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터져도 대화 않는 정부·여당
'보육대란' 터져도 대화 않는 정부·여당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1.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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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논의 기구 만들자”는 야당, 교육청 요구 외면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보육대란이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유치원 교사들의 월급날인 25일까지 해결되지 않으면서 서울 내 690여 곳의 사립유치원 교사 6100여 명을 포함한 일부 사립 유치원 교사들은 1월 월급을 받지 못했다.


당장 교사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게 되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해온 교육청과 지자체는 임시로 2~3개월 예산을 편성하면서 급한 불을 끄는 데 나섰다.


하지만 완전한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정부와 교육청, 국회는 문제를 어떻게 풀지 근본적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누리과정 부담을 정부와 교육청 중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두고 같은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 대통령이 나서 교육감 압박


청와대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오전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육청이 받을 돈은 다 받고 써야 할 돈은 안 쓰고 있다”며 교육청을 다시 비난하고 나섰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4조 원에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해 내려보냈으니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선별적 예산 지원과 법 개정을 압박 카드로 꺼내 들었다. 먼저 국회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추가로 편성한 목적예비비 3000만 원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 박 대통령은 “애초 국민과 했던 약속·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는 3000억 원의 예비비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특정 목적에 교부금을 투입할 수 있는 목적교부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을 고쳐서라도 중앙정부가 누리과정과 같은 특정한 용도에 교부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지방재정교부금을 누리과정 예산에 편성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법을 아예 고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교육감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의견에 따르는 교육청에 예산을 우선 지원하면 정작 재원이 부족한 교육청에는 예산이 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정부가 용도를 지정해 주는 목적교부금은 교육 자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같은 날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특정용도에 교부금을 투입할 수 있게 교부금법을 고치겠다니 의무교육을 포기하려는 것인지 교육의 미래에 대한 심대한 우려를 금치 못하겠다"면서 "보육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진지하게 노력해야 하는데 교육청만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이렇게 내리누를 수 있는가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 검증·대화 피하는 여당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 등에 관한 현안 질의를 들으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 등에 관한 현안 질의를 들으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대통령이 먼저 누리과정 사태에 입장을 표하면서 26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는 김이 빠졌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여당은 대통령과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 장관은 해결책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교육청 재정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한 교육청이 없음에도 대구·대전 등 일부 교육청이 전액 편성을 계획한 것을 두고 “전액 편성한 교육청이 6곳”이라고 발언해 야당 의원들과 위원장에게 지적받았다.


여당 의원들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강하게 반대해온 서울·경기·광주·전남교육감 등을 거론하며 진보교육감의 정치적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은 “순수하게 교육을 위해 일해야 할 교육청에 정치색이 묻어난다. (진보교육감은) 무조건 반대하고, 극과 극을 달린다. 교육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어려워도 편성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념 공세로 풀 게 아니라 재정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받아쳤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편성 여부로 교육감을 나누는 것은 전형적인 이간질이다. 보수 교육감도 애초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 재정을 감당할 수 없으니 교육감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가 나서 교육청의 재정이 정말 여력이 있는지를 검증하고, 정부와 국회, 교육감, 교사 관계자, 보육 전문가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자고 제안했다. 여당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은 “재정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자”고 제안을 거절했다.


여당은 이날 교육감과 야당이 함께 누리과정 문제를 정식으로 논의하자는 의견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의 초반 야당 의원들이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논하는데 교육부의 일방적인 의견만 듣게 됐다. 교육감을 출석하게 하자”고 주장하자 “예산을 편성한 지역의 교육감도 와야 한다”고 말하다가 정작 어느 지역의 교육감이 올 것인지 협의하는 과정에서는 “예산을 편성한 지역의 교육감은 당장 오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교육감의 출석을 사실상 거절했다.


결국 박주선 위원장이 나서 “회의가 끝나기 전까지 여야가 재정 문제를 검증할 특별검증팀을 구성하라”고 주문했고, 여기에 교육부장관의 동의까지 얻어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7시 10분 회의를 속개해 추가 질의를 진행 중이며, 회의 종료 전에 여야 합의 사항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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