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반대 근거, 성경에 없어… 반박토론 기다린다”
“낙태 반대 근거, 성경에 없어… 반박토론 기다린다”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8.19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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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낙태논쟁」 저자 임종식 성균관대 초빙교수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책 '낙태논쟁'의 저자 임종식 성균관대 초빙교수를 만났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책 '낙태논쟁'의 저자 임종식 성균관대 초빙교수를 만났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수정란은 사람일까. 무슨 근거로 수정란을 사람이라고 주장할까. 임신중절(낙태)을 반대하는 가톨릭은 어떤 논리를 들고 있을까. 그동안 보수주의 진영에서는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시하며 임신중절 금지를 주장해왔다.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가톨릭은 임신 중절에 변함없이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임신중절 처벌 관련 법 개정은 난항을 거듭할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 주장에 도전하는 책이 지난 6월 발간됐다. 임종식 성균관대 초빙교수가 쓴 책 「낙태논쟁 : 보수주의를 낙태하다」(사람의무늬, 2019년)는 종교가 주는 권위를 걷어내고 그 주장에 직면할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임신중절을 비롯한 생명권 논쟁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수정란부터 생명권을 가진다는 가톨릭의 주장은 ‘성경에도 없다’고 과감하게 반박하기 때문이다. 

저자인 임 교수는 1990년대 말부터 인간 복제, 배아 연구, 안락사 등 생명윤리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인간, 위대한 기적인가 지상의 악마인가?」, 「개고기를 먹든 말든? - 상대주의의 오류」 등의 저서로 ‘인간 우월주의’를 향해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건 거의 사명감으로 쓴 거예요. 가톨릭의 허구를 밝히기 위해서.”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묻자 임 교수는 간결하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태도에서 사유의 깊이와 자신감의 크기가 느껴졌다. 임 교수가 임신중절과 관련한 논쟁에 뛰어들고자 한 것은 언뜻 당연한 의지일지도 모른다. 베이비뉴스는 다음 책으로 ‘태아의 생명권’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는 임 교수를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임신 중절을 반대하는 입장 중 보수주의 측은 '수정란부터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 사진 ⓒ베이비뉴스
임신 중절을 반대하는 입장 중 보수주의 측은 '수정란부터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 사진 ⓒ베이비뉴스

◇ “가톨릭 낙태 반대 근거, 성경에 없어… 반박토론 기다리지만 반응 없어 안타까워” 

Q. 분야를 불문하고 종교계 주장을 반박하는 책은 찾기 쉽지 않습니다. 꺼려하고 어려워하거나 공격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지요. 책에도 “소심한 필자”라고 밝히기는 하셨지만 용기를 내셨습니다. 「낙태논쟁」을 쓰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A.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신앙에 위배되니까 감히 검증을 못하거든요. 들여다보면 성경엔 인간 생명의 시작점에 관련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어요. 가톨릭은 교황 비오 9세(Pius Ⅸ) 때인 1869년 처음 인간의 생명이 수태시점에 시작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취했어요. 그걸 알려야죠.”

Q. 이번 책은 가톨릭이 임신중절을 반대하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셨습니다. 출간 이후 보수주의 쪽에서는 반응이 있었나요? 

A.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소식이 없어요. 만약에 보수주의자들이 제 주장을 반박하겠다고 하면, 재반박할 자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방이 오가면 이슈가 되잖아요. 가톨릭 입장에서는 보수주의 논리가 성경 문제도 아닌데다, 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 각인되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봅니다. 논의의 장을 만들고 싶었는데, 안타깝습니다.”

Q. 임신 중절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생명권과 관련해 책이나 글을 다양하게 발표하고 계십니다.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된 사건이 있나요?

A. “1968년에 크게 두 가지 사건이 있었어요. 교황 바오로 6세는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를 공표해요. 인공피임까지 반대하는 내용이에요. 회칙 발표 당시에 내부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거든요. 조셉 플레처(Joseph Fletcher) 등 유명한 신부님들이 많이 환속을 했어요. ‘성경에 있지도 않은 생각을 왜 교리로 강요하느냐’고 하면서요. 이를 계기로 생명윤리계의 큰 연구소 두 곳이 생깁니다. 

태아 심리학자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앙드레 헬레거스(Andre Hellegers)는 친구들과 함께 1971년 케네디 윤리연구소(the Kennedy institute of ethics)를 만들어요. 이 사람은 이전에 대통령 직속 인구 및 출생관리 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또, 철학자인 다니엘 칼라한(Daniel Callahan)과 의사인 윌러드 케일린(Willard Gaylin)이 1969년에 헤이스팅스 센터(Hastings Center)라는 공동체를 창립해요. 이 두 기관이 생명 윤리와 관련한 연구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건은, 같은 해 생물학자 폴 에를리히(Paul Ehrlich)는 책 「인구 폭발(the population bomb)」을 발표해요. ‘누구도 열두 명을 낳을 권리가 없다’는 주장이에요.

