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한민정의 엄마의 여행
◇ 둘째날, 새벽 6시 부터 눈이 번쩍!
혼자만의 일본 여행을 강행한 둘째날. 오늘은 제대로 도쿄를 둘러보겠다는 각오 때문인지 새벽 6시에 눈이 번쩍 떠지더군요. 어젯밤 혼자 침대에 누워 잠을 자려니, 무섭다기보다는 허전함에 작은 조명을 켜고 자서, 조금은 피곤했지만요. '1등'으로 조식을 먹겠다는 괜한 경쟁심에, 서둘러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한 가지 신기하고 놀라웠던 점은, 일본 사람들 모두 정말 조용히 식사를 하더라고요. 입에서 씹는 소리조차 바로 옆에서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고 조용히 먹는 모습에서 세련된 매너의 식사예절 문화를 느꼈어요. 물론 사람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요.
◇ 도쿄 유일의 노면 전차를 타고, 시장 구경을 가다
사실 처음부터 화려한 관광지를 보러 온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제 안의 마음'과 화해하고 친해지려고 여행을 떠나온 것이였어요. 천천히 일본의 뒷골목 부터 보고 싶어서, JR 노선을 타고 '오츠카역'으로 향했어요.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 두 아이를 대동하고 큰 유모차를 끌고 낑낑거리며 지하철 안으로 들어오는 일본인 엄마와 우연히 마주쳤어요. 그런데, 갑자기 울컥 하더니,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왔어요.
'일본까지 와서 왠 신파냐~ 에이'라고 하시겠지만, 글쎄요. 저조차도 놀라웠습니다. 아이와 좁은 아파트 안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아둥바둥 살면서 '언제쯤 자유로워질까, 언제쯤 봄이 올까'라고 신세 한탄만 했던 제 자신이 떠올랐어요. 분명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그땐 몰랐지요. 좀더 기운을 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즐기면서 살 수도 있었는데요.
일본 유일의 노면전차를 타고,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풍경,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민형 일본주택을 바라보면서, 마치 영화 속에 한 장면 속에 푹 빠진 착각이 들었어요. 종점역 미노와바시 역에 도착. 이번에는 시장으로 들어갔죠.
일본은 정말 우리나라와 풍경과 음식의 맛까지도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요. 미노와시장에 들어가니, 마치 저희집 근처 재래시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감자고로케가 먹고 싶어서, 튀김집에서 하나 냉큼 사서 입에 털어넣었죠. 튀김집에 시집온 필리핀 아주머니가, 시장통까지 놀러온 저를 보고 신기해하시면서, 또 놀러오라고 따뜻한 미소를 띄어 주신 모습에서, '사람 사는데는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 이젠 일본의 도심 한복판으로 가볼까
미노와역서, 아키히바라역에서 무작정 내렸어요. 사실 오차노미즈역까지 걸어가면, 아름다운 강변과 산책로가 있다고 해서 걸어가려고 했는데, 다리도 아프고 피곤해졌어요. 살짝 아키히바라역 부근 전자상가를 구경하다가 일본의 도심의 중심! 패션의 거리 '긴자'로 이동했어요.
긴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세계적인 고급 상점들의 밀집 지역이에요. 이곳 역시, 서울의 강남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명품 가방과 옷, 고급차, 화려한 음식점과 백화점. 그런데 왜일까요? 제 눈에는 무엇하나 특색있고 특별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대로변 카페에 앉아, 한참을 창 밖을 보며, 횡단보도를 지나다니는 차와 사람들을 바라봤어요. 정말 똑같은 모습에 똑같은 얼굴들 같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영화에서 엑스트라들이 반복해서 왔다갔다하며 촬영하는 느낌이었어요. 저의 모습도 마찬가지겠지요.
이제 또 다른 일본의 모습을 보러 출발합니다!
To be continued.
<참조>
일본의 지하철 소개 블로그 http://impeter.tistory.com/1084
▶ 칼럼니스트 한민정은?
대학시절부터, 성우, 연극배우, 의학방송 진행자로 활동했다. 24살에 10살 많은 노총각과 눈에 콩깍지 잔뜩 씌어 결혼. 20대에 여자인생 최대 4대 산맥이라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정신없이 살 것 같다. 그리고 장난꾸러기 두 아들래미와 아주 지지리 궁상을 떨며 싼티여행을 할 계획이다. http://www.facebook.com/minjeong.han.524
훌쩍 떠나고 싶네요~ 역시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