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쉽지 않은 아이 일찍 재우기
정말 쉽지 않은 아이 일찍 재우기
  • 칼럼니스트 박인숙
  • 승인 2011.07.07 16: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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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강조하고 강조해도 중요한 건 일관성

[연재] 준희 엄마의 육아 에세이

 

5살인 외동아들을 둔 엄마는 혼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블록 만들기에 한창 재미를 붙인 아들이 저녁을 먹고 난 후 혼자 놀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간이 9시를 넘어가고 있는데도, 얼른 재워야 한다는 생각을 저버린 채 나는 아들과 따로 놀고 있다.

 

1~2년 전 KBS 미니시리즈 <꽃보다 남자>를 본다고 TV 삼매경에 빠져있을 때, 아이를 재우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냥 같이 보자’라는 마음으로 내 안짱다리 앞에 앉혀놓고 보던 게 화근이 돼 버렸다.

 

엄마로서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매일 일관성 있고 꾸준하게 아들 재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나였다. 은주엄마가 일찍 재우라고 격려했다. 성장호르몬이 나오기 시간이 있으니 그 전에 빨리 재우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일찍 재우려 할수록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일찍 재우려고 불을 꺼도 아들은 습관처럼 놀이를 한다. 그래도 난 누워서 노래도 불러주고 자장가도 불러주면서, 아들을 재우려고 별 짓을 다한다. 이미 한 숨 잔 상태에서 일어나 보니 11시가 넘어 있고, 옆의 아들은 잠들어 있다. 아들이 잠드는 시간은 11시 되기 10분전쯤이다. 이때가 그나마 일찍 잠드는 때다. 나의 실수로 아이의 수면시계가 많이 늦어졌다. 최대한 빨리 재우려고 노력해도 항상 그 시간이다.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준희. 준희를 재우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비뚤어진 엄마의 습관이나 자세 때문일 것이다. ⓒ박인숙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준희. 준희를 재우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비뚤어진 엄마의 습관이나 자세 때문일 것이다. ⓒ박인숙

 

우리 아들을 일찍 재우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노력하고 있다. 잠드는 시간을 10시 반경으로 잡고, 8시 30분부터 재우기 위해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씻는 것도 요즘은 스스로 씻게 하려고 한다. 아이가 씻고 있는 동안 난 안방에서 잠자리를 준비한다. 그리고 화장실을 남겨두고 나머지 집안조명을 어둡게 한다. 아이가 씻는 게 끝나면 닦아주고 잠옷을 입혀준다. 그러면 아들은 장난감을 잠자리에 갖고 온다.

 

아이가 눕는다. “엄마 우유, 엄마 매실!” “그냥 자!” 간식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어쩔 수 없이 간식을 먹이고 만다. 아이가 자려고 또 눕더니 “엄마 책 읽어 줘!”라고 한다. “책 가져와 읽어줄게”라고 하니 아이는 공룡 책을 가져온다. 책을 읽어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불을 켠다. 공룡 책을 다 읽고 나면, 또 다른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몇 권을 가져오면 더 읽어줄 때도 있고, 시간이 많이 오버됐을 경우 ”이젠 자자. 이젠 네가 불을 끄고 잠자리로 와. 엄마가 자장가 불려 줄게!”라고 말한다.

 

준희가 엄마 옆에 팔 베게 하고 누우면 준희가 잠을 자요~♬ 스르르 잠을 자요~♬ 준희가 자고 나면 세상이 너무 깜깜해 ~♬ 창문 밖 가로등이 준희를 밝혀 주네요~♬

 

섬집아기라는 곡의 리듬에 나의 창작곡을 불러주면 웃으면서 참 좋아한다. 아들은 엄마를 따라 자장가를 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계속 반복한다.

 

서로 얘기가 정답게 오가는 가운데 “엄마 잔다”하면서 등을 돌려 난 잠자는 연기를 한다. 아니 연기를 하려다가 진짜 잠이 든다. 지친 일상에 피곤을 느껴 잠깐 달갑게 한숨 자고나면 금방 눈이 떠진다. 습관처럼 아이가 자고 있는지 확인한다. ‘우리 아들자고 있네! 아이 예뻐’ 하면서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아이의 볼에 뽀뽀를 해준다. 그리고 잠든 시간을 확인한다. 10분 전 11시다. 이제는 내 시간이구나!

 

엄마가 아이를 배 아파 낳았다고 할 도리를 다 한 게 아니다. 아이를 낳은 후부터 엄마로서 준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갖고 있는 습관이나 자세도 참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아이를 통해서 엄마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의 행동은 엄마, 아빠의 거울인 것이다. 엄마는 삐뚤어진 습관이나 자세를 교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아이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일관성이라는 것. 아무리 강조하고 강조해도 중요한 건, 일관성이라는 것이다. 규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아이의 수면시간을 9시부터 9시 30분이라고 한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성장호르몬이 분출하는 시간이기에 밤 10시 이전에 재우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한다.

 

*칼럼니스트 박인숙는 2008년 에세이문예 봄호로 등단한 수필가이다. 현재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웹진 '난 하우 넌 하우'에 글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그녀는 아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라는 것을 육아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이 시대의 지각 있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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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2011-07-08 08:17:00
아..
생각이 많아지네요. 저도 일관성 있게 잘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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