책에 보면 캘리포니아에 사는 멕시코 사람들을 소개해요. 이들은 인공피임을 못하니까 애를 많이 낳게 됐어요. 그들이 커서 거리로 나와 갱이 되는 일이 빈번했어요. 그래서 둘보다 많이 낳으려는 사람들의 의지는 세금으로라도 꺾어야 한다고 주장해요. 저는 에를리히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환경 재앙의 궁극적인 원인은 세계 인구 증가예요. 누구도 부정 못해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책 '낙태논쟁'의 저자 임종식 성균관대 초빙교수를 만났다. ⓒ임종식 교수 제공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책 '낙태논쟁'의 저자 임종식 성균관대 초빙교수를 만났다. ⓒ임종식 교수 제공

◇ “‘수정란에 잠재력 있다’는 것이 핵심 주장… 그 이상은 없다”

Q.「낙태논쟁」은 보수주의가 임신 중절을 반대하는 논리를 ▲수정란은 성인과 연속선상에 있으므로 생명권을 가졌다(2장) ▲수정란은 인간의 유전자를 가졌기에 생명권을 가졌다(3장) ▲수정란에 영혼이 들어온다(4장) ▲수정란은 성인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기에 생명권을 가졌다(5장) ▲수정란의 잠재력을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6장) 등 다섯 가지로 정리하셨습니다. 가장 논파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주장은 어떤 것입니까? 

A. “그 이상의 주장은 없어요. 이들이 논리적으로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는 지점은 ‘수정란의 잠재력’입니다. 예를 들어, 컵은 생명이 없지요. 사람은 생명이 있어요. 컵과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죠. 생명권을 부여하는 속성은 무엇일까요. 유전자일까요? 3장은 유전적인 속성은 수정란의 생명권을 주장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반박해요. 

정신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정란에게 생명권을 인정해준다는 주장도 있죠. 수정란에 어떤 정신적인 속성이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럼 유일하게 건지는 것은 ‘수정란의 잠재력’입니다. 수정란은 ‘나중에 사람이란 특성을 가질 잠재력을 가졌다’는 거죠.

5장은 ‘나중에 사람이 될 거니까 지금도 사람’이라는 주장을, 6장은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말하는 ‘수정란의 잠재력을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부정했어요. 7장은 이 두 주장의 결합을 반박했고요.”

Q. 잠재력이란 건 수정란을 생명으로 인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네요?

A. “보수주의 입장에선 그 점밖에 내세울 게 없어요. 영혼만 해도, 과거 신학자들은 ‘질료 형상론’이라고 해서 ‘영혼이 들어오는 시점이 내가 존재하는 시점’으로 그때부터 사람이라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수정란을 아무도 지목하지 않았죠.

가톨릭의 사상적 지주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수태 이후 영혼 주입설을 주장했어요.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라 남아는 잉태 이후 40일, 여아는 90일 시점에 영혼이 신체에 들어온다고 설명했죠.

성경은 생명이 들어오는 시점을 ‘수정란’으로 규정하지 않았어요. ‘태중에 있을 때’라고 표현해요. 해석 가능성이 다 열려 있는 거예요.”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 처벌 규정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지만, 팽팽하게 대립하는 찬반 입장 때문에 입법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 처벌 규정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지만, 팽팽하게 대립하는 찬반 입장 때문에 입법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신학자 드레버만, ‘강경한 임신 중절 반대는 교세 확장 전략’ 주장해”

Q. 몇몇 신도들은 생명권과 관련한 논쟁을 두고 종교와 자신 사이에서 방황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때문에 임신 중절을 개인적으로 지지하지만 그 입장을 공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체성에 혼란이 생길 것 같습니다.

A. “그런 분들은 1장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가톨릭의 가르침은 성경과 무관합니다.”

Q. 낙태뿐 아니라 생명권 전반에 있어서 가톨릭은 생명권에 강경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 보시나요?

A. “1869년 비오 9세는 교황 무류설도 공표합니다. 교황이 공표한 것에는 오류가 없다는 건데, 그래서 교황이 어떤 것을 공표하면 이걸 바꿀 수가 없어요. 

또 하나, 신학자 오이겐 드레버만(Eugen Drewermann)은 교황청과 신앙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신학대학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신부직에서도 파면됐어요. 내부 개혁에 힘쓰는 평신도로 살다가 책을 수 십 권 썼습니다. 드레버만은 책 「우리 시대의 신앙」에서 ‘교황의 발언에는 윤리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교세 확장에 대한 이해도 같이 묻어있다’고 말해요. 그것도 이유일 수 있습니다.”

Q. 가톨릭에서는 임신 중절 입장을 수정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A. “없습니다. 그래서 다음 선거를 잘해야 합니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은 임신 중절에 엄격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앨라배마주는 지난 5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를 제외한 모든 단계에서 임신 중절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공화당이 우세한 주는 임신 중절 법안을 개정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정책은 다시 번복될 가능성이 있어요.”

Q. 앞으로 형법상 임신 중절 처벌 규정을 개정할 텐데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지난 4월 14주까지는 조건 없이, 22주까지는 ‘사회 경제적 사유’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개정될 임신 중절 규정도 가능 주수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이 어떤 안으로 개정될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A. “만약에 입법부가 종교계의 눈치를 많이 본다면 임신 중절 가능 기간을 8주로 제한할 겁니다. 또 하나, 한국 법은 미국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 미주리주에서 최근 중절 가능 기간을 8주로 제한했습니다. 1970년대 미국은 24주까지 허용했지만, 한국에선 가능할진 잘 모르겠습니다. 8주 또는 12주로 제한하는 안으로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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