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N포세대'는 정말 무한대로 포기한 세대?
[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N포세대'는 정말 무한대로 포기한 세대?
  • 이세연 기자
  • 승인 2016.02.29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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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 포기란 딱지를 붙이지 말아주세요"

【베이비뉴스 대학생기자단 이세연 기자】

 

[연중기획] '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대학생 기자 통통(通通) 리포트

 

'청년'의 사전적 의미는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청년은 성장하거나 무르익기는커녕 도망치거나 뒷걸음치는 모습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 등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은 세대, 즉 'N포세대'라 불리면서. 과연 청년들도 자신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이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제1기 베이비뉴스 대학생기자단이 '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대학생 기자 통통(通通) 리포트를 통해 이 시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졸업생들이 학위 졸업식을 마치고 학사모를 던지며 자축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졸업생들이 학위 졸업식을 마치고 학사모를 던지며 자축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이다.' 중학교 수학시험지의 맨 뒷장에 쓰여있던 문장이다. 이 문구를 처음 접하고 꽤 충격을 받아, 시험 끝 종이 울릴 때까지 문제를 열심히 풀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20대가 된 지금 저 문구를 듣는다면, 분명 의문을 가질 것 같다. 과연 포기란 단어는 배추를 셀 때만 써야 하는 말일까? 우리는 매 순간 선택과 함께한다. 어쩌면 모든 사람의 삶에서 포기란 일상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 세대 앞에 포기란 딱지가 붙고 말았다. 

 

◇ 포기도 하나의 선택이다 

 

먼저 포기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포기의 정의는 하던 일이나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포기가 일어나는 상황은 어떤 목표가 있으므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일을 도중에 그만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끈기를 중요한 미덕으로 배웠다.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으며,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은 패배자로 치부하기도 하며 말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지 못하는 일에 매달려 발버둥 치는 것은 어쩌면 다른 성공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런 맹목적인 끈기는 불안감과 좌절감을 증폭시킬 뿐이다. 끈기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언가가 되고 싶으므로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 그렇다면 포기도 하나의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다.

 

청년들은 꿈이 많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포기하는 것일 뿐이다. 그들이 절대 어떤 하나라도 쉽게 결정한 포기는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런 이들에게 무한한 포기를 했고, 앞으로도 수많은 포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N포'딱지를 붙이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 'N포세대'라는 단어 이대로 괜찮을까? 

 

언론은 우리 세대의 어려움을 논할 때면 'N포세대'라는 표현을 꺼내 쓰곤 한다. 하지만 이들이 아주 쉽게, 이름표 붙이듯 쓰는 이 단어는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영화<내부자들>에서 이강희 논설주간은 단어에 매우 집착한다.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할 만큼 언어의 힘은 강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영화 속 가상인물의 생각이지만, 언어의 힘에 대해서는 현실에서도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언어에는 사전적인 정의만 있는 게 아니라 연상되는 것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언어의 이미지, 언어의 '프레임'은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N포세대'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이다. 청년세대와 포기를 합한 단어는 청년들은 포기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들이 어떤 배경에서 살아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청년은 포기하는 세대'의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단어를 들은 사람들은 청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될 것이고, 청년 자신들도 포기라는 틀에 갇혀 도전하기 전에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릴지도 모른다.

 

대다수 젊은이가 무력감과 좌절을 느낀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으며, 이 문제가 계속된다면 사회 전체의 불안과 위험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포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부정적인 사회의 분위기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을까 싶다. 'N포세대'란 단어는 분명 가벼운 유행어처럼 쓰기엔 무겁고, 커다란 의미를 지닌 단어임이 틀림없다.

 

◇ 'N포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에게

 

우리가 속한 세대가 포기로 기억되는 것은 달갑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서 항상 절망과 슬픔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청년들을 보듬어 줄 사회도 필요하지만, 혹시 도전해보지 않고, 막연하게 두려워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포기는 사회가 우리에게 지어준 이름일 뿐이라고.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포기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실패한 것은 아니며, 지금도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래의 청년이 될 아이들이 포기를 향해 달려오지는 않을 것이고, 우리 또한 포기를 원하지 않았다. 젊은이들의 긍정적인 태도와 에너지는 이들 앞에 달린 부정적인 단어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보다 긍정적인 신조어가 이들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포기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을 규정하는 것이 불쾌하다. 젊은이들은 'N포세대'의 틀에 갇히기 전에 스스로 묻길 바란다. 나는 진짜 내 삶 전체를 포기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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