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활동 많은 유치원, 전문성 부족… ‘잘 놀 곳’ 택해야”
“특별활동 많은 유치원, 전문성 부족… ‘잘 놀 곳’ 택해야”
  • 김재희·최규화 기자
  • 승인 2020.01.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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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사교육, ‘불안’을 팝니다②] 임미령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이사장(上)

【베이비뉴스 김재희·최규화 기자】

연간 3조 7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영유아 사교육비. 등골 휘는 비용에도 많은 부모들은 ‘불안’ 때문에 오늘도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그 불안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에겐 어떤 대안이 있는 걸까. 베이비뉴스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기획으로 열두 명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답을 구했다. - 기자 말

지난해 9월 23일 서울 한강로1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카페에서 임미령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이사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9월 23일 서울 한강로1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카페에서 임미령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이사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번에 어린이집 처음 보내려고 해요. 초보맘이라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요. 알아봐야 할 게 너무 많네요 ㅠㅠ 어렵게 소문 좋은 두 곳을 골랐는데 특별활동에 차이가 있어요. 한 곳은 특별활동 아예 안 한다고 하고, 다른 한 곳은 영어로만 주 3회 한대요. 나중 생각하면 영어 시켜야 할 거 같은데… 한 달에 10만 원 넘게 추가로 내는 게 부담이긴 해요. 특별활동 하는 게 좋은가요?”

맘카페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선택을 고민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내 아이가 온종일 있을 곳을 고르려면 내부시설, 외부환경, 급간식, 원장 경력 등등 확인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활동 여부는 부모를 특히 고민스럽게 만든다.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다가, 아이 미래를 고려하면 해야 할 것 같고, ‘벌써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꼭 필요하지 않은 것도 같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유치원에서 특별활동을 활성화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때는 특별활동 하는 유치원이 전문성이 없는 곳이라는 인식도 있었어요.”

임미령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이사장은 특별활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아교육 기관에 사교육 요구가 생긴 요인을 “IMF 이후 맞벌이가 늘면서 장시간 돌봄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 이사장은 대안 유아교육운동인 생태유아교육 활동에 오랜 기간 몸담아왔다.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는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생태유아교육에 동의하는 교육자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교육생활협동조합이자 사회적 기업이다. ‘사람과 자연이 한 생명’이라는 이념 아래 아이살림·농촌살림·생명살림을 지향한다. 또한 임 이사장은 ‘좋은 교사는 아이들로부터 배운다’는 철학으로 20년 가까이 유아교육 임용고시 강사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9월 23일 임 이사장을 서울 한강로1가에 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노워리 카페에서 만나 특별활동과 좋은 기관을 고르는 기준을 물었다. 

◇ "척박한 육아환경 때문에 '특별활동' 형태로 사교육 요구가 침투"

통칭 ‘특별활동’은 유치원의 특성화프로그램과 어린이집의 특별활동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유치원 특성화프로그램은 방과후 과정 유형 중 하나다. 2018년 서울시교육청에서 배포한 ‘유치원 방과후 과정 길라잡이’는 특성화프로그램을 “교육과정 이후 반드시 방과후 과정에서만 운영할 것”과 “유치원운영위원회 심의(자문)를 거쳐 원아 1인당 1일 1개, 1시간 이내 운영할 것”을 정하고 있다.

“특성화프로그램 과다 개설로 인해 유아들의 피로와 학습 부담을 야기하거나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유아교육 원칙에 충실하게 운영할 것”도 명시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제29조 4항은 “어린이집의 원장은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일정 연령 이상의 영유아에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특정한 시간대에 한정하여 보육과정 외에 어린이집 내외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활동프로그램(이하 “특별활동”이라 한다)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은 24개월 이상 영유아를 대상으로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특별활동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특별활동은 모두 의무가 아니다. 어린이집은 특별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영유아에게 특별활동을 대체할 프로그램을 함께 마련하도록 했으며, 유치원은 “참여 여부는 학부모 선택에 의한 자율적 참여를 기반으로 운영한다”고 안내한다.

