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촌동 A 가정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생후 13개월 아이의 라면국물 화상 사건을 두고, 피해아동 부모와 어린이집 사이의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아동 부모와 어린이집 원장을 지난 16일과 17일 각각 만나 서로의 입장을 물었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사건 발생 후 119 구급대를 부르지 않은 이유와 원장이 상처를 전혀 입지 않은 점에 대해 크게 의구심을 품고 있지만, A 어린이집 원장은 근본적인 과실과 책임을 인정하면서 속이고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피해아동의 부모는 원장이 기존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인근에 새로운 어린이집을 개원하려고 하는데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했지만 어린이집 원장 측은 새로운 어린이집 개원은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한편 A 어린이집 원장은 영유아보육법에 명문화된 '보육교사가 업무 수행 중 그 자격과 관련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돼 2개월 자격정지를 받을 예정이며 119 신고 등 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왜 119를 부르지 않았을까?
피해아동 부모는 "아기가 많은 어린이집에서 근무 중에 뜨거운 라면을 아이가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먹었다는 것은 평소 어린이집 교사들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었음 말해주는 것"이라며 "사고 직후 119를 부르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어린이집의 미흡한 대처를 비난했다.
A 어린이집 원장은 "119는 경황이 없어 부르지 못했다. 근본적인 과실과 책임이 있음은 인정한다. 순간적으로 부모님이 가까운 곳에 계시기 때문에 119보다 빠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왜 원장은 상처가 없을까?
피해아동 부모는 "아이를 안고 라면을 먹다가 아이에게 뜨거운 국물이 쏟아졌는데 원장은 상처 하나가 없다. 심지어 응급실에 따라온 옷에도 라면국물의 흔적도 없었다. CCTV가 없으니 알 수가 없다. 라면을 쏟은 게 맞긴 한가?"라며 분통해했다.
A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의 하체는 테이블 아래에 들어가 있었다. 라면이 쏟아지면서 순간적으로 내가 아이를 번쩍 안고 일어섰다. 내 옷에 라면 국물 흔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나도 경황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인터뷰에 함께 한 교사는 "속일 것이라면 국에 뎄다고 하지 않았겠느냐? 라면이라고 하는 것은 어린이집에서는 굉장히 욕먹을 일이다. 그런 의심은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인근에서 또 다른 어린이집 개원?
특히 피해아동 부모는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사실을 알게 되자 원장이 어린이집 운영권을 넘기고 행정처분을 받겠다고 했다. 실형을 살게 된다면 매일 와서 잘못을 빌었겠지만 고작 2개월 자격정지 처분으로 어떻게 개선될 수 있겠느냐"라며 "사건이 커지자 원장이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인근에 새 어린이집을 개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인성을 가진 사람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아이를 돌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어린이집 원장은 "피해아동 부모가 공개사과를 요구한 적 없다. 이미 부모님들이 모두 알고 있고, 사과를 했다. 고맙게도 나를 계속 믿고 엄마들이 아이를 맡기고 있다. 구청에 탄원서를 넣어준 엄마도 있다. 피해아동 부모님이 어린이집 폐쇄를 요구하셔서 어린이집 문을 닫기로 한 것"이라며 "인근에 새로운 어린이집 개원 계획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 1인 시위 현장에 경찰 부른 이유는?
피해아동 부모는 "이런 억울함에 어린이집에 찾아가고 1인 시위를 했더니 경찰을 불렀다. 아이 안전사고에 119 신고는 못하신 분들이 어쩜 그렇게 학부모 신고 정신은 투철하신지 감탄스럽다"며 개탄해했다.
A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와 여교사 밖에 없는 낮 시간에 어린이집에 오셔서 큰 소리를 내시기에 어쩔 수 없이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사고 직후에도 어머니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는데 말을 할수록 서로에게 상처만 더 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 새로운 어린이집 등원 요청 통신문?
그러나 피해아동 부모는 "우리에게는 폐원한다더니 새 어린이집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기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부모들에게 어린이집을 폐쇄하니 새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이전해달라는 통신문까지 발송했다. 사고가 난 폐원하는 어린이집도 후임자로 여동생이 와서 운영한다는 소문도 있다"며 직접 입수한 통신문 사진을 제시했다.
통신문에는 해당 어린이집이 1월 20일 휴원하며 인근 아파트에 새로운 가정 어린이집으로 25일 등원해달라는 협조를 부탁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 어린이집 원장은 "해당 새 어린이집은 나와 내 여동생이 무관한 다른 원장님이 계약하신 걸로 안다. 폐원하니 다른 곳으로 옮기시라고 알려드린 것"이라며 인근 어린이집으로의 이전을 극구 부인했다.
◇ 25일 개원 어린이집은 인가 받은 곳?
용산구청 관계자는 "지목된 아파트에 새 어린이집 인가 신고는 접수 된 것이 없다. 절차상 새 어린이집에 관한 신고가 들어오면 적합한 시설인지 확인 후 인가가 난다"며 "사고가 난 어린이집에 대한 폐원신청도 들어온 것이 없지만 절차상 어린이집 폐원 신고를 할 때는 원장에게 2달의 기간을 주어 속한 아동들을 다른 시설로 인계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가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지목된 아파트의 새 어린이집에 25일 아이들이 등원하게 된다면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옆동에 사는 주민인데 19일에 지목된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 아파트는 어린이집으로 도배되어 있었으며 어린이집 짐은 전체 포장되어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대표자를 내세워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