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응급실 압수수색, 오늘 밤 아픈 아이는 누가 볼 것인가
아주대병원 소아응급 전문의 9명 중 7명 사의 표명… 진상 규명과 응급진료 유지, 모두 지켜야 한다
소장섭 기자[email protected]수정 2026.10.30 09:17
아이가 한밤중에 열이 펄펄 끓거나 경련을 일으켜 응급실로 달려가 본 부모라면 안다. 그 시간에도 불이 켜진 소아응급실 하나가 얼마나 큰 안도감을 주는지. 그런데 그 불빛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 남부 소아응급진료를 맡아온 아주대병원 전문의 9명 중 7명이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발단은 올해 7월 발생한 환아 사망 사건이다. 당시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아가 숨졌고, 유족은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고소를 접수한 뒤 지난달 30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의료진의 집단 사의 표명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의 적법성을 강조하면서도 의료계와의 갈등을 풀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경찰은 국정감사에서 적법한 수사였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반면 경찰 지휘부는 최근 아주대병원을 직접 찾아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도 응급실 압수수색의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사과를 요구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이 글은 수사가 적법했는지를 가리려는 글이 아니다. 아이를 잃은 가족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따지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진상 규명과 응급진료 유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둘 다 지켜져야 한다. 지금은 그 균형이 흔들리는 이유를 살피고,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할 때다.
문제의 핵심은 대체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소아응급실 의사는 이미 구하기 어려운 인력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의 대부분이 진료 현장을 떠난다면 그 빈자리를 단기간에 채우기는 쉽지 않다. 사의 표명이 실제 퇴직으로 이어질 경우 진료 공백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의료진과 수사기관의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의 아이들과 부모에게 돌아간다.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아이는 아픈 순간을 골라서 아프지 않는다. 열성경련이나 호흡곤란, 이물질을 삼키는 응급상황 앞에서 부모가 바라는 것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진료할 소아 전문의가 있다는 확신이다.
응급진료가 줄어들면 부모는 더 먼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할 수 있다. 병원을 찾아 이동하는 시간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 환아를 잃은 가족의 아픔과는 별개로, 지역의 수많은 부모가 소아응급진료 체계에 대한 불안을 떠안게 됐다. 한 사건을 둘러싼 갈등이 지역 전체의 의료 불안으로 번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해법은 갈등의 당사자들이 한발씩 물러나 아이들의 진료를 최우선에 놓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첫째, 병원과 정부, 경찰은 의료진의 사의 표명이 실제 진료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긴급히 대화에 나서야 한다. 사의 표명 이후 의료진의 근무와 진료 일정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진료 공백을 막을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감 표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진료 현장에 남을 수 있는 조건을 함께 찾아야 한다.
둘째, 응급의료기관을 수사할 때 환자 진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절차와 기준을 논의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권한을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다. 의료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도 응급환자 진료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수사의 독립성과 환자의 생명·안전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다.
셋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아응급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할 것인지 정부가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의료진이 의료사고 분쟁과 수사에 대한 부담 속에서 진료를 포기하게 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응급의료 현장의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분쟁 해결 체계와 충분한 인력 지원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특정 병원이나 의료진의 노력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역 소아응급의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소아응급실은 아이와 부모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다.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아프고, 부모는 병원 문을 두드린다. 아이를 잃은 가족이 원하는 진상 규명도, 또 다른 아이를 살릴 응급진료 체계도 포기할 수 없다.
공방의 승패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오늘 밤 아픈 아이를 누가 볼 것인가다.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병원과 정부, 경찰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어른들의 답이 하루라도 늦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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