유치원의 특성화프로그램과 어린이집의 특별활동은 사교육으로 봐야 할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육아정책연구소는 매년 영유아 사교육비와 관련한 연구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2014년 3조 2289억 원이던 영유아 사교육비 연간 총액 규모는 2015년 1조 2051억 원으로 반 이상 줄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5년 연구에서 사교육비 산정기준을 바꾼 것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문제제기했다. 2015년 연구는 ▲교구활용 교육 ▲전화·인터넷 등 통신교육 ▲특별활동(방과후 과정 특성화활동)비 ▲특별활동 교재·교구비 등을 사교육 범위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부모가 원비나 보육비와 별도로 프로그램 비용을 부담하는데다 ▲영어나 수학과 같이 강사 위주의 학습 과목을 운영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가 아닌 민간 교육업체에서 강사를 파견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특성화프로그램과 특별활동을 사교육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미령 이사장은 영유아 기관에 사교육 요구가 침투한 요인에 '척박한 육아현실'을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임미령 이사장은 영유아 기관에 사교육 요구가 침투한 요인에 '척박한 육아현실'을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특별활동이라는 형태로 사교육 요구가 침투한 원인은 뭘까. 임 이사장은 ‘척박한 육아환경’을 꼽았다. 임 이사장은 “독박육아를 하는 양육자에게 사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이유를 물으면 ‘집에서 종일 아이를 혼자 돌보기가 어려워서’라고 호소한다”며,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가려고 해도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에 일주일에 두세 번 가거나, 키즈카페에 방문하게 된다는 것.

직장맘의 경우, 기관이 끝나는 시간까지 아이들을 직접 데리러 가기 어렵다. 때문에 학원 차가 대신 기관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학원으로 실어 나른다. 임 이사장은 “예전과 비교하면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도 많이 늘고, 직장 문화도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 일부가 받는 혜택에 불과하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이를 함께 기르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놀이야말로 가장 전문적이고 첨단적인 교육… 영유아 사교육 효과 없어”

임 이사장은 영유아 사교육만큼은 “효과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영유아기는 아이를 놀게 하는 게 맞아요. 인간의 두뇌는 처음부터 언어와 같은 추상적 상징체계를 통해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기 어려워요. 아이들은 자신의 직접 경험을 통해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실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무엇보다도 영유아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주변 세계를 직접 탐색하고 자신의 몸을 움직여 감각과 신체를 사용하면서 배운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발달심리학자인 로베르타 골린코프와 ‘놀이 학습’을 개발하는 전문가 캐시 허시-파섹은 저서 「최고의 교육」(예문아카이브, 2018년)에서 40여 년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필수적인 ‘21세기 역량’을 제시했다. 이 역량은 6C로, 협력(Collaboration), 의사소통(Communication), 콘텐츠(Content),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그리고 자신감(Confidence)을 말한다.

6C 역량은 각각 네 단계를 거쳐 발달한다. 저자는 “역량들은 단지 독립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면서, “연령과 수준 그리고 적합한 경험에 노출된 정도에 달렸다”(339쪽)고 설명한다. 여기에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최고의 학습”(353쪽)이라고 주장한다.

임 이사장도 “아이들이 스스로 경험하게 하고, 부모와 함께 그 경험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경험을 많이 하게 해주는 것, 그 힘이 아이들을 성공시킨다”며, “놀이야말로 가장 전문적이고 첨단적인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Q. 그렇다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고를 때, 학부모가 환경 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아이가 잘 놀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기관 실내에서 온종일 생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설에 자재나 교구를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기관이 좋습니다. 

또한, 유아기는 움직임의 욕구를 통해 성장하고 발달하죠. 그래서 아이들은 바깥에서 충분히 뛰어놀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연 환경에 있을 때 행복감을 느끼고 잘 몰입하죠. 바깥 놀이터에 물모래 놀이터나 흙놀이터가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하세요.”

Q. 환경적인 요인 외에 어떤 점을 봐야 할까요?

“기관에서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하는지, 급간식과 연계해서 안전한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는 식생활교육이 제공되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 아이의 몸과 미래 건강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Q. 이사장님이 생각하기에 ‘좋은 기관’은 어떤 곳입니까?

“생태교육이나 놀이중심 교육, 활동중심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신뢰를 하셔도 좋습니다. 또 열린 유치원이나 열린 어린이집을 방침으로 하고 있다면 그만큼 자신 있고 투명하며, 무엇보다 부모와 함께 아이들을 기르겠다는 의지를 갖춘 것으로 봐야 합니다.

