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판결 후 두 달, 낙태죄 입법 방향 어디로 가나
헌법불합치 판결 후 두 달, 낙태죄 입법 방향 어디로 가나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6.20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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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더불어민주당 인권위, 정책토론회 열어 낙태죄 입법과제 점검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는 여성계·의료계·종교계 등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는 여성계·의료계·종교계 등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지도 두 달이 지났다. 헌법재판소가 내년 12월로 법 개정 시한을 설정한데다 내년 상반기에는 국회의원 선거도 앞두고 있는 만큼, 국회는 대체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여성계·의료계·종교계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

당 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북 익산시갑)은 인사말에서 “낙태 허용 기간과 범위 등 쟁점이 되는 부분을 어느 수준에서 정하느냐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토론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 “헌재, 생명권·자기결정권 대결구도 넘어서”…“해외 입법 사례 역사배경 고려해야”

‘헌재 결정의 의미와 해석’을 주제로 발제한 김수정 변호사는 낙태죄 헌법소원청구인 대리인단장으로, “헌법 논리를 앞세우기 전에 낙태죄 대문에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설명하면서 “헌법재판소가 변론으로 주장한 내용을 결정문에 반영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012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두고 “태아의 생명권을 내세우면서 사익으로 치부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없애버리는 구조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을 두고 “생명의 차등적 보호나,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간의 대결구도를 넘어서는 조화적인 시선의 설시 등은 입법과정에서 중요한 점이라고 본다”며, “임부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문제로서 접근을 해야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도 부합하고 생명보호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정책토론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과제’에서 김수정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조문을 소개하며 이번 결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9일 정책토론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과제’에서 김수정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조문을 소개하며 이번 결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해외 임신중단 관련 법률을 통해 본 성과 재생산 건강 정책의 쟁점’을 주제로 발제한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입법 과정에서 해외 입법 사례를 참고하는 것에 주의를 당부했다. “낙태죄는 역사·사회적 배경을 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유럽은 종교적인 전통을 가지고 법을 구성했기 때문에 종교적인 관점에서 생명과 임신을 통제하고자 하는 관점이 녹아있지만, 건강보장 수준이나 사회적 합의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집행된다”는 것이다. 

장 부연구위원은 “(임신중단 관련 법률은) 형법에서 처벌하고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영역에서 건강권 차원으로 고려하면 형사처벌로 다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자보건법이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성과 재생산 건강권 차원에서 전체 개정을 염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헌재 결정 이후 두 달, 여성 삶 변화 없어”…접근성 고려·빠른 입법 촉구 목소리

여성계를 대표한 토론자로 나선 김민문정 한국민우회 상임대표는 “헌법재판소 판단에서 의미있는 점은 여성 삶의 맥락에서 낙태죄를 재해석했다는 점”이라며 “임신 중단을 금지나 규제 영역에 둘 것인지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우회에는 불합치판단 전과 같은 내용의 상담전화가 걸려온다”며 “헌법재판소가 엄청나게 획기적인 의미의 판단을 내렸지만 두 달 동안 여성들의 삶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국회의원들의 빠른 입법을 촉구했다.

여성계·의료계·종교계 등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과제’에서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임신중단 입법과제에 대해 의료계의 입장을 밝혔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여성계·의료계·종교계 등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과제’에서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임신중단 입법과제에 대해 의료계의 입장을 밝혔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의료계는 “임신중단이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UN 국제규약의 건강권 규정은 가용성·접근성·수용성·질이 보장돼야 한다”며 임신중단과 관련한 입법과정에서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임신중단과 관련한 의료 원칙은 여성의 자율적 판단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현대 의학수준에 맞되,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입법부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차 심의관은 “입법부의 귀속력은 헌법재판소 판결문 중 주문에 있다”며 “입법부는 열린 자세로 이 문제에 고통을 겪은 여성들의 임신 중단 문제를 처음부터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차 심의관은 임신 중단 약물 수입을 언급하며, “(임신 중단 관련 조항이) 입법되고 난 다음, 시행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가 가능한 부분은 정부가 빨리 움직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가 19일 주최한 정책토론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과제’에서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인 정재우 신부는 낙태시술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보호하는 입법을 촉구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가 19일 주최한 정책토론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과제’에서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인 정재우 신부는 낙태시술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보호하는 입법을 촉구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종교계 “낙태, 여성·태아 간 유대관계 파괴…낙태 거부 의료인 보호 입법 필요”

한편, 종교계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전과 다름없는 완고한 태도를 유지했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인 정재우 신부는 “낙태는 여성과 태아가 가진 특별한 유대관계를 파괴한다”며 “여성의 몸이 가진 고유한 의미가 낙태로 거부되고 소외된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에게 임신을 유지할 길을 마련하지 않은 채로 법을 개정하면 낙태를 해야하는 상황에만 놓이는 것”이라며 “낙태하지 않을 자기결정권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신부는 “태아를 죽이는 행위는 어느 누구에게도 의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생명 보호를 양심상의 의무로 여기는 의료인에게 강요할 수 없다”며 낙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결정을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을 입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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