2021년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ISCWeB)에 참여한 세계 35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아동(만 10세 기준) 행복감은 31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나라의 아동들이 행복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보시나요? 

·오준 이사장 = 그 지수가 저희 세이브더칠드런이 해마다 서울대의 이봉주 교수팀과 함께하는 행복지수가 있는데, 그거랑 같은 건지는 모르겠는데요. 어쨌든 저희들이 하는 아동행복지수 비교에 있어서도 우리가 행복지수가 낮은 축에 속해있는 건 사실입니다. 사실 그 행복지수라는 거는 아동이 됐든 성인이 됐든 반드시 GDP와 비례하지 않거든요. 1인당 GDP가 높은 나라도 행복지수가 높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어떤 통계에서는 부탄 같은 나라가 굉장히 행복지수가 높다고 나옵니다.

특히 우리는 OECD 최고의 자살률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성인들도 행복지수가 그렇게 높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아동의 경우, 왜 이렇게 낮은 행복 지수, 낮은 삶의 질 지수가 나오는지를 보면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과도한 교육열, 입시경쟁 등으로 인해서 아이들의 놀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보장된 것이 놀 권리인데, 영어로 보면 ‘Right to rest and leisure’ 거든요. 쉬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우리 부모들이 착각하면 안 되는 게, ‘너, 아빠랑 같이 태권도 배우러 가자’ 이렇게 애들을 부모가 어떻게 놀도록 종용하는 것은 사실은 놀 권리의 행사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면 아무것도 안하고 게을러지더라도, 게으르게 보낼 수 있는 그 권리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4시간을 아이들이 하고 싶은걸 해야 된다는 뜻이 아니고,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뜻이 놀 권리라는 겁니다. 

행복지수를 측정할 때,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왜 낮은가를 보면 지나친 경쟁, 지나친 학업경쟁 같은 것들이 요인이 돼서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많고요. 사실 이것은 시대의 변화하고도 관련이 있죠. 아까 저의 어린 시절 얘기를 했지만, 옛날에는 동네에서 집집마다 서로서로 누가 누가 사는지 다 알았어요. 저는 어렸을 때 친구들하고 놀고 싶으면 그냥 아무집이나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그 집에 제가 아는 누가 있으면 놀고 없으면 못 놀고 이런 건데, 요새는 영어로는 ‘플레이 데이트’(play date)라고 하는데, 애들이 놀라고 해도 약속을 잡아야 되잖아요. 그런 사회가 됨으로써, 선진국도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는 특히 그런 상황에 더해서 학업경쟁 상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10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 중인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019년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세이브더칠드런 10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 중인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019년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 지난 2019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아이를 구하는 일을 전념해 왔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이 100주년 기념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 지난 2019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아이를 구하는 일을 전념해 왔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이 100주년 기념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소장섭 편집국장 = 우리나라가 그만큼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교육열이 굉장히 강한 편인가요?

·오준 이사장 = 그렇죠. 그것이 사실이죠. 사실이고요. 저는 외국에도 오래 살았잖아요. 저희 애들은 외국에서 초등학교도 보내고 해서 비교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가정 내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좀 가만 놔둬야 될 때 가만 놔두지 않고 말하자면 아까 제가 놀 권리를 얘기했던 것처럼 가만 놔두지 않고 개입을 너무 많이 하고, 또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개입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서는 조금 소극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인지 예를 들어 볼게요. 우리가 민법 915조를 삭제하면서, 체벌을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럼 체벌을 안 하고 어떻게 아이들을 훈육을 시키느냐’ 이제 이런 질문이 나오잖아요. 