힘들기는 하지만 부모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수고스럽고 번거롭지만 환경친화적인 먹거리를 먹이려고 고생하시고, 종일 아이들과 뛰어 노느라 지치고 힘들지만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에서 보람을 찾는 선생님들이 있는 곳이라면 신뢰할 수 있습니다. 

모두들 편리하고 쉬운 길을 찾아 나서는 세상에서, 우직하게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으로 오늘도 땀 흘리며 수고를 아끼지 않는 현장의 원장님과 선생님을 존경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임미령 이사장은 "열린 유치원이나 열린 어린이집을 운영 방침으로 삼은 곳은 원 운영에 자신 있고 부모와 함께 아이를 기르겠다는 의지를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임미령 이사장은 "열린 유치원이나 열린 어린이집을 운영 방침으로 삼은 곳은 원 운영에 자신 있고 부모와 함께 아이를 기르겠다는 의지를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특별활동 의존도 높은 한국 부모… “교과 성격 과목 여러 개 시키는 것 위험”

한국 영유아 부모는 기관 특별활동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는 “2009년 이후 총 4회 걸친 조사를 통해 2009년 이후 반일제 이상 영유아 보육·교육기관에서 영유아의 특별활동 이용이 증가하고 있고, 5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비율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는 국가간 비교 연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17년 한국 316명, 일본 249명, 대만 354명, 미국 301명, 핀란드 216명 등 5개국 2~5세 학부모 총 1436명을 대상으로 영유아 사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 영유아 77.2%는 교육·보육기관 특별활동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18.9%, 핀란드는 15.5%, 일본은 11.6%가 특별활동을 이용한다고 답해 한국과 격차가 컸다. 대만만 85.3%로 한국보다 높았다. 평균 이용 프로그램 수도 한국은 2.8개로, 다른 국가 영유아에 비해 두세 배정도 많은 프로그램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외국어, 수학, 과학 등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활동 과목 비중도 높다. 특히 외국어 과목 이용 비율은 67.6%로, 대만이 23.3%인 것과 비교해도 세 배가량 높다. 과학 과목 이용 비율도 41.6%로 13.9%인 대만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 일본과 핀란드 영유아는 보육·교육기관 특별활동에서 외국어 과목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Q. 특별활동을 기준으로 좋은 기관을 선별할 수 있나요?  

“특별활동을 많이 하는 곳은 오히려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봐야 합니다. 영유아기 교육은 교사와 아이의 일상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뤄져요. 때문에 철학이 없고, 놀이와 생활 중심 교육에 대한 이해가 없는 곳은 아이의 발달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요.” 

Q. ‘좋은’ 특별활동이 있을 수 있을까요?

“특별한 활동은 아이들에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부모가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되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일과 동안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성장하고 있는지 지속해서 부모와 소통할 필요가 있어요.” 

Q. 만약 학부모가 꼭 특별활동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하나요?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는 ‘놀이’여야 해요.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겠죠. 나이대가 높은 반은 일주일에 1-2회 정도의 체육 활동이 도움이 됩니다. 국악 놀이나 숲 놀이 그리고 유아들 중심의 지속적인 프로젝트 활동을 예로 들 수 있고요. 지역 봉사자와 함께하는 텃밭 활동도 좋습니다.

기관에 오래 머무는 경우, 아이들에게 일상적인 지역사회 활동이나 문화 활동이 부족합니다. 기관 견학이나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좋죠. 지역 관공서나 전통시장, 은행, 병원 등을 방문하거나 동네에 있는 공원과 산책로를 돌아보는 활동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Q. 그렇다면 ‘이것만은 안 된다’하는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영어 등 교과 성격의 학습들입니다. 아이들의 지능을 섣불리 계발하려는 활동들이나 영재교육은 해선 안 됩니다. 무엇보다 이런 학습을 아동에게 여러 개 시키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Q.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운영자로서는 특별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들의 요구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어요. 또 교사들이 많은 숫자의 아이를 오랜 시간 보육한다는 점이 그 원인이라고 봅니다. 교사들이 피로도가 높은 상태에서 긴 시간 혼자서 많은 아이를 돌보는 것은 과중한 부담이죠. 그래서 특별활동을 안 하는 기관을 교사들이 꺼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 (하편) “어린이집부터 입시교육 시작… 아이들 ‘번아웃’ 될 수밖에”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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