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밥 좀 먹이자는데, 이게 아낄 돈입니까?
아이들 밥 좀 먹이자는데, 이게 아낄 돈입니까?
  • 기고=김지애
  • 승인 2019.08.26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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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지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26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1745원으로 동결돼 있는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 인상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 22년째 동결된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 1.745원 인상 촉구!!!) 김지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가 쓴 청원 글을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7월 29일 국회 앞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표준보육료 인상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7월 29일 국회 앞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표준보육료 인상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저는 직장에 다니면서 네 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엄마입니다.

육아휴직 직후인 생후 15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제 아이는 식품알레르기와 아토피가 있어 기관 급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선진국의 급식 제도에 대해 조사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급식 환경에 문제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정치하는엄마들’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어 여러 양육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 식사 때문에 어린이집 식단표를 꼼꼼히 볼 수밖에 없었는데, 식단에는 인스턴트식품, 반조리 식품이 너무 많았고, 친환경 급식은커녕 GMO 식품이 넘쳐나는 상황이라 모든 아이들의 건강이 염려되고 늘 안타까웠습니다. 초등학생도 친환경 급식을 하는 시대에 더 어리고 더 좋은 걸 먹어야 하는 영유아들이 형편없는 급식을 먹는다는 사실에 화가 났습니다. 

정치하는엄마들 급식팀은 지난해부터 지역별⦁기관별 식단표와 급간식비 단가를 조사해왔는데, 올해 초 어린이집 1일 급간식비(급식1+간식2) 기준이 1745원이라는 언론보도를 보고 다들 충격에 빠졌습니다.

요즘 물가에 하루 1745원으로 뭘 어떻게 먹일 수 있는지, 그리고 이 기준을 1997년부터 지금까지 22년간 올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엄마들은 분노했습니다. 1997년부터 2018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44.4% 상승했으니 1745원은 동결이 아니라 775원 깎인 셈입니다. 22년 동안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정녕 아이들을 위한 정치는 없었던 것입니다.

이후 우리는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별 급간식비 지원금 현황을 전수조사 했고,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급간식비 현실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지자체별 지원금 전수조사 결과 전체 3분의 1에 달하는 80여개 지자체에서 지원금이 0원이었고, 이 지역의 어린이집 영유아들은 하루 1745원짜리 부실한 급간식을 먹고 있는 현실입니다.

반면 전국에서 지원금이 가장 높은 충북 괴산군(1190원)은 지원금 포함 하루 급간식비가 2935원인데 이 정도는 되어야 국공립유치원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급간식비 지원금이 1000원이 넘는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5곳뿐이기 때문에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간의 급식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이 22년째 동결된 동안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자녀들이 다니는 직장어린이집 급간식비는 얼마나 올랐는지 궁금했습니다. 정치하는엄마들 급식팀은 전국 300여 개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급간식비도 전수조사 해서 발표했습니다.

◇ 금식판-흙식판 논란 부른 급식 양극화

조사 결과 1위는 서울시청직장어린이집으로 하루 급간식비가 무려 6391원이었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 기준의 3,7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2~5위는 광주 서구청 5000원, 서울 종로구청 4940원, 서울 중구청 4878원, 국방부 4848원 순이었고, 보건복지부 3862원, 대통령 비서실 3800원, 국회 3800원으로 집계 되었습니다.

300여 개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중 20개 기관에서 하루 급간식비가 4000원 이상이었고, 가장 낮은 곳도 2천 원대 후반으로 적어도 병설유치원에 준하는 급간식비를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즉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과 나머지 기관에 다니는 아이들 간의 급식 양극화는 더욱 심각하여 금식판⦁흙식판 논란이 촉발된 것입니다.

이 와중에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 정금호 사무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물가가 상승했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야채나 쌀과 같은 것들이 요즘 농업도 자동화된 공정이 도입되면서 오히려 단가가 낮을 수도 있다. 식재료비를 표준보육료에 곧바로 대입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산출에 관한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8월 16일 여성신문 「어린이집 급·간식비 11년째 1745원」 진혜민 기자)

물가는 올랐지만 식재료비는 안 올랐다는 궤변도 문제지만, 그렇다면 보건복지부 직장어린이집 급간식비는 왜 3862원인지 해명부터 해야 될 것입니다.

공무원 부모를 둔 아이들의 급간식비가 다른 아이들보다 크게 높은 것을 보면서, 정부는 무슨 염치로 자꾸 아이를 낳으라는 건지? 공무원이 아닌 나는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급간식비만 높은 걸까요? 아이들은 왜 급식부터 차별을 받아야하는 걸까요? 자기들 월급은 매년 인상하면서 어떻게 아이들 밥값을 22년째 동결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 놈의 인구절벽, 저출생 이야기를 귀가 따갑게 듣고 있습니다. 저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저출생 극복 얘기를 할 때면 너무 화가 납니다.

출산율을 낮추고 있는 것은 애를 낳지 않는 우리 엄마들, 돈 없고 힘없는 시민들이 아닙니다. 저는 이번 조사를 하면서 애를 못 낳게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정부와 정치인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 하루 1745원으로 아이들 먹인다니… 현대판 '보릿고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2016년에 펴낸 보고서 '어린이집 식자재 품질관리 및 적정급식단가 산정요구'에 따르면 일반급식 적정단가는 2616원, 친환경급식 적정단가는 3403원(만3~5세 기준)이라고 합니다. 턱 없이 부족한 금액에 급식을 끼워 맞추다 보니 값싼 인스턴트식품이 많아지고, 식재료의 질은 떨어지고, 양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저는 점심값으로 만 원 가까이 쓰게 되는데, 어린이집에 가 있는 아이들은 하루 7~8시간 동안 1745원으로 점심 급식과 오전⦁오후 간식까지 모두 해결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수십 년간 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면서 성조숙증 예방, 아동비만 예방을 말하는 보건복지부는 너무도 파렴치합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린이집 조리사분들은 급식 80인분을 혼자 준비하십니다. 연령대도 제 어머니와 비슷하셔서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드실거고, 그러다보니 시간 내에 준비할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 반조리 식품 사용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급식 시스템을 조금만 관심 갖고 들여다보면 예정된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정부는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을 올리고, 급간식비 예산을 늘려서, 조리사분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급식의 양과 질을 현실화 하십시오! 

시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우리가 일터에서 가족들을 위해 성실히 일하는 시간 동안, 우리 아이들은 배고파하며 엄마아빠가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아니었습니다. 하루 1745원이라니 현대판 보릿고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건복지부 담당부서 공무원은 ‘예산이 없다’고 제게 답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국방 예산만 46조 원이라고 합니다. 아이들 급간식비를 1.5배 올리는 데 2500억이 들고, 이는 국방 예산의 0.5%도 안 되는 돈입니다.

아이들 밥 좀 먹이자는데, 이게 아낄 돈입니까? 나라 예산을 아끼려면 다른데서 얼마든지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집에서 반나절 동안 배고픔을 참아야 한다면 아동수당 10만 원은 무슨 소용입니까?

정부는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 1745원, 지금 당장 인상하십시오! 엄마아빠들이 노동하여 낸 세금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권, 기본권에 있어 차별하지 마십시오! 내 아이, 네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일입니다. 시민 여러분, 부디 관심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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