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부할 수 없는 아빠 육아시대
지금은 거부할 수 없는 아빠 육아시대
  • 칼럼니스트 김보영
  • 승인 2014.12.21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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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시간이 필요해

[연재] '솔이 엄마' 김보영 아나운서의 워킹맘 다이어리

 

지난 일요일(1129)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하고 EBS에서 방송되는 워킹맘 워킹대디를 위한 토크 콘서트, <행복을 위한 15분의 비밀>’에 게스트로 다녀왔습니다(대게 이런 무대에는 사회자로만 서다가 그 반대의 입장이 되니 무척 색다른 느낌이더군요). 이 자리에는 저 이외에도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 윤대현 서울대병원 교수,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과 가수 박기영 씨, 김태우 씨 등이 함께 했습니다.

 

저 역시 일하는 엄마로서 다른 출연자들의 말씀에 귀 기울였는데요, 특히 신순철 부행장님의 "인생을 마디가 아닌 터널로 보라"는 이야기에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엄마들을 향해 눈앞의 이, 삼년이 아닌 긴 인생 전체를 보라는, 겪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진심어린 조언이었습니다.

 

또한 가수 김태우 씨의 사연도 인상 깊었는데요, 요즘 그는 '오 마이 베이비'라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지요. 김태우 씨도 저처럼 딸만 둘인지라, 평소 은근한 동지애를 느끼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는 평소 바쁜 일정 탓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했었다고요. 최근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된 것도 방송을 핑계삼아 두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는 솔직한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것은 비단 워킹맘뿐만이 아닙니다. 물론 그 강도와 비중에야 차이가 있겠지만 워킹대디도 일과 육아를 병행합니다. 예전 아버지의 역할은 주로 '가정의 경제'를 담당하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사회적 성공보다 가정의 행복을 우선순위에 두는 아빠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맞벌이가 늘면서 육아에 대한 분담도 당연시되는 분위깁니다.

 

앞서 독립만세(1)편에 밝혔듯, 저희 식구는 최근 친정 부모님 댁에서 나와 따로 살림을 차렸습니다. 저희 남편은 친정에 머무르는 7년 동안 대학병원 전공의, 전임의 과정을 마쳤고요. 대학병원의, 특히 산부인과 의사의 수련과정은 무척 고됩니다. 집에 들어올 수 있는 날은 보통 일주일에 두세 번,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을 먹는 일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환자를 보는 것뿐 아니라 당직, 학회, 논문 등으로 늘 일에 허덕이는 신세라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지요.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솔이가 서너 살 쯤 되던 어느 토요일 오후, 모처럼 남편이 시간을 내어 세 식구가 가까운 콘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다음 날은 남편의 학회가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었이었고요. 아쉬운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내고 다음날 남편을 병원에 내려주는데 솔이가 아빠를 향해 해맑게 웃으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아빠, 시간나면 또 집에 놀러오세요!” 아마도 당시 솔이의눈에는 '아빠란 가끔 집에 놀러오는 손님'쯤으로 보였던 모양이지요. 저희 부부에게는 우스우면서도 짠한, 그야말로 웃픈(웃기면서 슬픈)’ 추억이 된 얘깁니다.

 

하지만 몇 달전부터 저희 집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남편이 전임의를 마치고 다른 병원으로 옮긴 이후 매일 저녁 일찍 집에 올 수 있게되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저는 퇴근하기가 무섭게 저녁거리를 준비해야 하지만 이 또한 행복입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에 스프링처럼 뛰어나가 팔에 매달리며 비행기를 태워 달라 조릅니다(비행기란 아이를 번쩍 안고 앞뒤로 휘두르며 "비행기"하고 소리 지르는 행위에요. 딱히 특별한 건 없습니다.^^). 아이들은 아빠의 비행기 두어 번에 까르르 숨이 넘어가고 어느새 불혹의 나이가 된 남편은 목까지 숨이 찹니다.

 

왁자지껄 저녁을 먹은 뒤 설거지를 하는 것도 남편의 몫입니다. 고무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수세미에 거품을 내어 뽀드득하게 잘도 닦습니다. 거사를 마치고 나면 '내가 저 그릇들을 다 치웠다'는 생색내기도 잊지 않고요. 그러면 저는 남편의 궁둥이를 툭툭 두드리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한껏 칭찬해 줍니다. 두 아이를 재우는 것도 부부가 한 명씩 맡는데, 솔이는 남편 팀입니다. 남편은 아이가 잘 때까지 딸의 머리맡에 앉아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초반에는 서툰 낭독소리가 그렇게 어색할 수 없더니 요즘은 마치 전문 성우인 냥 역할에 따라 모사도 합니다. 이제 솔이는 아빠가 없으면 혼자 잠들지 못할 정돕니다.

 

작년 OECD조사를 보니 한국 워킹맘의 하루 육아, 가사 노동시간이 아빠의 5라고 합니다(동아일보, 2013년 8월 8일). 엄마로서 조금 아쉬운 결과이긴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미 많은 부부들이 함께하는 육아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 지인 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 '아빠 Day'를 실천하고 있는데요, 아빠 Day, 아빠가 아이와(엄마 없이) 함께 온종일 보내는 하루를 말합니다. 그동안 엄마는 영화를 보거나 친구를 만다는 등 자유 시간을 즐길 수 있지요. 일주일동안 아이 챙기랴, 가사 돌보랴 고생한 엄마를 위한 일종의 보너스인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정서발달을 위해서도 아빠와의 시간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아빠들께 감히 조언합니다. 단지 아내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의 소중한 아이들을 위해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이와 하루 하루 쌓이는 추억은 물론, 아내의 사랑스런 눈빛은 덤이 될 겁니다.

 

*칼럼니스트 김보영은 두 딸 솔이와 진이의 엄마이자 국회방송 아나운서로 <투데이 의정뉴스>, <TV, 도서관에 가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육아서 <대한민국 대표엄마 11인의 자녀교육법>을 내고 워킹맘을 위한 강연 및 기고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워킹맘 다이어리에 하고 싶은 이야기나 조언,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bbopd@naver.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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