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벌 떨면서 에스컬레이터에 유모차 싣는 엄마들
벌벌 떨면서 에스컬레이터에 유모차 싣는 엄마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09.12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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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 이동권 불모지 공포의 까치산역 가보니…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세 엄마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 지하1층에서 지상으로 오르는 1인용 에스컬레이터에 유모차를 밀며 올라서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세 엄마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 지하1층에서 지상으로 오르는 1인용 에스컬레이터에 유모차를 밀며 올라서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세 엄마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 지하1층에서 1인용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유모차를 붙잡은 채 오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세 엄마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 지하1층에서 1인용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유모차를 붙잡은 채 오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휠체어, 유모차 진입금지!’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앞에 설치된 볼라드(진입방지봉)에 붙어 있는 글씨다. 많은 지하철역들이 안전상의 이유로 이 같은 볼라드를 설치해놓고 유모차와 카트, 휠체어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아이의 경우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아이의 안전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내 유모차 사용은 더욱 금기시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 강서구 화곡동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을 이용하는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다칠까 무섭다”면서도 이 볼라드를 지나 울며 겨자 먹기로 에스컬레이터에 유모차를 싣고 있다. 까치산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지상이나 승강장과 연결돼 있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인 탓에 어쩔 수 없이 에스컬레이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3살, 2살 연년생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에 서너 번 까치산역을 이용해 문화센터에 다니는 박효진(33) 씨.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까치산역을 이용하곤 하는 박 씨는 “에스컬레이터 타기가 늘 두렵다”고 말한다. 지상에서 까치산역 대합실로 들어가는 곳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곤 하는데, 유모차 바퀴가 끼이면서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까치산역은 대합실에서 승강장까지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유난히 긴 곳이다. 이곳에는 계단도 없어 박 씨는 지하1층 대합실에서 지하5층 승강장까지 에스컬레이터에 유모차를 실은 채 이동할 수밖에 없다. 지하1층 대합실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승강장까지 운영되진 않는다. 결국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도 중간에 내려 다시 계단을 따라 승강장으로 내려가야 하니, 에스컬레이터를 선택하는 게 낫다는 게 많은 유모차 이용자들의 선택이다.

 

박 씨는 “엘리베이터가 있기에 승강장까지 가려고 탔다가 계단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그 다음부터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며 “매번 근무하는 분에게 연락해 유모차를 들어달라고 하기 눈치 보여 무서워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하1층 대합실-지하5층 승강장 에스컬레이터 구간에서도 유모차 바퀴가 끼이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는 “에스컬레이터 경사가 급해 불안하고 위험해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기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 적응하고 살 수밖에 없으니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선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다 보니, 장애인 분들은 더 불편하고 답답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다 불편해 하는데 빨리 개선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까치산역의 경우 지상-지하1층 대합실은 계단과 1인용 에스컬레이터로, 대합실-지하5층 승강장은 4개의 에스컬레이터로 돼 있다. 그나마 지하1층 대합실 한쪽 구석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만 대합실-지하4층 구간만 운영된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지하 4층에서 승강장이 위치한 지하 5층까지 가려면 반드시 30칸의 계단을 거쳐야만 하는 구조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겐 까치산역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역사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지상에서 대합실까지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내려온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4층까지 내려간 뒤, 또 다시 휠체어 리프트를 타야만 승강장에 도착할 수 있다. 까치산역의 복잡한 편의시설 구조가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까치산역을 자주 이용하는 한 엄마는 “까치산역 엘리베이터는 불편해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일명 직원용 엘리베이터”라며 “그 엘리베이터 때문에 민원도 많이 들어갔다고 알고 있는데, 고쳐지지 않으니 그저 불편한 사람이 알아서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에스컬레이터에 유모차를 싣는 건 아이 안전상 굉장히 위험하다는 점이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원장 공창석)이 최근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승강기사고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296건으로 엘리베이터 사고보다 무려 157건이 많았다. 에스컬레이터 사고 중에는 끼임 사고가 15.2%를 차지했는데, 이중 13세 미만 어린이 사고가 90%를 차지했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자원통상부 기술표준원은 ‘승강기검사 및 관리에 관한 운용요령’에 에스컬레이터(수평보행기 포함) 이용자가 승강기의 안전운행과 사고 방지를 위해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유아나 애완동물은 보호자가 안고 타야하며, 어린이나 노약자는 보호자가 잡고 타야 한다. 또한 유모차 등은 접어서 지니고 타야하며, 수레 등은 싣지 말아야 한다. 역주행이나 돌발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어린이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안전상의 이유로 에스컬레이터에서 유모차를 이용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유모차나 카트 등이 에스컬레이터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현재까지 5~8호선 85개역 451개 에스컬레이터(2인용) 앞에 볼라드를 설치했다. 유모차를 실었다 넘어질 경우 다른 이용객까지 도미노식으로 전도되는 등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하는 의도다.

