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행복한 왕자』의 주인공 유이치는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는다. 두 살 때부터 보청기를 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남의 말을 똑똑히 알아듣지도, 말을 잘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 뿐, 유이치는 스스로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라고 여기며 밝고 씩씩하게 지내는 아이다.
하지만, 유이치는 11월에 열리는 학예회에서 연극 「행복한 왕자」에서 제비 역을 맡고 싶어 한다. 「행복한 왕자」는 유이치가 유치원 때부터 엄마가 자주 읽어 줬던, 가장 좋아하는 책.
하지만 반 아이들은 “유이치는 귀가 좋지 않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대사가 훨씬 적은 역이……”, “유이치를 위해서라도……”, “보는 사람이 무슨 말인지 모르면……”라고 말한다.
유이치가 분하고 슬퍼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때, 유이치의 단짝 친구 겐이 “유이치도 제비 역 할 수 있어요! 다 함께 열심히 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한다.
이렇게 답답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 때, 나를 알아주고 아낌없이 도와주는 ‘행복한 왕자’가 있다면?
유이치에게는 단짝 친구 겐이 행복한 왕자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유이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때, 모든 아이들에게 ‘유이치도 할 수 있다!’고 용기 있게 말해 줬으니깐.
유이치에게 ‘행복한 왕자’는 친구 겐뿐만이 아니다. 유이치를 낳아 기르고 늘 뒤에서 격려하는 엄마도 행복한 왕자인 셈. 유이치가 제비 역을 맡게 되었을 때, 엄마는 유이치를 꼭 끌어안는다. 유이치 뺨에 엄마의 뜨거운 눈물이 똑 하고 떨어졌을 때, 유이치는 생각한다.
“엄마 눈물과 제비한테 떨어진 왕자님의 눈물. 왠지 닮은 것 같다.”
『고마워요, 행복한 왕자』는 귀가 들리지 않는 유이치가 연극 「행복한 왕자」의 제비 역을 하기까지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 나간 작품이다.
작가는 누군가의 마음을 안다는 것, 내가 누군가의 무엇이 되어 준다는 것만큼 값진 일은 없으며,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를 믿어 주는 친구가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 말해 주고 있다.
이 작품이 장애를 가진 유이치의 마음을 생생하게 잘 담고 있는 건, 작가에게 유이치처럼 귀가 안 들리는 아들과 함께 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편견을 갖지 않고, 차별받지 않고 자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동화를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더욱 간절하고 진실하게 다가온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되새기는 차원에서 우리 아이에게 ‘저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고 마음 생김새가 다르듯, 장애를 지녔다는 것도 그저 작은 차이일 뿐. 그 차이를 넘어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해주 것은 어떨까? 책읽는 곰, 값 9,000원, 88쪽,
실화를 담은 동화라 그런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