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은 시대적 과제...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데스크가 만난 사람] 황옥경 제7대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많은 사람들이 30년 동안 유보통합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유보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제안을 해왔다. 그런데 막상 유보통합을 하려고 하니까, 실제 유보통합까지 이루어질까에 대한 의심을 하는 것 같다. 교사는 교사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원장은 원장대로, 그리고 행정가들은 행정가대로... ‘이대로 될까?’ 이런 의구심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성공적인 유보통합의 실현을 위해서,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유보통합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다, 그리고 이 시대적 과제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 혹은 신념, 시대적 과제에 대한 재확인이 각각의 영역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서울신학대학교 아동보육학과 교수로 일하며 후학을 양성하다가, 지난 5월 제7대 육아정책연구소의 소장으로 선임됐다. 황옥경 소장은 한국보육지원학회 회장, 한국아동권리학회 회장, 보건복지부 중앙보육정책위원회 위원 및 놀이추진단 위원, 교육부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아동 분야 연구와 더불어 정책을 자문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취임 100일을 즈음해 베이비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황옥경 소장은 “우리가 30년 동안 유보통합을 제안해 온 이유는 분명히 그 필요성에 의한 공감과 사회적 동의가 있었다고 보는데, 방법론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여러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유보통합, 그리고 조금 더 질적으로 우수한 유보통합을 일궈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유보통합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는 흔들림 없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황옥경 소장은 “내가 갖고 있는 계획과 구상이 좀 충족되지 않더라도, 어떻게 하면 단계적으로 서로 조금 더 조밀하게 맞춰갈 수 있을지를 두고 조율과 조정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황옥경 소장이 유보통합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황옥경 소장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분리돼 있어서 교사 자격의 차이, 재정 지원의 차이 등 알게 모르게 차이가 발생하고 있었는데, 그 차이로 인해서 아이들의 성장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우리는 추적 조사를 하지 못했다”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황옥경 소장은 “덴마크나 호주 학자들이 유보통합을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가 통합이 안 돼서 아이들이 받게 되는 처우의 차이가 발달의 차이를 유발한다는 것이었다”면서 “(유보통합이 실현되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영·유아는 부모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0세에서 5세까지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 하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유보통합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과정들, 즉 교육과정이나 보육과정들이 다시 재정비될 수 있어서, 기존 수준을 넘어서는 더 완성된 형태의, 영·유아의 경험을 주는 교육과정, 보육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황옥경 소장은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차이가 있다”면서 “세계적으로는 신엘리트 개념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문화적 파워를 얼마나 갖고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가를 의미한다. 이번 기회를 빌려서 교육과정도 검토해 보고, 돌봄의 개념도 다시 정리하고, 영·유아를 양육하는 교사들의 역량도 확인해 보는 굉장히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유보통합 실현을 위해선 풀어야 할 쟁점이 산더미처럼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새롭게 출발할 기관의 명칭을 결정해야 할 일이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며, 그 연구 수행 과정의 일환으로 지난 8월 23일 ‘영·유아교육 보육 통합 기관 명칭,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교육부 주최 공청회를 주관하기도 했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모든 생각을 드러내놓고, 최선의 가장 좋은 이름을 찾아 우리 영·유아에게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이름 속에는 우리 정부가, 우리나라가 영·유아를 양육하는 비전이 담겨야 하고, 영·유아 교육기관의 관점도 담겨야 하고, 그다음에 역할과 기능, 성격도 담기는 이름이었으면 좋겠다.”
또 다른 쟁점인 교사 자격에 대해서, 황옥경 소장은 “교사 자격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그런데 분명한 점은 전 세계적으로 교사 자격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향성”이라며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의 상황, 즉 정책 환경이나, 대학 환경이나, 교육 환경에 맞춰서 어떻게 잘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유보통합의 쟁점은 바로 예산에 대한 것이다. 황옥경 소장은 “재정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유보통합 예산 마련과 관련한 쟁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차피 두 개의 집에 있는 두 개의 살림에 대한 재정을 합쳐야 되는데, 교육부로 통합이 되면서 교육청 예산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만으로는 보육 쪽에서 수행해 왔던 지원책들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얼마만큼 포괄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포괄의 근거를 합리적으로 잘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얼마나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우리나라 영·유아의 양육에 앞장서 줄 수 있는가, 이게 관건이 아닌가 싶다.”
황옥경 소장은 유보통합 추진과 관련해서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유보통합은 지금 적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통합 법률도 만들어주시고, 재정이 통합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고, 주요 사안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 재원이나 법률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진척이 더디지 않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국회와 정치권의 협조와 지원이 굉장히 필요한 시기다.”
황옥경 소장은 유보통합 이슈와 함께, 최근 핵심적인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저출생 문제에 대한 진단도 잊지 않았다. 이 부분과 관련해 황옥경 소장은 우선 “지금의 청년 세대는 결혼과 출산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성장한 세대”라면서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해서 사는 것, 그다음에 출산해서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삶에서의 가치, 이런 부분을 생각할 겨를 없이 굉장히 고단하게 청년기와 성인기로 진입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저출생 현상의 원인이, 서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짚었다.
“우리나라 저출생의 이유는 ‘내가 경제력이 부족하다, 직장의 안정성이 부족하다, 그다음에 나의 삶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이 너무 크게 다가온다, 자녀를 최상의 아이로 키울 자신이 없다’, 이런 것들인데 서구의 저출생의 이유는 미래 자연 환경에 대한 불안정성, 미래 경제에 대한 불안정성 등이다. 경제보다는 자연환경에 대한 불안정성이 더 큰 편이다. 지구 열기가 뜨거워지고, 생태계가 바뀐다는데, 우리 아이가 변화하는 자연 생태에서 살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 때문에 출산을 꺼린다. 출산 주저 혹은 비출산 결정의 이유가 굉장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서구는 출생률이 떨어졌다 반등하고, 떨어졌다 반등하고 이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는 주로 개인적인 이유에서 저출생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출생률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황옥경 소장은 ”연구소 부서 직제에 저출생 가족 정책 연구실이 있다“면서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출산 후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공공에서 어떻게 지원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정책 제안도 진행하고, 산후 우울에 대한 대응들은 정책적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공공의 돌봄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등에 대한 연구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황옥경 소장에게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으로서의 미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보통합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면서 “유보통합이 워낙 큰 난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유보통합을 잘 완성해 갈 수 있도록 연구로 지원하는 게 저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보통합을 위한 접근법이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통합의 내용은 유보통합에 대한 기존의 염원을 충족시키는 것과, 그런 열망에 변화를 준 것 사이의 선택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보통합이 현장에서 잘 안착해서 운영되는 것을, 임기 말에 보고 싶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런데 너무 큰 욕심일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3년 내에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구 국가를 봐도 굉장히 오랜 기간이 걸렸다. 그래도 저의 임기 말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유보통합의 법체계라도 만들어내면, 앞으로 유보통합이 잘 갈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유보통합의 내용과 정부가 결정해 나갈 정책의 연관성이 커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제가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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