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교육, 기회만큼 중요한 것은 배움의 방식
[개발도상국 영유아, 배움의 격차를 줄이다] 3. 초록우산 캄보디아사무소 노재균 사무소장
기고=노재균[email protected]수정 2026.10.26 14:46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출생 국가나 환경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충분한 배움의 기회를 위해 ‘개발도상국 영유아, 배움의 격차를 줄이다’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개발도상국과 취약지역 영유아가 처한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과제와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모든 아동이 생애 초기부터 배움의 기회를 보장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공감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캄보디아 프놈펜 도심에는 마천루와 낡은 판잣집이 공존한다. 하천변을 따라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들어선 벙뜨라벡 마을도 그중 하나다. 예닐곱 식구가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우기에는 집이 물에 잠기기도 한다. 부모가 일하러 나간 낮 시간 동안 아이들은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거리와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 이곳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에서 놀고 배우는 일은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일상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은 캄보디아가 안고 있는 영유아교육의 과제와 맞닿아 있다. 2023년 12월 발표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캄보디아는 평가 대상 81개국 중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캄보디아 교육부는 교육 성과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교사의 역량 부족과 함께 초등학교 취학 전 영유아교육의 공백을 지목했다. 실제로 캄보디아 교육부 산하 영유아교육국의 조사에 따르면 만 3~5세 아동 중 조기교육 서비스를 받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공립 유치원에 등록된 아동은 28.6%에 불과하다. 많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 충분한 교육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 공백은 벙뜨라벡과 같은 도시 빈곤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생계유지에 급급한 부모에게 자녀의 조기교육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다. 사립 유치원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용하기 어렵고, 공립 유치원 역시 가까운 곳에 없어 교육 기회를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영유아교육의 공백을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는 이 시기의 경험이 이후 성장과 학습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5세 이전은 두뇌 발달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로, 이때 충분한 자극과 경험을 얻지 못하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새로운 지식을 익히고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영유아교육은 단순히 초등학교 입학 준비 과정이 아니라 아이들이 앞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만큼 더 많은 아이가 생애 초기부터 충분한 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살펴야 할 것은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다. 캄보디아의 많은 유치원에서는 어린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혀 글자와 숫자를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나 두뇌 발달이 활발한 영유아기에는 지식의 암기보다 다양한 자극과 경험을 통해 두뇌가 스스로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아이 안에 있는 참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고, 보고, 듣고, 만지며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또래와 어울리고 주변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호기심을 키우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다. 영유아교육이 아이들의 발달 특성에 맞는 놀이와 다양한 경험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초록우산이 벙뜨라벡에서 운영하는 아동개발센터 역시 이러한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센터는 160여 명의 아동에게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고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주변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이들에게 정해진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스스로 경험하고 발견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사례는 영유아교육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교육받을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문턱을 낮추고,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발달과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어디에서 태어났든 모든 아이가 충분히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와 내용 모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 기사 어떠셨나요?
Copyright ⓒ 베이비뉴스 · [email protected]저작권자 © 베이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베이비뉴스 기사후원 ARS 1533-5155후원 안내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