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상담심리전문가 탁윤희의 부모와 아이 사이
5살 시은(가명)이의 엄마는 워킹맘(working mom)입니다. 늘 아침과 저녁에 분주하고 엄마하고, 시은이와의 시간이 넉넉한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은이는 큰 무리 없이 잘 자라고 있는 듯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늘 미안함을 가지고 있어서일까요? 시은이도 가끔 걱정을 좀 하거나 심하면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생겨 엄마가 시은이에 대하여 궁금함을 가지고 상담을 요청하여 오셨습니다.
시은이 엄마는 워킹맘이지만, 먹고 씻고 정리하고의 일들을 우선 순위에 두지 않습니다. 늘 퇴근 후, 시은이와 눈맞춤하며 아이의 정서에 먼저 반응하며 아이와 규칙적인 시간에 규칙적으로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는 놀이 부족 및 욕구 불만으로 떼를 부리거나 부적응적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시은이 엄마가 부족한 시간이지만, 늘 시은이 정서에 먼저 반응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였던 거 같습니다.
그러나 시은이 엄마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며 겪는 스트레스와 집안일 남편과의 관계, 육아 등 지친 부분이 있습니다. 엄마만의 시간이 부족한 것을 할애하는 것에는 아직은 넉넉한 마음이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시은이 엄마에게 물으니,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자신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할애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양육 과정은 아이에게 시기별로 중요한 시기가 있고, 발달마다 다른 영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맞고 어떤 것은 틀리고 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시은이 엄마가 늘 ‘미안함’을 갖는 마음이 있기에, 간혹 누적된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경우도 있어 보입니다. 시은이는 이럴 때, 사실 더 당황하겠지요? 늘 잘 해주려고 하는 엄마인데, 간혹 시은이 입장에서는 이유없이 엄마가 별 것 아닌 것에 ‘화’를 내는 것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엄마가 바쁨에도 엄마와 친밀한 애착 형성이 잘 돼어 적응력도 좋고, 사회성도 좋은 시은이에게 늘 엄마는 그래서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습니다. 더욱이 시은이는 건강문제로 입원하고 수술한 적도 있고, 치료도 장기적으로 해야 해서, 엄마 마음은 더 ‘미안함’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마치 ‘다 내 탓’ 같은 모성애의 근본적인 마음 같았습니다.
그런데 시은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왜 미안해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특별히 외적으로 보이는 ’단순한 사과의 의미‘가 담긴 일 외의 것이라,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시은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시은이와 엄마가 지금도 잘 지내고 있지만, 엄마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아주 간단한 ‘고마움’입니다.
대부분 부모들은 어떤 일들로 ‘화’라는 감정이 올라오고, 이후 ‘미안함, 죄책감’ 등이 올라오면서 더 많이들 괴로워하게 됩니다. 아이 수준에서의 일들을 기억하기 보다는, 부모 수준과 상황에서의 일치되지 않은 부분에서 ‘화’를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옆에서 큰 무리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나요? 그것만으로도 아이에게 너무 고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가끔씩이라도 속삭여 주세요. “00가 있어서 참 좋고, 고맙다”고 말입니다. 그 때 아이의 표정을 한 번 경험해보신 부모님이라면, 부모가 갖는 ‘미안함, 죄책감’에 대한 부분보다, 더 효과적인 정서적 안녕감을 아이가 경험하며, 대부분 부족한 정서 욕구도 충족하게 됩니다.
정서는 상황에 필요한 행동으로 살아가는 큰 적응적 능력입니다. 아이에게 고마움의 정서를 간단하게 자주 상호작용해주시면, 아이의 의사소통 및 안정된 정서적 기억 등 도움이 많이 됩니다.
*칼럼니스트 탁윤희는 상담심리전문가로 가톨릭대학교에서 상담심리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외 중독심리전문가, 인터넷중독 MBTI 및 학습 진로 전문가 자격이 있으며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 상담원, 한국심리학습연구소책임연구원, (사)가족지원센터 등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서울가정법원 가사상담위원, (주)기아자동차, (주)허그맘 소아청소년심리연구센터, (주)서울상담심리연구소에서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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