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어린이집으로 바뀝니다, 두 달 안에 나가주세요'
'국공립어린이집으로 바뀝니다, 두 달 안에 나가주세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12.09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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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어린이집 국공립 전환 시 '2개월 내 전원조치' 학부모 곤란 호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맘 A 씨는 자녀가 다니는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거점형 공공형 직장어린이집)으로 전환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내년 2월 말까지 아이들이 다닐 다른 어린이집을 찾아야 한다. ⓒ베이비뉴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맘 A 씨는 자녀가 다니는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거점형 공공형 직장어린이집)으로 전환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내년 2월 말까지 아이들이 다닐 다른 어린이집을 찾아야 한다. ⓒ베이비뉴스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원아들이 2개월 안에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가야 해 아동과 학부모들이 불편과 혼란을 겪고 있다.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으로 전환할 때 기존 어린이집은 폐지 절차를 밟는다. 2019년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 따르면, 폐지 또는 휴지 사실을 2개월 전까지 보육교직원 및 부모 등 보호자에게 사전 고지해야 한다. 신고를 받은 해당 지자체는 보육 영유아에 대한 전원(轉園)조치가 이뤄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민간어린이집을 지자체에 매각하는 경우 건물 노후화,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리모델링이나 신축 공사가 필요하다. 기존에 다니던 원아들은 불가피하게 어린이집을 옮겨야 하는 상황. 학부모 입장에서는 새로운 어린이집을 찾고 옮기는 데 2개월은 너무 짧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 확대'에 발맞춰 최근 1~2년 사이 민간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0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만 550개소의 국공립어린이집을 더 만들겠다는 계획. 학부모, 원장, 교사 등 입장에 따라 각각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으나 보육사업안내 지침은 변함이 없다.

◇ 학부모·보육교사 "최소 6개월 전에는 알려야 한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맘 A 씨는 지난달 26일, 자녀가 다니는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거점형 공공형 직장어린이집)으로 전환된다고 통보받았다. 기존 어린이집은 2월까지만 운영하니 그 사이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 갑작스런 폐원 통보에 A 씨는 황당했다. 구청과 어린이집으로 민원을 제기했으나 옮겨갈 어린이집을 빨리 찾는 것 외엔 다른 방안이 없다는 사실에 답답했다.

A 씨는 지난달 29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구청과 어린이집에서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면서, “국공립 전환은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왜 피해는 아이와 학부모들이 봐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A 씨는 아직 옮겨갈 어린이집을 찾지 못한 상황. A 씨는 “여기저기 입소대기를 걸어두고는 있지만 기존 다니던 어린이집과 비교하면 거리가 멀어지고 아이도 새로운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결국 현재 절차상으로 국공립으로의 전환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 씨 자녀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아는 모두 113명. 졸업인원을 빼면 86명이 2월 말까지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가야 한다. 관할 구청과 어린이집 측은 원아가 옮기고자 희망하는 어린이집을 3지망까지 수요조사를 받아 기한 안에 모두 옮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지난 3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공립 전환 시에는 기존 원생 명단을 받아 (새로 만들어질 국공립어린이집에서도) 우선순위를 승계하지만, 해당 어린이집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에서 진행한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 공모사업에 선정된 경우이기 때문에 전원 승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어린이집 원아 입소기준에 따라 고용보험가입자에 대해 우선입소를 허용할 방침이어서 소상공인 자녀 등 고용보험에 가입이 안 된 분들의 자녀의 경우 승계가 어려워 이 부분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측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어린이집 폐지신고 2개월 전 고지'라는 지침상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지난 5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어린이집을 당장 옮기라고 하면 어떡하나"라며, "이사를 할 때도 어린이집 위치를 고려하고 전세 계약 기간도 2년인데 최소한 한 학기 정도는 신입원생을 받지 않으면서 (국공립 전환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공동대표는 “아이 중심이 아니라 원 중심으로 전환 절차를 거친다는 건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정말 없는 정책"이라며, "폐원을 두 달 만에 한다는 건 행정편의주의이자 너무 공급자 중심 사고"라고 지적했다. 

◇ 보건복지부는 '특수한 경우 더 짧게도 가능' 지침 개정 검토 중

2019 보육사업 안내. 어린이집 휴지와 폐지 관련 지침. ⓒ베이비뉴스
2019 보육사업 안내. 어린이집 휴지와 폐지 관련 지침. ⓒ베이비뉴스

또 다른 피해자는 보육교사다. 지자체는 국공립 전환 시 고용승계를 권고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그리고 고용을 승계하더라도 리모델링과 신축에 소용되는 기간 동안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은 지난 6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12월~2월이 보육교사 취업 시즌인데 그 외 기간에 폐원을 하게 되면 취업이 쉽지 않다"며, "최소 6개월 전에는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입장은 어떨까.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 B 씨는 지난 5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학부모와 원장 간) 서로 입장 차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며, "폐원 기간이 늘어나면 아이들이 빠져나가는 시기가 길어져 혼란기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으로 전환될 때 전원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다른 민간어린이집 원장 C 씨는 지난 6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경우, (아파트단지) 관리동어린이집이 전환하는 경우 등 상황에 따라 절차나 과정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C 씨는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공간 등을 활용해 대체공간을 마련하고 공사가 끝날 때까지 임시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도 한다"며, "방학이나 특정기간에 공사를 함으로써 전원조치를 하지 않고 (국공립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폐지 고지 이후 기간이 길면 아이들은 계속 빠져나가고 교직원들 급여는 계속 나가야 해서 운영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국공립 전환 시 전원조치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학부모나 보육교사들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지난 4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공립으로 전환할 때 폐원 절차를 꼭 거쳐야 하느냐는 (원장님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특수한 경우에 한해 (지침상) 폐지신고 기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우선 반영하려고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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