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영아의 시신이 택배에 담겨 배달된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른바 나주에서 발생한 ‘영아 시신 택배배달사건’. 누가, 왜, 탯줄도 제대로 잘리지 않은 여자 아이의 시신을 나주의 가정집으로 보냈을까.
영아 시신 택배 배달 사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택배를 보낸 이는 다름 아닌 아이의 엄마였다. 이 엄마는 아이를 혼자 출산하고 직접 죽인 뒤 아이의 시신을 고향의 친정엄마에게 택배로 보내는 말도 안 되는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세간에 알려진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28일 새벽, 생활고에 시달리던 피의자 이아무개(35·여) 씨는 자신이 생활하던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여아를 출산했다. 아이 아빠도 없이 홀로 출산의 고통을 겪어낸 이 씨. 출산과 동시에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는 아이의 입을 막아 숨지게 했다. 혼자 살기도 막막한 생활에서 아이는 이 씨에게 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 씨는 숨진 아이를 어떻게 처리하지도 못한 채 자신의 고시원 방에서 엿새를 함께 보냈다. 그리고 지난 3일 오후 2시 30분께 서울 강동우체국에서 아이의 시신을 상자에 담아 전남 나주에 사는 어머니에게 택배로 보냈다. 5년 전 상경해 사실상 연락도 끊긴 어머니였지만, 아이를 잘 수습해줄 것 같은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죽은 아이는 ‘저를 대신해 이 아이를 좋은 곳으로 보내주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가로 30cm, 세로 20cm 크기의 택배상자에서 하루를 보내며 자신의 외할머니 집으로 옮겨지게 됐다.
택배 송장에는 이 씨가 가명으로 사용하는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이를 알아보지 못한 이 씨의 어머니는 영아의 시실을 보고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택배가 발송된 서울 강동우체국 CCTV를 분석해 서울 광진구 한 포장마차에서 일하고 있는 이 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휴대전화 요금이 연체돼 착신이 정지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지난 7일 이 씨를 영아살해·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한 누리꾼은 “모성애도 끊을 만큼 누가 그녀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웠나. 지금 가장 후회하고 눈물 흘릴 사람은 아기 엄마겠지”라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누리꾼은 “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이게 바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이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지금도 어려운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정부는 하루 빨리 이런 분들을 찾아내 희망과 용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리꾼들은 “결코 옹호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안타깝다. 아가야,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랄게”, “모두가 행복하게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이 오길”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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