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처럼 반사되는 부모의 '화', 아이도 불행하게 한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부모의 '화', 아이도 불행하게 한다
  • 칼럼니스트 최명희
  • 승인 2018.07.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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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안 되는 아이] 감정을 조절하며 어른답게 행동하는 것이 부모다움

Q. 아이가 말을 듣지 않거나 고집을 부리면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화를 내고 있어요. 화를 내면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아이에게 화가 나는 것을 어떻게 참아야 할까요?

아이에게 화가 나는 것을 어떻게 참아야 할까 ⓒ베이비뉴스
아이에게 화가 나는 것을 어떻게 참아야 할까 ⓒ베이비뉴스

◇ 자식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은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온 마음을 다하도록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호르몬이다. 옥시토신 호르몬은 부모가 자식에게 본능적으로 절절한 감정이 들도록 만들어준다. 동물이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하면서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독립할 때까지 품어 안아 키우기 위해서 옥시토신 호르몬의 분비는 더 활발해졌다고 한다.

엄마의 뇌 속에서는 임신과 함께 옥시토신의 샘이 깊어진다. 엄마의 뇌에서 샘솟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흘러넘치면 도파민이라는 즐거움의 호르몬 샘까지 자극한다. 옥시토신과 도파민의 수용체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돌봄과 행복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자식에게 무조건적으로 헌신하면서도 그것을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내주고도 하나도 아깝지가 않겠는가.

◇ 거울처럼 반사되는 사랑

엄마가 아기를 돌보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유쾌한 음성으로 반응해주는 것은 아기의 도파민 수용체도 동시에 자극한다. 그래서 아이도 엄마를 바라보며 벙글 웃고 손과 발을 뻗어 즐거움을 표현한다. 뇌 속에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이 있어서 서로의 감정을 반사하듯 비추어 반영하는 것(mirroring)이다. 이 과정에 아기의 뇌에서도 옥시토신과 도파민 수용체가 쑥쑥 성장한다.

마치 운동을 해서 근육을 기르는 것처럼 부모와 주고받으며 시상하부의 수용체가 발달한다. 그리고 아기가 자라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그 실력을 발휘한다. 운동으로 건강해진 근육이 높은 산도 오르게 하고 무거운 물건도 잘 들게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돌보고 돕고 헌신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정신근육이 건강한 어른이 되게 하는 것이다.

◇ 화내지 않는 양육

도파민과 반대로 코티졸 호르몬은 긴장과 불안을 불러일으켜서 자괴감에 빠지게 하거나 남에게 화를 분출한다. 화를 내는 것은 조절되지 않는 감정이다. 긴장과 불안의 코티졸 호르몬이 도파민의 샘을 방해하면서 일어나는 뇌 속의 전쟁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상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부모의 의도대로 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지금 씻어야 하는데 씻지 않아서, 먹어야 하는데 먹지 않아서, 가지 말라고 하는 길로 들어서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반응하지 않아서 화를 낸다.

부모의 코티졸 호르몬은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고 목소리를 격앙시켜서 아이를 긴장과 불안에 몰아넣는다. 이때 거울뉴런의 미러링(mirroring)이 작동해서 아이도 동시에 코티졸을 분비한다. 불안에 떨거나 부모가 화낸 만큼의 저항을 되돌려준다. 부모의 화는 더 커진다. 그러면 아이의 불안과 저항도 더 커져서 되돌아온다. 그러는 동안 아이의 뇌에서 코티졸 수용체가 발달하고 도파민 수용체의 샘이 마른다.

◇ 부모다움의 정의

내 아이가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 부와 명예를 가지기를 원하는지, 다른 사람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지 둘 중 고르라고 하면 어떤 부모도 전자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마음이 평안하고, 선한 마음을 품으며 살아가고, 그리고 또 선한 부모가 되어 자식을 성실하게 키우며 일생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것이 부모의 양육에 달려 있다. 간단히 말하면 화내지 않으며 양육하는 것에 달려 있다. 즐거운 경험의 반복을 통해서 그것이 뇌의 습관이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즐거운 경험이란 하고 싶은 것을 제한받지 않고 실컷 세상을 탐색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의도와 감정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부모의 화는 아이의 화를 불러일으키고, 길게는 아이의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씨앗이다. 그러니 어때야 하겠는가. 화를 덜 내야 한다. 화가 일어나지 않는 뇌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화를 덜 내려면 아이에게 덜 원해야 한다. 부모가 바라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아이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가 바라는 것에 대해 관대해지는 것. 그러면 아이도 자기가 바라는 것에 관대해진다. 그런 감정의 교감을 아이와 나누는 것. 그게, 부모다움이다. 어른스럽게 감정을 조절하는 것. 쉽지 않다. 그 길고 어려운 과정이 부모로 성숙해가는 길이다.

*칼럼니스트 최명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과 보육정책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했다. 현재는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애초기의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인 영유아와 그들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부모, 교사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나누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많이 읽히는 저서로 「아이와 통하고 싶다」, 「교사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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