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맘카드 넘어, 감동까지 줄 순 없나
고운맘카드 넘어, 감동까지 줄 순 없나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4.07.02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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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아기 탄생 축하하는 감동적 정책 없을까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저출산 시대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기를 포기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아이를 낳아 보란 듯이 잘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들이 많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자신이 있겠느냐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우리들의 희망이자 미래다. 지금부터라도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가야 한다. 첫 번째로 2008년 12월부터 시작해 만 5년을 훌쩍 넘긴 정부의 임신·출산진료비지원사업을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특별기획] 고운맘카드 버전 업그레이드 기사 싣는 순서

 

① 발급 절차, 다시 생각해보자!
② 지원 금액, 이게 최선인가!
③ 감동까지 줄 수는 없을까?


복지 선진국가로 잘 알려진 핀란드. 뛰어난 복지정책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뻗친 만큼 임산부를 지원하는 정책 역시 세심하게 정비돼 눈길을 끈다. 그 중에서도 '머터니티 패키지'(maternity package)는 우리나라 임산부들이 들으면 매우 부러워할 만한 복지 서비스다.

 

우리말로는 '모성박스' 또는 '임산부박스', '임신 축하선물 상자' 정도로 부를 수 있는 '머터니티 패키지'는 출산을 앞둔 핀란드 임신부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선물 상자로, 엄마가 된 여성과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한 갖가지 용품들로 꾸려져 있다.

 

핀란드의 추운 날씨를 고려한 아기 방한복부터 수건, 이불, 양말, 머리빗, 손톱깎기, 그림책, 장난감 등 육아에 필요한 물건은 죄다 담겼다. 심지어 상자 속에는 아기용 매트리스까지 들어 있다. 박스에 매트리스를 깔아 아기 요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출산 전 남편과 일일이 육아용품을 알아보고, 구매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그야말로 착한 선물인 셈.

 

핀란드의 임산부 대부분은(95%)은 현금 수령 대신 머터니티 패키지를 택한다. ⓒWikimedia Commons
핀란드의 임산부 대부분은(95%)은 현금 수령 대신 머터니티 패키지를 택한다. ⓒWikimedia Commons

 

'머터니티 패키지'는 출산을 앞둔 핀란드 임신부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선물 상자로, 엄마가 된 여성과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한 갖가지 용품들로 꾸려져 있다. ©Kansaneläkelaitos
'머터니티 패키지'는 출산을 앞둔 핀란드 임신부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선물 상자로, 엄마가 된 여성과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한 갖가지 용품들로 꾸려져 있다. ©Kansaneläkelaitos

 

이 패키지는 매해 구성품과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진다. 핀란드의 많은 육아용품 업체가 이 패키지에 제품을 납품하고 싶어하는데, 2년에 한 번씩 정부가 패키지 속 제품을 평가해 구성품을 바꾸는등 업체들을 경쟁시켜 최고 품질의 제품만 넣기 때문이다.

 

예비 엄마들은 출산 전 정부로부터 이 패키지와 출산 축하금 140유로(21만 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엄마들(95%)은 현금 수령 대신 이 패키지를 택한다고 하니, 머터니티 패키지가 임산부에게 얼마나 유용한 서비스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핀란드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지역 보건센터를 통해 임산부와 아동의 건강을 무료로 진료해주는 한편, 10개월 간의 출산휴가를 적극 장려, 휴가 기간에도 급여의 70%를 보장하는 등 다양한 출산 지원 정책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임산부 지원 정책은 어떠한가. 한국에도 보건소를 통한 철분제·칼슘제 무상지원, 출산휴가 및 보호자휴가, 임신·출산 진료비 일부를 지원하는 '고운맘카드' 등 핀란드에 견줄 만큼은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복지 정책들이 있다.

 

하지만 핀란드의 머터니티 패지지와 같이, 지원금을 넘어 진정한 축하의 의미가 담긴 감동적인 정책은 전무하다. 단지 90일 남짓한 출산휴가와 몇 통의 약 그리고 소정의 진료비가 쥐어질 뿐, 축하받아야 마땅한 산모와 아기는 정부로부터 그 어떠한 축복의 메시지를 건네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예비 엄마는 "핀란드가 괜히 선진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서 이렇게 육아용품까지 지원해준다면 아이를 낳는데 경제적인 부담도 덜할 것 같다"며 "한국과 너무 비교되니까 한국에서 아이 낳기 싫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 엄마는 "출산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는 건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드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라며 "고운맘카드 등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 외에도 정말 아기를 낳는 것이 축복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아기의 탄생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육아용품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뿐만이 아니다. 임산부를 위한 강의와 프로그램 등 임산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 역시 부족하다. 각 지자체 보건소에서 '모자보호사업'의 일환으로 간간히 임산부 교실을 운영하긴 하지만, 수요에 비해 인원이 제한적이고 지속적이지 못하다. 정부의 지원체계가 그만큼 빈약하다는 뜻. 때문에 육아용품과 관련된 기업과 문화센터 등 사설기관들이 산모교실을 운영하며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아기를 임신하면 총 8번의 출산준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의무적인 것은 아니나, 임산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근육운동, 단전호흡, 요가, 수영체조, 댄싱 등이 임신 중 산모와 태아의 건강증진과 순산에 도움을 주는 알찬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는 최근 유럽 최고 출산율 2.08명을 기록했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출산비를 지원하는 고운맘카드와 더불어, 머터니티 패키지와 같은 감성적인 정책이 더해진다면 임신과 출산을 꺼리는 부부들의 마음을 돌리고, 저출산 문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처럼 감동이 있는 임산부 지원 정책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임신과 출산을 바라보는 자세를 새롭게 만드는 인프라 구축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영 한국보건사회 출산정책연구센터 박사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부터 출산정려정책을 전개했지만, 합계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는 등 그간 펼쳤던 출산 정책이 그리 효과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현재 출산선진국의 복지 정책을 대부분 받아들였지만, 핀란드와 같이 아직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정책은 마련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박사는 "우리나라 출산장려정책은 아이를 낳기 위해 지원하는 산전정책보다 육아비 지원 등 산후정책에 치중돼 있다"며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임신부터 다양하게 지원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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