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주세요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주세요
  • 칼럼니스트 주혜영
  • 승인 2018.06.26 0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모가 지키는 유아권리] 유아의 자기결정권
양치 문제로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는 아이. 아이에게 자기선택권을 부여하게 되면, 문제 행동이 감소된다. ⓒ베이비뉴스
양치 문제로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는 아이. 아이에게 자기선택권을 부여하게 되면, 문제 행동이 감소된다. ⓒ베이비뉴스

최근에는 영유아의 아동권리에 대한 부모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자녀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면서 키우고자 하는 경향을 많이 보인다. 아이에게 꼬박꼬박 높임말을 쓴다던가, 아이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주는 등 육아에서 아이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의사존중 양육이 아이를 버릇없이 키우는 것으로 보여져 주위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아이의 의사존중양육과 버릇 없이 키우는 것의 경계는 무엇일까?

◇ 인간은 선택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

자기결정력은 인간의 자율성 추구에 기반을 두어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자율적 능력이다. 일반적으로 성인들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일을 할 때는 능동적이 되며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비능동적인 경향을 가진다.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능동적 존재이며, 성장 지향적인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고 자란 유아들은 성인이 되어서 더욱 자기 주도적으로 의사 결정하고, 자기의 삶을 좀 더 주도적으로 살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기결정 능력이 높은 사람은 삶에 대한 자기 만족도와 자아 존중감이 높은 경향을 보이며, 삶의 질과 만족도에 있어서 더욱 긍정적인 경향이 있다. 

◇ 자녀에게 자기결정권한을 주는 것은 자녀를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유아와 평등한 관계의 양육이란, 양육자가 자녀의 안전을 보장하고 자녀의 발달과 성장을 고려하면서도 힘의 관계에서는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유아의 의사결정에서, 아이는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아이의 이익을 대변해 주어야 하는 부모가 아이에 관한 것을 대신 결정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 과정에서 때때로 자녀의 의사는 무시된 채 부모가 자녀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선택하게 된다.

유아의 발달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유아가 자신과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권을 인정했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지 않은 유아의 의사를 존중해서 놀고 싶을 때 까지 놀게 하기, 야채를 싫어하는 자녀에게 전혀 야채 반찬을 제공하지 않기, 대중음식점에서 뛰고 싶어 하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서 돌아다니도록 놔두기 등은 유아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하였지만 유아의 성장과 발달에 적절하지 않은 처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녀를 위해 부모가 적절하게 결정하고 선택하는 권한을 가지게 되며, 때로는 유아의 의사결정권 보다는 부모의 권위가 우선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항상 아이의 의견을 존중할 수는 없지만 부모가 자녀와 관련 있는 의사결정을 할 때 부모가 혼자서 결정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며, 아이의 의견도 의사결정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 오늘 가족이 외식을 하려고 하는데, 아이는 짜장면, 아빠는 삼겹살, 엄마는 스파게티를 먹고 싶어한다면,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아이의 의사결정권을 반영하는 양육인가?

가족의 외식메뉴를 고르는 일부터, 학습시간을 결정하는 것, 행동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아이가 갈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것, 놀이터에서 그만 놀고 일어날 시간을 결정할 때 아이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반드시 아이의 의견대로 결정해야 하는 의미는 아니다. 결정권한을 주고, 타협하고 협상하는 그 과정 자체가 나와 타인의 견해를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이 된다. 자녀에게 자기결정권을 준다는 것은, 아이를 결정권을 가진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의사결정에서 아이의 견해를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과 전혀 아이의 견해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은 똑같은 결정과정이었다고 해도 하늘과 땅의 차이다.