 

까치산역은 지하1층 대합실에서 지하5층 승강장까지 가는 에스컬레이터 구간이 가파르고 길어 더욱 위험하다. 이곳 에스컬레이터의 경사는 30도로 굉장히 가파르고 길이도 40m로 길다. 실제 기자가 현장을 방문해 대합실에서 승강장까지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해보니 이동시간만 1분 30여초가 걸렸다. 과거 까치산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 전도사고 및 오작동사고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적도 있다.

 

까치산역사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는 위험하기 때문에 연락을 주시면 직원이나 공익요원이 직접 유모차를 들어드리고 있다. 될 수 있으면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자제시킨다”면서도 “어머니들이 호출한 뒤 기다리기 힘드셔서 혼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기도 하신다. 그것까지 저희가 어떻게 할 순 없지만 도움을 요청하면 들어드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엄마들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아이 부모 이지현(34) 씨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바퀴가 낀 적이 있어 불안한 마음에 항상 출구 계단 앞에서 역사에 호출했었다. 그런데 역사 직원이 유모차를 들어주며 ‘이 정도 크기는 에스컬레이터(1인용)에 들어가니 타도 된다, 사고 날 일이 없다’는 말을 하더라”며 “에스컬레이터는 정말 이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귀찮다는 말처럼 들려 다음부터는 아이를 안고 유모차를 접어서 힘겹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도 또 계단이 있으니, 좀 불안해도 (대합실부터) 승강장까지는 유모차를 에스컬레이터에 태워서 내려간다. 위험해도 유모차를 꽉 잡고 이용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5살, 2살 아이를 키우는 오은미(33·가명) 씨도 “도와달라는 건 한계가 있다. 어떻게 매번 그러겠느냐”고 말했다.

 

디럭스 유모차를 이용하다 까치산역의 불편함 때문에 휴대용 유모차를 구입했다는 박현진(31) 씨는 “답답한 마음에 구청에도 민원을 넣었다. 어떻게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그 모양이냐고 말이다. 그랬더니 ‘엘리베이터를 만들 부지가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오더라”며 “결국 엄마들은 에스컬레이터가 무서워도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정말 엘리베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지상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인도 공간이 좁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게 되면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지하4층-승강장까지도 수직증축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공간 확보가 어렵다. 향후 주변 여건이 변화되면 설치 여부 등을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시스(대표 이종승)와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유모차 이용자들도 버스, 지하철, 기차 등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http://safe.ibabynews.com)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서포터즈 1000명(가족 포함 3000명)이 참가하는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소망식이 오는 15일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한 엄마가 두 아이와 함께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지하철 2, 5호선 승강장인 지하5층에서 지하1층 대합실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이 에스컬레이터의 경사는 30도로 굉장히 가파르고 길이도 40m로 매우 길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한 엄마가 두 아이와 함께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지하철 2, 5호선 승강장인 지하5층에서 지하1층 대합실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이 에스컬레이터의 경사는 30도로 굉장히 가파르고 길이도 40m로 매우 길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4일 오후 엄마들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 지하1층에서 유모차를 밀며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좁은 개찰구는 휴대용 유모차가 통과하기에도 좁다. 개찰구를 통과할 때마다 부모들은 아이의 팔이 다칠까 걱정이 앞선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4일 오후 엄마들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 지하1층에서 유모차를 밀며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좁은 개찰구는 휴대용 유모차가 통과하기에도 좁다. 개찰구를 통과할 때마다 부모들은 아이의 팔이 다칠까 걱정이 앞선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한 엄마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 지상 출입구에서 자녀를 태운 유모차를 뒤로 한 채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뒤쪽 인도 위에는 짐이 쌓여 있어 걸려 넘어질까 불안한 상황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한 엄마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 지상 출입구에서 자녀를 태운 유모차를 뒤로 한 채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뒤쪽 인도 위에는 짐이 쌓여 있어 걸려 넘어질까 불안한 상황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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