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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리대 가격 OECD 상위권... 국가 책임론 커진다

국회입법조사처, 보편적 월경권 위한 정책 전환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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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생리대 가격이 해외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월경용품 접근성을 국가가 책임 있게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이비뉴스

한국의 생리대 가격이 해외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월경용품 접근성을 국가가 책임 있게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월경을 단순한 개인 위생 문제가 아닌 건강권과 교육권에 직결된 기본적 생활 조건으로 인식하고, 보편적 보장과 다양성 존중을 기반으로 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관련 정책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기본권으로 보장받아야 할 보편적 월경권'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영국 연구기관이 발표한 국가별 최저 가격 기준 생리대 가격 조사(single pad 기준)에서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0.113달러(약 153원)로, 조사 대상 30개국 중 7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 체감도 역시 높았다. 생리대 구매자의 80.6%는 생리대가 ‘비싸다’고 인식했으며, 93.2%는 가격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평균 생리대 가격(중형 357.03원, 오버나이트 652.81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여성 1인이 월평균 1만 3974원, 연간 약 18만 1674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2025년 생리대 소비자물가지수도 119.31로, 2020년 대비 상승했다.

보고서는 "여러 정책적 대응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안전성 등의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개별 정책 수단의 미비라기보다는, 생리용품을 어떠한 정책적·권리적 대상으로 인식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월경용품을 단순한 소비재로 볼 것인지, 건강권·교육권과 결합된 기본적 생활조건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범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월경은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건강과 인권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 역시 월경을 권리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WHO는 월경을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닌 건강과 인권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UN인구기금은 월경으로 인해 건강권, 교육권, 노동권, 성평등권 등이 침해받지 않아야 하며 월경 관리에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보편적 월경권 보장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다수 주에서 이른바 ‘탐폰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했으며, 2025년 5월 기준 18개 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생리용품 세금 폐지 또는 감면 조치를 시행 중이다.

뉴질랜드는 2021년부터 전국 공립학교와 국가지원 학교를 대상으로 무료 생리용품 공급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2020년부터 ‘생리용품 지원 제도’를 통해 모든 국공립학교와 16~19세 교육기관 학생에게 무료 생리용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스코틀랜드는 2021년 「Period Products (Free Provision) (Scotland) Act」를 제정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무료 생리용품 접근권’을 법적으로 보장한 세계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월경권을 보편적 권리가 아닌 개인의 선택적 소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면, 월경용품의 보편 지급 정책은 지속가능성과 효과성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따라서 월경을 개인 위생 문제가 아닌 건강권 및 사회참여권과 관련된 기본적인 생활 조건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합의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격 구조의 투명성 확보도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 생리대는 포장 단위와 구성 수량, 유통 채널, 할인 행사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커 소비자가 실질적인 가격 수준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보고서는 "정부는 사후적·일회성 조사에 그치지 않고, 가격 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비자가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생리대 판매 방식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생리용품을 포함한 필수 위생용품에 대해 제조·유통 가격 구조를 조사하고,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소비자에게 가격 정보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고서는 가격 안정화 정책이 획일적 제품 공급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위탁생산을 통한 가격 결정권 확보’ 방안이 민간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완화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가격 중심 접근만으로는 장애여성 등 다양한 월경 경험을 가진 이용자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생리용품 산업의 연구개발과 기술 혁신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의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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