◇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기 : 자기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을 배우게 된다

자기결정권을 많이 경험한 유아는 올바른 선택도 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잘못된 선택이나 결정을 통해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는 자신의 잘못된 결정이나 선택을 통해서 경험한 실패는 본인의 책임하에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바깥놀이 할 때 화려한 드레스 치마를 입기로 스스로 결정한 유아는 바깥놀이하면서 매우 불편함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된 선택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그것이 본인의 책임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권리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권리도 의사결정권의 한 유형이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권리를 유아들이 누릴 수 있는가? 의사결정권의 범주에 있는 하기 싫은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짜장면을 먹을까, 스파게티를 먹을까를 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라고 말했을 때 아이들은 양치하기, 잠자리에 들기, 놀이 중단하기, 목욕하기 등에 대해서는 항상 싫다고 거부할 수도 있다. 아이가 강하게 거부할 때, 많은 부모들은 해야만 하는 정당성을 이야기 하며 권위로 굴복시킨다. 아이들은 하기 싫은 것을 하게 될 때 문제행동 또는 부적절한 행동이 발생하며, 반대로 선택할 기회가 있으면 문제행동도 줄어든다. 예를 들어 양치하기 싫은 유아에게 양치해야 하는 당위성이나 권유, 협박 등의 태도보다는 어떤 치약으로 양치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던 국면을 선택의 국면으로 바뀌면서 때로는 금방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엄마와 양치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

유아 : 나 양치 안할거야.

엄마: 양치 안하면 이빨 썩을 텐데?

유아: 내일 할 거야.

엄마: 그래도 해야 돼.

유아 : 양치하기 싫어.

엄마 : 안 하면 이가 썩어서 아플 거야. 안 하면 내일 아이스크림 안 사 줄 거야, 양치해야 돼!

▶선택권을 주면서 분위기 바꾸기

유아 : 양치하기 싫어.

부모 : 응? 하기 싫어? 그럼 조금 이따가 할까? (아주 잠시라도 유아의 거부를 수용하는 제스쳐를 취한다)

(약 몇 분간이라도 아이에게 시간 여유를 준 후) 너, 포도맛으로 닦을래, 딸기맛으로 닦을래?

유아 : 응? 나? 딸기맛!

고집부리는 유아에게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분위기를 전환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데 이는 아이에게 선택과 결정권을 넘김으로써 갈등을 해결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는 바로 자기결정권을 부여했을 때 문제행동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와 상통한다.

◇ 자기 결정권은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이에게 자기 결정권을 부여하면서 양육한다는 것은, 부모가 어리고 미성숙한 유아라도 그 아이의 결정과 의사를 귀 기울여 들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자녀에게 가르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녀의 의견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사와 기분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타인의 의사결정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타인의 의견을 듣고 타협할 수 있는 것이며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그것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 친구가 갖고 노는 장난감을 갖고 싶어서 말했을 때

민준 : 나도 그거 한번 하게 해 줘.

진아 : 싫어

민준 : 장난감 같이 가지고 노는 거야~ (하면서 장난감을 확 뺏는다)

이때 부모는 “다른 친구가 싫다고 하면 그 아이가 하라고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라고 분명하게 말해 준다. 아무리 진아가 너무 오랫동안 갖고 놀고 있더라도 상대방이 싫다고 할 때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내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어른의 권위로 아이들의 놀이에 애매하게 중재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

예) 아이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고, 그 그네를 타고 싶어하는 자녀에게 “가서 부탁해 봐”라고 부모가 말했다. 그런데 자녀가 가서 부탁하니까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자 엄마가 가서 부탁하자, 아이가 스르르 일어나서 그네를 내줬다.

이런 상황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이는 엄마가 그네 타고 있는 아이에게 부탁하는 자세로 보였지만, 어른의 권위로 그네를 빼앗지 않았는지 좀 더 신중히 고려해보아야 한다. 이 상황에서는 부모가 그네타고 있는 아이에게 정중히 부탁하고, 그 아이가 싫어한다면 물러 서 주는 자세를 보일 때, 자녀들이 그것을 공평하다고 느낀다. 엄마를 데리고 놀이터에 간 유아가 좀 더 편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분명 부모가 적절하게 개입했다고 할 수 없다. 타인이 싫어하면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부모가 보여줘야 한다.

유아의 자율성은 가족, 부모, 교육기관 등 주변 환경에 의해 양육되고 지지돼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부모는 유아의 시각을 공유하고 그 느낌을 반영하고 내적인 동기에 초점을 맞춰 스스로 행동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는 자기 인생에서 더욱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주혜영은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어린이집에서 본인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동인권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어린이집 운영 이후 숲생태유아교육과 유아교수방법 등으로 전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아동발달심리연구회 창립멤버로서 12년째 연구모임을 통해, 교육현장의 사례를 발표하고 연구회에서 공부한 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