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분유 광고의 진실
당신이 몰랐던 분유 광고의 진실
  • 칼럼니스트 김나희
  • 승인 2016.12.13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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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는 모유의 대체품일 뿐입니다"

[연재] 김나희의 불량정보 거기 서!

"모유는 영양가가 없다고 분유 먹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정말일까요?"

얼마 전 이런 질문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모유보다 좋은 분유는 정의상 존재할 수 없습니다. 분유의 목표가 뭘까요? 모유랑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하지만 분유는 여전히 모유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모유보다 좋은 분유가 있을 수 없습니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없는 특수 알레르기가 있거나 아기나 엄마가 입원해 떨어져 있을 수 밖에 없거나 모유가 나오지 않아 도저히 모유를 먹일 수 없을 때, 모유의 대체품이 바로 분유입니다. ‘모유가 없을 때 모유의 대체품 = 분유’인 것이지요. 모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분유가 대체하게 되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모유수유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모유는 연구할수록 경이롭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아기와 엄마가 살을 맞대고 있으면 아기에게 붙어 있는 병원체(병균, 바이러스 등)를 엄마의 몸이 인식하고, 그 병원체에 대한 맞춤형 면역물질을 만들어 모유로 분비해 아기에게 전달합니다. 아기가 걸릴 수 있는 병에 대한 맞춤 항체를 실시간으로 받게 되는 것이지요. 1.5kg보다 작게 태어난 극소 저체중 출생아는 아직 삼키는 능력이 없어서 모유를 먹을 수가 없는데, 그런 저체중아에게는 모유를 면봉에 발라서 입 안 점막에 묻혀 줍니다. 그러면 모유가 아기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아기의 생존률이 올라갑니다. 면봉에 묻힌 그 적은 양이라도 어떻게든 흡수를 시키려고 애쓸 만큼 모유는 아기에게 좋습니다.

그럼 대체 분유가 좋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네, 바로 분유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스위스의 네슬레 같은 분유 회사들에서 대대적으로 분유가 좋다는 공격적 마케팅을 하고, 모유는 영양이 없다거나 양이 부족하다거나 모유는 오염되어 있다거나 모유수유는 미개하다는 등의 말을 퍼뜨렸습니다. 그 결과 잘 나오는 모유를 끊고 분유를 사먹이는 유행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개발국에서는 모유수유의 중단이 심각한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스위스 회사의 분유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에는 너무 비싸 분유를 충분히 사지 못하자, 물을 탄 희석한 분유를 아기들에게 먹였습니다. 엄마들이 음식을 사먹으면 충분히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데도 분유가 좋다고 믿은 나머지 묽은 분유를 먹였고 아기들은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사망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청결한 물이 없어 분유를 오염된 물에 타 먹이니 아기들이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재난 지역이나 분쟁 지역에 함부로 분유를 공급하면 안 됩니다. 일단 분유를 먹이게 되면 모유 생산이 줄어들게 됩니다. 모유수유가 끊겨 젖이 마른 상태에서 보급로가 차단되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공급하려면 액상 분유를 해야 하고, 100% 확실히 끝까지 공급할 수 있을 때만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어른 음식을 충분히 공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선진국에서는 분유수유로 인한 위험이 비교적 낮지만, 모유수유 비율이 떨어지면 영아사망률이 올라가고 아기들이 잔병과 큰병에 더 많이 걸리는 현상은 여전히 나타납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모유수유 부족으로 사망하는 아기의 수는 최소 80만명입니다. 모유만 충분히 먹였더라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의 수입니다.

이처럼 분유를 미화하는 공격적인 판촉으로 인해 전세계 영유아와 수유여성의 건강 문제가 위협받자, 세계보건기구 산하 세계보건총회에서 유니세프와 협력해 모유대체품(분유)의 마케팅에 대한 국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김나희
김나희


우리나라도 가입되어 있지만 아직도 협약을 이행하는 국내법을 만들지 않고 늑장을 부리고 있습니다.(독자 여러분! 국회의원들이 분유 판촉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도록 청원해주세요.)

이 국제 협약에 따르면 분유는 대중 광고를 해서는 안 되고, 샘플을 나눠줘서도 안 되며, 의료기관에 비치해서도, ‘엄마의’ ‘엄마 같은’이라는 미화하는 표현을 써서도 안 됩니다. 또 아기 사진을 싣는 것도 금지됩니다. 이 시점에서 독자 여러분은 저에게 질문을 하고 싶으실 겁니다.

"어? '엄마가 만든 명작', '현명한 엄마의 선택', '아이엠마더 엄마로 태어나다' 등등 이런 문구도 많이 봤고, 광고도 하던데요?"

네. 전부 국제협약을 어기는 내용입니다. 또한 1-2단계는 분유, 3-4단계는 이유식으로 상품화해 3-4단계에 대한 광고를 하는 ‘꼼수’도 쓰고 있습니다. 상품명과 상품 포장을 통일해 3-4단계 광고를 하면 자연스럽게 1-2단계 광고도 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6개월 미만을 위한 분유 광고는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에 교묘하게 6개월 이상에 대한 이유식 광고로 분유 광고까지 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지요.

김나희
김나희


1970~80년대 분유 회사의 대대적 광고로 우리나라에서도 모유가 미개한 거라는 잘못된 편견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1980~90년대는 모유수유가 단절되다시피 했지요. 2001년에는 6개월 완전모유수유 비율이 6.5%로 바닥을 찍었습니다. 우리 어머니, 이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 여성들은 일부러 모유를 말리고 분유를 사다 먹였습니다. 모유 먹일 거라고 하면 의사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모유 말리는 약을 처방하면서 가슴 동여매고 다니라고 가르치던 시대였습니다. 그 결과 모유수유 전통이 끊어졌습니다.

여러분들 중 이모, 고모, 사촌언니 등의 모유수유를 구경하면서 자란 경험이 있으신 분 있나요? 아마 없으실 겁니다. 원래는 엄마에게서 딸로 수유 방법이 전달되어야 하는데, 한 세대가 완전히 비어 버렸습니다. 또 많은 할머니들이 여전히 분유가 좋다는 편견을 가지고 딸이나 며느리의 모유수유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모유수유의 지원 세력이 돼야 할 분들이 오히려 적대 세력이 된 상황을 많이 접합니다. 모유수유를 하려는 여성들은 외롭게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죠.

우리나라에서도 모유수유를 장려하는 캠페인이 2000년대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그 결과 2016년 올해에는 6개월 완전모유수유율이 18%로 올라왔습니다. 6.5%에 비하면 올라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이 낮습니다.

북유럽 국가에는 모유수유를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는 6개월 완모 비율이 82%입니다. 왜 이런 선진국에서 모유수유를 장려해 긴 출산유급휴가, 출생 후 24시간 모아동실, 분유 광고 금지, 직장 수유실 설립,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 환대 등의 정책을 펼까요? 모유가 아기에게 최상의 영양을 제공하고, 아기와 엄마의 건강을 촉진하기 때문이겠지요.

자, 이제 분유가 모유보다 영양이 좋다는 말은 웃어 넘기세요!

*칼럼니스트 김나희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모유 수유로 키우고 있는 중이며  대한 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희우리한의원에서 진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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