제가 외국에서 처음 살 때, 어느 날 수영장에 갔는데 수영장에서 부모는 누워서 일광욕을 하고 있고, 어린 아이가 그 주변에서 놀고 있는데 어린 아이가 수영장 풀장 가까운 쪽으로 걸어가는 거예요. 그랬을 때 부모가 딱 ’거기 더 이상 가지마! 거기 가면 안 된다. 거기 멈춰.‘ 이렇게 그냥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하는데, 아이가 말을 딱 듣고 더 이상 가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저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잘 안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서양 애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 말을 잘 듣게 태어났나? 우리 아이 같으면 가지 말라고 해도 가거나, 못 가게 하면 우는 소리 내거나 그럴 텐데 왜 다르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외국에서 계속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이 그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할 때도 듣게 만들려면 항상 부모가 체벌을 하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일관되게 아이들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을 때 부모가 하는 말을 듣지 않으면 자기에게 반드시 불이익이 온다는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어요. 그것은 엄청난 일관성과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부모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굉장히 힘든 거예요. 부모로서 체벌이나 그런 걸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깨닫게 해주는 거는 부모 입장에서 굉장한 시간과 성의가 필요한 일이거든요. 

물론 외국 부모라도 모두 다 그렇게 잘한다는 뜻은 아닌데요. 미국에도, 그렇게 그것을 잘 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게 잘 안 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슈퍼마켓에 가면 애가 장난감 사달라고 울면 ‘그거 안 돼! 오늘 안 돼!’ 이랬을 때 딱 듣고 돌아서는 애가 있고, 징징 울면서 ‘왜 안 되냐’고 하면서 잡으려고 하는 애가 있습니다. 그랬을 때, 저는 부모가 애 목덜미를 딱 잡고 ‘That’s it!’(그만해!)이라고 하면서 애를 들고 차로 가서 집어넣는 걸 봤습니다.

그런 어떤 일관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체벌하지 않고도 아이들에게 훈육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인데, 이것은 부모가 굉장한 노력과 주의력과 끈질김이 필요한 것입니다. 부모한테는, 애가 잘못할 때 소리 한 번 빽 지르는 게 더 쉬운 방법이에요. 그런데 그거는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않기 때문에, 애로서는 ‘아, 우리 엄마가 기분 나쁠 때는 빽 소리를 지르는 구나’ 이렇게 이해를 하지,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항상 우리 부모는 여기서 경고가 나오는 구나’ 이렇게 받아들이질 않거든요. 왜냐면 엄마가 기분 좋을 때는 빽 소리를 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려운거죠.

제가 부모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될 때는 개입하지 않고, 개입하지 않고 애들을 놔둬야 될 때는 개입을 한다는 말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아이들이 과외를 할 때도 있는데, 과외 이외의 시간도 애들이 자기 마음대로 보낼 수 있게 하는 게 아니고, ‘너 뭐 배워야 돼’, ‘피아노 배워야 돼’, ‘태권도 배워야 돼’ 이렇게 해서 부모가 아이들을 놓아줘야 할 때 놓아두지 않고 개입하는 것입니다.

·소장섭 편집국장 = 네, 알겠습니다. 체벌 말씀을 해주셨는데, 우리가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32년째이고, 아동권리협약에 비춰봤을 때 민법 915조가 있었던 것은 충돌되는 상황이었던 거군요. 우리가 굉장히 늦은 거네요. 작년에 민법 915조를 삭제한 것은요.

·오준 이사장 = 그렇게 말할 수 있죠. 민법 915조가 뭐 체벌을 해도 된다, 그렇게 돼 있진 않죠. 그렇진 않은데 아이들을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서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돼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훈육 중에는 육체적인, 신체적인 훈육도 포함되는 게 아니냐 이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었던 것이죠.

사실은 체벌의 문제는 유럽에서도 굉장히 오랫동안 논의됐고, 또 전통도 좀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영국 같은 데는 상당기간 사랑의 매는 가능하다는 그런 인식이 좀 있었고요. 그래서 영어에도 ‘스팽킹’(spanking)이란 단어가 있지 않습니까? 아이를 올려놓고 엉덩이를 때리는 게 스팽킹인데, 그것은 아이들에 대한 신체적 체벌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뜻에서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어요. 체벌이 금지돼도, 스팽킹은 허용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일 처음 북유럽 국가들 중심으로 ‘아니다! 스팽킹이고, 뭐고 간에 아이들에게 일체의 폭력행사나,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금지해야 된다’ 이런 인식이 점점 더 확장됐고, 어떤 나라는 법제화해서 아이들을 체벌하면 형사 사건으로 부모가 처벌 받도록 했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진 안 갔죠.

