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 둘다 잡은 '아빠는 지금'
일과 가정 둘다 잡은 '아빠는 지금'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5.07.07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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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직장도 가정도 행복한 그날까지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여성의 사회 진출이 당연시 되고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 실천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육아휴직, 근로시간단축 등 맞벌이 부부의 일과 육아 양립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경제적 이유, 사업주 및 상사 눈치 등을 이유로 이러한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는 몇 가지 정책만으로 단기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개인들이 함께 노력해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가야 한다. 현재 정부와 기업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용기 있게 일·가정양립 제도를 사용한 아빠들의 삶도 들여다본다.

 

[특별기획] '직장도 가정도 행복한 그날까지' 기사 싣는 순서

 

① 일·가정 양립을 위해 '정부는 지금'
② 맞벌이 직원의 육아 위해 '기업은 지금'
③ 일과 가정 둘다 잡은 '아빠는 지금'

 

일·가정 양립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앞다투어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일과 가정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부모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엄마'의 육아휴직은 '엄마'라는 이름 아래 많이 유연해진 사회구조지만 '아빠'는 밖에서 돈 벌어오는 사람이란 인식 속에 '아빠'의 육아휴직은 '남의 이야기', 아니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아빠들은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퇴근 후에만 봐야하는 걸까?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기업 속 아빠들 중 일과 가정 둘다 잡은 아빠들이 있다. 엄마들도 눈치보이는 육아휴직을 쟁취해낸 이 시대 슈퍼맨 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육아휴직으로 아내를 이해하게 된 젊은 아빠 박현창 씨

 

육아휴직 중 가족과의 나들이. ⓒ박현창
육아휴직 중 가족과의 나들이. ⓒ박현창

박현창(29) 씨는 (주)아이패밀리SC(아이웨딩), IT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젊은 아빠다. 지금 딸이 태어난지 16개월 때 딸을 돌봐주던 베이비시터가 사정상 한 달간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육아휴직을 결심했다. 맞벌이로 딸을 키우던 박 씨 가족은 고민 끝에 한달 반, 40일의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육아휴직 결정이 쉬웠던것은 아니다. 주변 시선이 따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도 육아휴직이 가능해?"라는 질문에서 의아해하는 주변반응까지 박씨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맞벌이를 하다보니 매일 새벽 같이 일어나 일찍 어린이집을 가고 오후 8시에나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던 딸에게 언제나 미안했던 박 씨는 베이비시터의 휴가를 계기로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와 함께 생활해보기로 결심했다.


고민을 하던 박 씨에게 아내는 반대보다는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줬다. 아마 아내가 없었다면 육아휴직을 낼 용기는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박 씨.


육아휴직 후 한 달 정도 아이와 함께 생활해보기로 결심한 박 씨는 그동안 워킹맘으로서, 또 육아로 힘들었던 아내를 위해 아이를 데리고 지방에 있는 할머니댁으로 내려갔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둘이 있었던 시간. 지금은 좋은 추억이지만 내려갔던 첫날부터 아내에게 '다시 집으로 가고싶다'고 전화를 할까말까 고민할 정도로 박 씨에게 육아는 버거웠다.

 

딸과의 즐거운 시간. ⓒ박현창
딸과의 즐거운 시간. ⓒ박현창


시간이 흐르다 보니 아이와 함께 하는 것도 익숙해지고 즐거웠지만 육아를 몸소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느껴보니 그동안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왜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몰랐는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앞섰다.


아내를 위해 예전보다 더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박 씨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0일간의 육아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엄마보다 아빠를 더 많이 찾고, 이젠 어린이집도 씩씩하게 잘 다니는 딸을 볼 때면 여러면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눈치 보게 하는 육아휴직도 저출산 문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박 씨는 사회가 행복한 육아 행복한 가정을 위해 조금이나마 분위기가 바뀌면 좋겠다고 넌지시 던졌다. "아이를 위해, 아내를 위해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는 아빠가 있다면 주저말고 신청하라"는 박 씨의 이야기에서 행복함이 풍긴다.

 

◇ "남자가 1년이나 육아휴직을 쓴다고?" 따가운 시선 이겨낸 이상호 씨

 

딸과 시장에서 꿀떡을 사서 길가에 앉아 먹었던 날. ⓒ이상호
딸과 시장에서 꿀떡을 사서 길가에 앉아 먹었던 날. ⓒ이상호


이상호(39) 씨는 iCOOP생협 내 (주)한국친환경유기인증센터에서 친환경인증 심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워킹대디다. 지난 2013년 딸 아이가 태어난지 1년 6개월 정도 됐을 무렵 육아휴직 중이던 아내가 복직을 해야 했다.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딸을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기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애정이 필요한 나이에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싶었던 엄마 아빠의 마음이 일치하는 순간 이 씨의 육아휴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복직을 원하던 아내는 맞벌이로 여유로운 생활 보다는 가정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씨 역시 마찬가지 였다. 흔하지 않은 1년 간의 아빠 육아휴직은 그렇게 출발했다.  


가정 내에서는 별탈 없이 결정했던 육아휴직이지만 직장이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걱정과 우려의 눈길이 쏟아졌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1년씩이나 사용한 경우가 흔치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지만 육아휴직 후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보니 탐탁지 않은 시선들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차라리 퇴사하라'는 말까지 돌았을 정도라고.


이러한 주변 시선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 대표님은 이 씨의 육아휴직을 흔쾌히 수락했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1년씩이나 하는 것은 처음이었던 회사 내에서 허락받은 육아휴직은 이 씨에겐 지금 생각해도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어렵게 얻은 1년이란 시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이 무엇보다 행복했던 이 씨. 딸과 둘만의 추억을 많이 쌓았다. 아마 여태껏 살아온 나날 중 가장 행복했을 때가 이 때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다.

 

어느 날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님의 한마디가 육아휴직한 이 씨에게 기운을 북돋아줬다.


"예원이는 뭔가 다른 애들보다 안정감이 있어요. 스스로를 보호받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가지는 감성이에요. 특히 아빠와 시간을 많이 가지고, 친밀도가 높은 아이일수록 그럴 수 있습니다."


안 힘들다면 거짓말은 육아지만 육아휴직하기 참 잘 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딸과 '타요' 만화를 보고나서 마을버스 타러 갔던 날. ⓒ이상호 씨
딸과 '타요' 만화를 보고나서 마을버스 타러 갔던 날. ⓒ이상호 씨


이 씨는 승진도 하고, 조직에서 인정도 받아야 하는 사회 생활에서 1년 동안의 육아휴직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것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얻는 것도 분명히 있다고.
 

얼마 전, 이 씨에게는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 이 씨는 아들과도 1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림그리기, 색종이 접기, 소꿉놀이 등을 하던 딸 육아와는 달리 아들과는 축구, 달리기, 자전거 타기, 베개싸움 등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아침 풍경부터 달라진다는 이 씨. 아이와 함께 느긋하게 일어나서 서로 살을 부비고 웃으면서 시작하는 하루가 소중하다고 말한다. 먹이고, 치우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놀아주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삶 속에서 내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곁에서 볼 수 있다 것이 육아휴직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이 씨는 오늘도 아이 덕분에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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