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설사할 때 무조건 굶겨라? 다 옛말입니다
아기가 설사할 때 무조건 굶겨라? 다 옛말입니다
  • 칼럼니스트 김택선
  • 승인 2019.09.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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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K의 육아코치] 아기 설사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

아기를 키우다 보면, 아기가 장염에 걸려 토하거나 설사를 해 애간장이 타는 경험 한두 번은 하게 된다. 특히 이유식을 먹는 6~12개월의 아기가 장염 때문에 오물오물 받아먹던 음식을 거부하고 기운 없어 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욱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아기가 설사하기 시작하면 부모의 고민도 함께 시작된다. 분유부터 바꿔야 할지, 모유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유식은 중지해야 하는지 계속 먹여도 되는지, 설사할 때 먹여도 되는 건 무엇이고 먹이면 안 되는 건 또 무엇인지…. 그러나 이런 고민의 결과와 별개로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설사할 때는 아무것도 먹이지 마라', '설사가 멈출 때까지 흰죽만 먹여라'같은 오래된 통념에 따라 아이의 식단을 바꾼다. 

설사하는 아기, 굶겨야 할까? ⓒ베이비뉴스
설사하는 아기, 굶겨야 할까? ⓒ베이비뉴스

◇ 아기 설사한다면 굶기지 말고 조금씩 자주 먹일 것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설사하는 아기의 식단에 대한 원칙에도 변화가 생겼다. 아기가 설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아기가 탈수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다음에는 질병이 빨리 낫도록 굶기지 말고 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가능한 한 빨리 설사하기 이전의 식단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모유를 먹는 아기라면 오히려 모유 수유 횟수를 늘려 모유를 자주 먹이는 것이 좋다. 모유에는 장염의 회복을 돕는 면역물질, 세균과 싸울 수 있는 항감염인자뿐만 아니라 비피더스균(bifidobacterium), 젖산간균(lactobacillus) 같은 유산균이 풍부하다. 그러므로 혼합 수유를 하는 아기라면 모유의 비중을 더 늘리는 것이 좋다. 

분유 먹는 아기가 설사할 때, 의사가 설사 분유를 처방하지 않는 한, 당장 설사 분유로 바꿀 필요는 없다. 분유도 묽게 먹일 것 없이 그냥 원래 먹이던 분유를 원래 농도로 타서 먹이면 된다. 아기가 이유식을 거부하고 분유만 찾는다면 3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먹여서 수분을 보충해주자. 

초기 이유식을 하는 아기가 설사한다면 처방받은 경구 수액제를 분유나 미음에 50g/L로 섞어 먹이자. 장이 분유의 유당에 노출되는 것을 줄임으로써 유당불내증의 빈도를 낮추고, 열량 높은 음식을 먹일 수 있다.

중기나 후기 이유식을 먹는 아기가 설사를 한다면 평소보다 이유식을 묽게 조리하고 고기나 야채는 더 잘게 다져서 만들어 먹이자. 이유식 횟수는 평소보다 1회 더 늘린다. 만일 이유식을 하루에 3회 먹던 아기라면 양을 줄이는 대신에 횟수를 4회로 늘려 조금씩 자주 먹이는 것이다. 설사가 멈췄더라도 일주일까지는 이유식을 이런 식으로 조금씩 자주 먹이는 것이 좋다. 설사 때문에 아기의 체중이 감소했다면 체중이 회복될 때까지 이렇게 먹인다. 

설사할 땐 탄수화물이 많고 지방과 유당이 적은 음식을 선택해서 먹여야 한다. 쌀, 밀, 빵, 감자, 곡류, 기름기가 적은 고기, 생선, 부드러운 채소, 플레인 요구르트가 좋다. 유제품과 동물성 지방, 과당이 많은 과일과 주스, 소화하기 어려운 섬유질, 스포츠음료, 당도가 높은 요구르트는 피해야 한다. 단 바나나와 익힌 사과, 우유를 유산균으로 발효시킨 플레인 요구르트는 먹여도 좋다. 

아이가 이유식을 너무 적게 먹어서 열량이 부족해 보일 땐 식물성 지방인 참기름과 들기름을 하루 한두 스푼(5~10cc)가량 죽에 섞어 먹이면 좋다. 지방은 위장의 운동속도를 늦춰 설사가 낫는 데 도움을 주는데, 참기름이나 들기름 같은 식물성 지방이 그 역할도 한다. 

◇ 1990년대 후반부터 바뀐 대처법 "최대한 빨리 정상식이로 돌아가라"

설사 때문에 장의 일부 점막이 손상됐다고 하더라도 장은 영양분을 흡수하고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장은 탄수화물 80~95%, 지방 70%, 단백질 75%를 쉽게 흡수할 수 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소화 흡수가 용이한 음식을 소량씩, 자주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먹던 이유식으로의 복귀가 빠르면 빠를수록 장 기능의 회복도 빨라진다.

한편 설사할 때 영양제를 추가로 먹이는 것이 좋을까? 예컨대 영양소 중에 미량원소인 아연을 따로 먹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엄마들이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5세 이하의 경우 설사가 멈출 때까지 아연을 공급하는 것이 효과가 있고 설사의 재발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지만, 영양상태가 양호한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아연의 과잉공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데다 아연의 치료 효과와 그 안전성또한 입증할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권장하지 않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와 유럽소아소화기영양학회(European Society for Pediatric Gastroenterology, Hepatology and Nutrition)에서는 경증 및 중등도 탈수증이 동반된 영유아의 급성 설사 치료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서는 의사가 처방한 경구 수액제를 이용해 초기 4시간 동안 탈수를 교정한 후, 정상적인 수유나 정상식이를 조기에 실시하도록 권장한다.

앞서 말했듯이, 1990년대 후반부터 설사하는 아기가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이유식 방법과 요령이 여러 가지 과학적 근거 속에서 업데이트됐다. 물론 오래된 통념은 참으로 깨기가 쉽지 않다. 아기가 금식을 하면 당장 설사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가시적인 효과가 있는데다, 음식을 계속 먹이면 흡수장애가 오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설사하는 아기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 ‘조건없는 금식’이나 ‘지속적인 흰죽 먹이기’에서 탈피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김택선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 등 여러 병의원에서 소아청소년과 과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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