우리는 법으로 금지한 건 아니고, 허용하는 듯이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을 빼버렸죠. 그것도 사실 오랜 시간이 걸렸고요. 저희 세이브더칠드런도 오래 노력했지만요. 특히 자기 자신이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은 ‘완전히 체벌이 금지되는 게 가능한가, 아동을 키우는데 있어서 체벌 없이 키울 수 있나’ 이렇게 회의를 가지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저희 세이브더칠드런이 했던 여론조사에도 그런 의식이 많이 반영돼 나타났어요. ‘체벌을 완전히 금지시키는 게 가능 하느냐, 또는 바람직 하느냐’에 대해서 의견이 많이 갈라졌습니다. 그런 이유 중에 하나는 아까 제가 얘기한 것처럼 체벌 없이 아이를 양육하고 훈육하는데 있어서는 부모의 보다 많은 노력과 일관성이 요구된다는 그런 어려움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은 "부모로서 체벌을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깨닫게 해주는 거는 부모 입장에서 굉장한 시간과 성의가 필요한 일"이라며 체벌을 근절하기 위한 부모의 노력을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은 "부모로서 체벌을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깨닫게 해주는 거는 부모 입장에서 굉장한 시간과 성의가 필요한 일"이라며 체벌을 근절하기 위한 부모의 노력을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소장섭 편집국장 = 아동학대 가해자가 누구인지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사건 10건 중 8건은 부모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 통계가 계속 바뀌지 않고 이 정도 수준이 계속 유지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수많은 노력들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현상이 계속 일어나는지 이걸 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이게 사실은 제일 궁금했거든요.

·오준 이사장 = 저는 그 문제는 이렇게 보는데요. 지난 5년 사이에 아동학대로 신고돼서 아동학대로 판정을 받은 건수가 대강 5년 전에 한 1만 건이었는데 작년 같은 경우에 한 3만건이 넘었습니다. 3배 이상 증가를 한 겁니다. 저는 실제로 아동학대가 3배나 더 자행되고 있다고 보기 보다는 과거에 신고되지 않은 것들이 많이 신고되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신고는 부모 중 한쪽이 신고를 한다든지, 또는 학교의 선생님이나 보육 담당하시는 분들, 의사 분들이 신고 해야 되는 경우입니다. 아동이 자기가 가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요. 그래서 ‘아동학대를 설사 나의 배우자가 저질렀더라도 그것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 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렇게 아동학대가 어느새 3배가 늘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겁니다. 
 
꼭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고, ‘어떤 형식의 아동학대도 용인될 수 없다’ 그런 인식이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간에 아동학대로 인해서 사망하는 어린이가 1년에 40명, 50명이 이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부모, 또 대게 친부모죠. 어떤 때는 양부모나 위탁가정도 있지만 대게 친부모입니다. 

아동학대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에 대해서 저는 이제 이런 부분이 우리가 주목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과거에는 대가족이었는데 핵가족이 되었고, 아이를 하나만 낳는 경우도 많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초보부모가 많은 겁니다. 옛날에 대가족일 때는 초보부모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를 처음 낳더라도 같이 사는 사람 중에 할머니도 있고 주변에 아이를 양육해본 분들이 있기 때문에 조언을 받을 수 있고, 실제로 도와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 혼자 해결해야 되는 초보부모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우리 사회가 간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아동학대와 관련한 위험군, 즉 아동학대가 발생하기 쉽다는 위험군을 잡아놓은 게 있는데, 위험군의 첫 번째가 어린 부모입니다. 나이가 젊은 부모는 경험도 없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놀고 싶고, 자기도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까 아동을 집에 다 놓고 나간다든지 하는데, 이런 게 다 아동학대 잖아요. 물론 빈곤층이냐 하는 것도 하나의 척도가 되는데, 어린 부모라고 불러야 될 정도로 젊은 부모가 아동학대의 고위험군이라는 것이 이미 선진국에서도 입증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부분들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전에는 양육이라는 것은 그 가정 내에서 알아서 해야 된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이제는 우리가 대가족도 아니고 가정 내에서 양육이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굉장히 적어져 있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사회가 양육을 함께 책임져야 된다는 인식이 저출산을 극복하는 데 저는 중요하다고 봐요.

