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의 성장은 기다리지 않는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행복한 한 끼’
[특별기고] 서영미 호원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영유아에게 한 끼의 식사는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시간이 아니다. 처음 접하는 음식의 맛과 향을 느끼고, 스스로 숟가락을 사용하며, 친구와 함께 식사하는 과정에서 영유아는 자율성과 사회성을 배운다. 영유아에게 식탁은 건강한 성장과 발달이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교육 공간이다.
그렇다면 영유아가 어느 지역에 살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어느 기관에 다니느냐에 따라 이러한 식생활 환경을 뒷받침하는 공적 지원이 달라져도 되는가.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어린이집 급·간식비 격차해소 정책토론회’에서 필자가 제기한 문제의식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급·간식비 논의는 단순히 지원금액의 차이를 넘어, 국가가 모든 영유아에게 어떠한 성장 환경을 보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현재 유치원은 유아학비와 별도로 무상급식비를 지원받지만, 어린이집은 보육료에 급·간식비가 포함돼 있다. 식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어린이집은 한정된 보육료 안에서 급식과 다른 보육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전국 185개 어린이집을 조사한 결과, 아동 1인당 하루 평균 급·간식비 지출액은 4273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6년 보육료 산정에 반영된 추정 단가 1745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의 본질은 급식비 지원의 유무가 아니라, 영유아의 기본적인 식생활을 보장하는 재정 구조가 기관과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데 있다.
여기에서 필자는 두 가지 형평성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는 ‘발달적 형평성’이다. 영유아 급식은 동일한 금액을 지원한다고 해서 동등한 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발달 단계에 적합한 영양과 안전한 식재료는 물론, 다양한 맛과 질감을 경험하고 교사와 또래의 긍정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식사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교육학적으로 식사는 영양 공급을 넘어 일상 속 배움과 발달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따라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한 끼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건강한 한 끼’에서 나아가, 영유아의 자율성과 발달을 존중하는 ‘행복한 한 끼’여야 한다. 형평성의 기준 역시 지원금액의 동일성을 넘어 모든 영유아가 자신의 발달에 적합한 식생활 환경을 보장받는 데 있어야 한다.
둘째는 ‘시간적 형평성’이다. 정책은 법률 개정과 예산 편성, 관계기관 협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만, 영유아의 발달은 행정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늘 한 살인 영유아에게 필요한 영양과 식생활 경험은 그 영유아가 한 살인 지금 제공돼야 한다. 몇 년 뒤 지원이 확대되더라도 이미 지나간 발달 시기의 경험을 동일하게 되돌려줄 수는 없다. 영유아 정책에서는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하는가뿐 아니라, 필요한 지원이 언제 이루어지는가도 중요한 형평성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오랫동안 제기돼 온 급·간식비 지원 격차를 국가재정 책임과 정책 실행으로 연결해야 한다. 2027년부터 0~5세 모든 어린이집 이용 영유아를 국가 지원체계에 포함하고, 전국 공통의 기본 지원 기준과 적정 단가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분담 및 법적 집행 근거를 명확히 하고, 기존 지역별 지원이 축소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예산 확보만으로 국가 책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원이 실제 영유아들의 식탁에 안정적으로 도달하고, 식재료의 안전성과 발달 단계별 식생활의 질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정책의 의미가 실현된다.
유보통합의 성과는 행정체계가 얼마나 통합됐는지가 아니라, 그 변화가 영유아들의 일상을 얼마나 나아지게 했는가로 평가돼야 한다.
저출생 시대에 영유아를 낳도록 지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미 태어난 영유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일이다. 영유아의 한 끼는 단순한 급식 예산이 아니라 아동의 건강권과 발달권, 국가의 공적 책임이 만나는 가장 기본적인 자리다.
2027년이 모든 영유아의 건강하고 행복한 한 끼를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영유아의 성장은 기다리지 않는다. 이제 국가의 정책 시간을 영유아의 발달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
*이 글은 호원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이자 전북시군구육아종합지원센터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영미 님이 보내왔습니다. 베이비뉴스는 각 분야 전문가 및 양육자들의 기고를 언제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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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편집국편집국 질문34분 전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어디를 다니고 계신가요? 급·간식비 지원에서 차이를 느껴본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