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엄마에게 들려주는 아이 마음
아이들은 아기 말투로 엄마에게 말을 걸거나, 기저귀나 젖병에 관심을 보이면서 나이에 맞지 않게 아기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를 ‘퇴행’한다고 표현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각 개월, 혹은 연령에 적절한 발달 과제를 해결하면서 한 단계씩 성장한다. 발달 과제라는 것은 아이가 때가 되면, 뒤집고 돌 무렵, 걷기 시작하고 “엄마”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점차 사회성이 발달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릴 줄 알며, 타협하는 방법들을 알아가는 것처럼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나이에 적절하게 발달하는 모습들을 말한다.
아이들은 사회성, 언어, 인지, 정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달을 하는데 각 발달 과정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자극을 받지 못하여 결핍되었거나 그 외에 다른 원인들에 의해서 발달 단계를 넘어가지 못하고 발달 과제가 해결되지 못한 단계로 되돌아가는 것을 퇴행이라고 한다.
퇴행은 연령에 맞지 않게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하거나, 부모가 자신을 아이처럼 대해주기를 원하기도 하며,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들로 떼를 부리기도 한다. 주로 정서적인 문제들을 많이 보이기에 학교성적, 언어적인 표현 등에는 어려움이 없으나 미성숙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퇴행을 보이는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충분한 애착을 경험하지 못하였다고 느꼈을 때, 자신을 어린아이와 같이 대해주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동생의 태어남에 의해서 라던가 혹은 애착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에 부모의 보살핌이나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였던 경우가 일수도 있겠다.
혹은 아이가 현재의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감이 크며, 긴장하거나 두렵다고 느낄 때도 아기처럼 엄마의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퇴행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의 생활이 갑작스럽게 바뀌거나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낄만한 사건을 경험하였을 때도 보일 수 있다. 아동의 일시적인 불안감으로 인해서 퇴행을 보인다면, 아이의 현재의 불안감이 해소되어서 다시 안정감을 찾게 된다면 퇴행은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개인마다 불안감을 해소하고 견디어내는 심리적인 강도가 다르기에 퇴행을 보이는 기간도 다를 것이다.
아동심리치료사들은 상담 과정 중에서 퇴행을 보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들이 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아동의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었기에 아동이 느낀 결핍감을 퇴행의 과정으로 채우는 시기라고 본다. 그래서 이때 아동이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현재의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동이 퇴행을 보인다면, 부모가 아동의 행동을 이해하고 수용해서 이 단계는 빨리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하지만 엉뚱한 행동이고 어리광을 피우고 있다고 하여 부모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아이의 결핍감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해소되지 않은 결핍감으로 인해서 또 다른 정서적인 문제, 또래관계에 어려움, 적응의 어려움 등이 생길 수 있다.
단, 아이의 퇴행을 받아 줄 때는 ‘이 행동은 엄마와 둘이 있을 때 하자’라고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집이 아닌 곳, 학교나 유치원등에서 아이의 연령의 맞게 적절한 행동을 하고 결핍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부모하고의 관계에서 해결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칼럼니스트 차미성은 서울여대 교육심리학과 상담심리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연세누리, 두드림, 아이디딤 소아정신과 및 상담센터에서 다년간 놀이치료사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허그맘 소아청소년심리센터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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