·소장섭 편집국장 = 그럼 어떻게 보면 아동학대 위험군을 나눈다는 거는 아동학대 예방을 하기 위한 것이고, 그런 고위험군에는 사회적 지원이 간다는 것인가요?

·오준 이사장 = 그렇죠. 젊은 부모나 한 번도 애를 낳아서 키워보거나 하지 않은 부모들이 사회적으로 커뮤니티 내에서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런 분들을 위한 강좌를 만들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는 거죠.

·소장섭 편집국장 = 그래서 우리나라도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모를 위한 어떤 교육이나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필요하겠네요?

·오준 이사장 = 네, 양육경험이 없는 분들에게 특히 필요합니다. 베이비뉴스 같은데서 그런 걸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세이브더칠드런도 하고요. 하하.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은 어린이날 선포 100주년을 맞아서 어린이들의 참여권 보장을 위해서 어린이가 직접 쓰는 어린이 선언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은 어린이날 선포 100주년을 맞아서 어린이들의 참여권 보장을 위해서 어린이가 직접 쓰는 어린이 선언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소장섭 편집국장 = 네, 알겠습니다. 올해가 이제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는 굉장히 의미 있는 해더라고요.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에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준 이사장 = 네, 저희도 몇 가지 준비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선언문이 대표적입니다. 어린이 선언문이 100년 전에는 어린이가 쓴 건 아니었잖아요. 방정환 선생님이 하신 것이죠. 그래서,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 선언문을 우리 한번 해보자는 것입니다.

아까 제가 얘기한 아동의 4대 권리 중에 참여에 관한 부분입니다. 참여에 관한 부분은 사실은 선진국들도 잘 실현되지 않고 있어요. 물론 아동은 18세 이하를 말하는데, 13세 이상의 틴에이저들은 비교적 참여가 가능하지만 그보다 더 어린 애들은 어떻게 참여를 시킬지가 굉장히 애매하긴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아동의 참여권이 보장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고요.

제가 아동단체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는데, 아동단체협의회는 매년 아동 총회라는 걸 합니다. 아동들이 참여해서 직접 아동에 관련한 문제를 논의합니다. 그렇게 아동의 참여권이라는 차원에서, 저희도 이제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선언문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가 매년 국제어린이마라톤이라는 행사를 하는데요. 국제적으로 참여한다고 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참여하지만 거기에서 모여지는 참가비나 이런 걸로 외국의 아동들을 도와주는 봉사를 지금 11년째 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래는 한꺼번에 모여서 같이 뛰는 방식인데, 한 2년간은 이제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각자 알아서 뛰는 식으로 했거든요. 금년에는 다시 오프라인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전부 다 오프라인은 안 되더라도, 오프라인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오프라인을 다시 시작해볼까 생각합니다.

·소장섭 편집국장 = 이제 인터뷰가 거의 끝나가는 데요. 대통령 선거가 얼마 전에 있었고, 5월 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데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챙겨야 될 아동대책이 있다면 딱 한 가지만 말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오준 이사장 = 저는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예산과 인프라 확충이라고 봅니다. 저희 세이브더칠드런의 입장에서는 그걸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 세이브더칠드런이 사실 대선기간 중에도 주요 대선후보에게 그렇게 전달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5년 사이에 아동학대는 3배 늘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예산은 20% 늘었어요. 그러니까 아동학대가 증가하는 숫자에 비해서는 턱없이 예산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인프라의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아동보호격리시설 등이 있는데, 아직은 전국의 지차체 240개 중에 3분의 1인 80개 정도에만 아동보호전문기관 같은 기관이 설치돼 있거든요. 딱 한 가지를 꼭 집어서 이야기한다면, 이제 선진국형 아동 문제가 우리에게 심각하기 때문에 아동학대 문제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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