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듣는 아이에겐 말투를 이렇게 바꿔보세요
말 안 듣는 아이에겐 말투를 이렇게 바꿔보세요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2.10.17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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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아이를 바꾸는 부모의 말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시기상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주체성을 키워나가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베이비뉴스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시기상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주체성을 키워나가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베이비뉴스

“지금부터 고양이를 생각하지 마세요.” 이 말을 듣고 고양이를 떠올린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무언가를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지만, 결국 그 생각에 더 골몰하게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생각을 억제할수록 그 생각에 더 집착하는 걸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다니엘 웨그너(Daniel Wegner)는 1987년 대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사고의 억압이 우리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A그룹은 ‘흰곰을 생각하라’, B그룹은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한 다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자유롭게 말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흰곰이 생각날 때마다 벨을 누르도록 한 결과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했던 B그룹이 A그룹보다 벨을 더 많이 눌렀다. 즉 학생들은 흰곰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억압하는 과정에서 흰곰을 더 자주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마음속으로 특정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면 오히려 그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을 흰곰 효과(White Bear Effect)라고 한다.

흰곰 효과는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는 부모의 생각과 반대되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장난감을 치우라고 하면 더 어지르고, 밥을 먹으라고 하면 먹지 않고, 집에 와서 무조건 손을 씻으라고 해도 안 씻는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시기상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주체성을 키워나가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의 말과 반대되는 행동을 계속하면 흰곰 효과 때문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부모가 훈육할 때 정해진 기준 없이 무작정 ‘~ 하지 마’라고 억압하면 아이는 오히려 회피하려는 생각에 더 강한 집착을 보일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너는 하지 말라는데 왜 자꾸 더 하니?’라는 말로 다그치면 대부분의 아이는 자신이 왜 말을 안 듣는지 그 이유를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너 왜 엄마 속을 이렇게 썩이는 거야’라고 재촉하거나, ‘너! 이거 안 하면…’이라고 협박하면 아이는 반항심만 커지고 부모가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한다.

그렇다면 흰곰 효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니엘 웨그너 교수는 흰곰 효과를 줄이는 방법으로 흰곰 대신 다른 것을 떠올리라고 제안한다. 집중할 다른 대상을 떠올리면 흰곰 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응용하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아이의 욕구를 자극하는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면 된다. 다시 말해 그 생각을 억제하면 오히려 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다른 단어로 바꿔 표현해본다. 예컨대, ‘엄마 말 무시하지 마’라고 하면 아이는 엄마 말 무시하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지만, 흰곰 효과가 나타나 그 생각을 없애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네가 엄마 말을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와 같이 부정적 단어가 아닌 보다 완화된 긍정적 단어로 표현해 주는 것이 좋다. ‘뛰지 마’라는 말도 더 뛰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에 ‘좀 천천히 걸을까’라고 바꿔 표현한다. 이 밖에도 ‘떠들지 마’보다는 ‘조금만 조용히 하자’, ‘욕하지 마’보다는 ‘예쁜 말을 사용해야지’라고 대체할 수 있다.

3~7세는 발달 특성상 자율성과 주도성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부모가 아이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통제하는 단어를 사용하면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말한 것처럼 억압된 것은 반복적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생각을 억누르려고 하면 흰곰은 더 커지기만 할 뿐이다. 흰곰을 없애려고 억압하기보다는 아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언어로 바꿔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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