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자꾸 다른 아이의 잘못을 이를까요?
아이들은 왜 자꾸 다른 아이의 잘못을 이를까요?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9.10.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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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고자질 잘하는 아이 

한 아이가 뭔가 실수를 저지르면 옆에 있던 다른 아이는 이 사실을 엄마나 선생님께 이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아이들은 작은 일도 일일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이야기합니다.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아이들은 심각합니다.

엄마 아빠는 중요한 것이 아니면 넘어갈 것은 넘어가고 아이들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별것 아닌 것까지 고자질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가,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제가 부모교육을 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부모님들이 보았을 때는 귀찮고 성가신 일 중 하나니까요.

그러나 아이들은 이럴 때 부모가 ‘심판자’이기를 기대합니다. “저 아이가 잘못했으니 벌을 주세요”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동생이나 언니, 형 혹은 친구가 좋은 일을 했을 땐 금방 달려와서 말하지 않습니다. 

잘못했을 땐 득달같이 달려오면서, 좋은 일엔 그다지 관심 둬 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부모의 행동을 보면 아이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엄마! 쟤가 그랬어요! 쟤 혼내주세요!" ⓒ베이비뉴스
"엄마! 쟤가 그랬어요! 쟤 혼내주세요!" ⓒ베이비뉴스

◇ 고자질 잘하는 아이의 마음 "내가 혼난 것처럼 다른 애들도 혼내주세요"

우선, 동생이나 언니, 오빠가 잘못했을 때 부모가 심판해주길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떤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아이들은 잘못한 행동에 일일이 지적을 받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잘못했을 때 그 행동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잘못했다고 못을 박고, 앞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의도 없이 했던 실수도 일일이 지적하고, 특히 부모를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에는 큰 화를 내면서 반응합니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심판받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특히 아직 말로 자신의 억울함이나 행동의 이유를 분명히 밝힐 수 없는 나이의 아이들은 어른에게 혼이 날 때, 말하자면 변호사 입회도 안되는 상황에서 신과 같은 존재인 부모에게 결과에 대해서만 질책받을 때 무너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지적당하고 혼이 난 경험과 감정이 축적된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면 겁부터 냅니다. 겁이 나면 책임을 못 집니다. 겁을 내며 부모의 평가만 기다릴 뿐입니다. 그래서 주변 아이들, 특히 형제들이 잘못한 행위에 대해서도 부모가 심판해달라고 조르는 것입니다. 자신이 심판을 당했듯이요. 

여기엔 당연히 대책이 필요합니다. 현명한 부모라면 질문만으로 아이들이 이르는 태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갑자기 부모의 말과 행동이 바뀌면 아이들은 놀라겠지만, 그래도 지속해야 합니다.

우선 아이들이 이르는 말을 잘 선별해야 합니다. 아이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일도 단순히 제 편을 들어주길 바라며 이른다면, 그 말은 안 듣겠다는 단호한 표현과 함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묻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다시 물어보면 됩니다. 이때 부모는 아이들이 분명히 자기들만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믿어야 합니다. 이 말인즉, 부모가 심판자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어른의 '판결' 기다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두 번째,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배울 때라는 것을 잘 포착해야 합니다.

얼마 전 제 연구소에 열세 명 정도의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연구소에는 마당이 있는데요, 가끔 마당의 풀을 베려고 둔 호미가 아이들 눈에 띈 모양인지, 이내 호미는 아이들이 마당을 파고 노는 장난감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호미를 서로 가지려고 다투는 일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아이가 울며 달려와 일러도 어떻게 해야 네가 호미를 가질 수 있을지 한번 스스로 해결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한 아이가 호미로 방충망을 찢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달려와 방충망 찢은 아이의 만행을 일렀습니다. 아이들은 방충망이 찢어졌다고 말하지 않고 OO가 방충망을 호미로 찢었다는 데 초점을 두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의 연령대는 5살부터 10살까지 다양했는데, 10살 아이는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은 OO가 ‘나쁜 짓’을 했다고 연구소 책임인 제게 와서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마치 큰일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의기양양한 목소리였습니다. 범인(?)은 이미 엄마에게 혼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일단 아이들을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아이들은 일을 만든 아이만을 부르지 않고, 모두를 부르는 것에 의아해했지만, 일단 모이긴 했습니다. ‘범인’은 가까이 오지 못하다가 한참 지난 후에 고개를 숙이고 눈치를 보며 겨우 다가왔습니다. 

