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보육대란, 어쩌다 이지경까지?
속타는 보육대란, 어쩌다 이지경까지?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1.07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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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예산 대책 없이 정책만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참사랑보육학부모회 등 단체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보육대란 해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참사랑보육학부모회 등 단체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보육대란 해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해를 넘겨서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교육감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인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충남교육감과 서울‧충남교육감을 고발한 데 이어 7일 경기도교육감까지 고발했다.


정부와 교육청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와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과 달리,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한 곳이 전국에 한 곳도 없다.


대구‧경북‧경남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편성했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각각 7개월, 6개월, 2개월분만 편성한 상태다. 서울‧경기‧광주‧전남교육청은 지방의회 의결 과정에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까지 전액 삭감됐다. 당장 1월부터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는 결국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모두가 회피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정부와 교육청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돈이다. 정부는 2013년도부터 누리과정 대상을 만 5세에서 만 3~5세로 확대했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하지 않았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 2조 1000억 원은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짐이 돼 버렸다.


정부는 정부가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미 지난해 10월 누리과정 예산에 드는 4조 원 전액을 시도교육청에 교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은 누리과정 예산을 목적으로 지급하는 예산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국가가 교부해 지역 간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한마디로 교부금은 지방교육청 전반에 필요한 재원일 뿐, 누리과정을 위해 지급된 예산이 아니라는 말이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반대하는 교육감들이 “교부금을 누리과정에 편성하면 초중등교육이 황폐해진다”고 주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모두 반대한 것은 아니다. 대구(6개월)를 제외한 전국 시도교육청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전액 편성했다. 유치원은 교육부와 교육청 소관의 교육기관이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의 관할이라는 논리에서다. 지방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책임 소재가 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기관의 재정까지 부담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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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은 정치적 힘겨루기?


사실 정말 돈만 문제였다면 해결책은 마련할 수도 있을 터다. 아니, 최소한 해결을 위한 대화라도 했을 것이다. 양 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이면에는 정치적 갈등이 깔려있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에서 시작된 보육대란을 진보교육감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최경환 장관은 5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인 2012년부터 누리과정을 문제없이 편성해 오다가 2014년 6월 교육감 선거 이후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경기교육감을 포함해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시점을 언급했다.


교육감들은 정부가 교육청의 예산권을 침해하려는 게 아니냐고 맞서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긴급재정관리제도에 따라 채무 비율이 40% 이상인 자치단체는 정부가 예산권을 박탈할 수 있는데, 시도교육청의 부채가 지난해 기준으로 17조 원에 달하고 일부 교육청의 부채 비율이 40%가 넘어선 상황이라 교육청의 예산권이 위기에 놓였다는 주장이다.


이 와중에 보육대란에 책임이 있는 국회는 뒷짐만 지고 있다. 보육대란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국가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누리과정 예산은 예비비 3000억 원만 편성했다. 해를 넘겨 논란이 확산되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데도 여당은 교육청의 책임을, 야당은 정부의 책임만을 외치고 있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곳은 없다.


학부모들과 어린이집 교사들은 누구든 빨리 상황을 책임지고 해결하길 기원한다. 보육교사와 학부모들로 구성된 6개 시민단체(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전국어린이집연합회, 참사랑보육학부모회, 전국보육교사총연합회, 교육재정확대국민운동본부, 교육재정지역본부)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가 보육대란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어린이집 단체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


“영유아기는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누리과정 보육료를 준다, 안 준다 싸움을 하고… 왜 이렇게 흔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보육을 이렇게 흔들기 시작하면 엄마들이 부담을 느낀다. 부담을 주고, 흔들면 엄마들이 출산할 생각이 사라진다.”


한 어린이집 원장이 5일 안철수 국회의원이 서울 구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두고 진행한 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출산장려 한다면서 보육대란 웬말이냐"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오고 있는 학부모들과 어린이집 교사들의 외침에, "아이 가진 부모는 이 나라가 무섭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답을 해야하는 것을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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