나: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아이들: OO가 방충망을 찢었어요.

나: OO이 이야기 말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만 말해줄래요?

아이들: 방충망이 찢어졌어요. 호미로 그랬어요.

나: 그렇구나, 호미에 방충망이 찢어졌구나. 얘들아 손으로 방충망 한번 밀어볼래?

아이들은 손으로 방충망을 밀어보았죠.

나: 방충망이 찢어졌어요?

아이들: 아니요.

나: 호미가 힘이 세구나. 방충망이 찢어질 정도로.

아이들: 네.

나: 그런데 호미를 얼굴에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아이들: 큰일 나요. 피가 나요. 무서워요. 죽을 수도 있어요.

나: 호미를 휘둘러서 잘못하면 그럴 수도 있겠네.

아이들: 네.

이때쯤 범인(?)이었던 아이도 고개를 들고 한결 편안해진 얼굴빛을 하고 같이 대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 호미는 밭이나, 마당에 있는 풀을 매려고 쓰는 도구예요. 그런데 잘못하면 이렇게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어요.

아이들: 네.

나: 그래서 할머니들은 밭에서 풀을 맬 때 땅에서 높이 호미를 들지 않았어요. 무릎 아래에서만 호미를 사용했어요. 친구들은 무릎 아래에서 호미를 사용하는 것이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아요?

아이들: 네, 이렇게~이렇게요.

아이들은 땅에서 호미를 매는 시늉을 했습니다.

나: 호미를 높이 들고 사용하면 어떻게 되나요?

아이들: 사람이 다칠 수도 있어요. 피도 흘릴 수 있어요. 방충망을 찢을 수도 있어요.

아이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대답을 했습니다.

나: 우와~ 우리 친구들이 정말 잘 알아듣고 잘 배웠구나!!

그런데 이렇게 찢어진 방충망은 어떻게 할까?

아이들: 테이프로 붙이면 돼요.

나: 테이프로 붙이면 예쁘지 않을 것 같아.

아이들: 방충망에 붙이는 테이프가 있어요.

나: 그래? 와~정말? 방충망에 붙이는 테이프는 어떻게 생겼지?

아이들: 방충망하고 똑같이 생겼어요.

나: 선생님이 오늘 방충망이 찢어진 덕분에 방충망용 테이프가 있다는 것을 배웠네요.

‘범인’에서 ‘방충망을 호미로 찢은 아이’로 신분이 바뀐 녀석이 자기 집에 방충망 테이프가 있다고 책임지고 가지고 오기로 했습니다.

고자질하는 습관은 결국 어른들이 만들어 낸 나쁜 선물입니다. ⓒ베이비뉴스
고자질하는 습관은 결국 어른들이 만들어 낸 나쁜 선물입니다. ⓒ베이비뉴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너 왜 이렇게 했어!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이런 말은 아이에게 겁을 줘서 아이를 조용하게 만드는 방법으론 아주 쉽고 빠른 방법입니다만,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의 잘못을 빨리 찾아내는 방법만 알게 될 뿐입니다. 

이럴 땐 부모가 상황을 잘 파악해서 그냥 둬도 될 일이라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볼래?”라고 말해주고, 아이가 뭔가를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근차근 질문을 던져가며 아이들에게 사용법을 알려주고, 위험해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치워둬야 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미리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에 큰일을 예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살피지 않는다면 어느 사이에 우리는 변론 없는 독재적인 판단으로 아이를 겁먹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고자질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이르는 습관, 고자질하는 습관은 결국 어른들이 만들어 낸 나쁜 선물입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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