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날 짓' 한 아이에게 화 안 내면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혼날 짓' 한 아이에게 화 안 내면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20.02.21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빠의 질문공부] 지금 아이에게 화내고 있습니까? 가르치고 있습니까?

연구소에 어떤 부부가 상담을 왔습니다. 일곱 살 아들과 다섯 살 딸을 데리고 온 젊은 부모였습니다. 넓지 않은 연구소에서 아이들은 뛰어다니거나 무엇인가를 만지며 활발하게 움직였습니다.

사실 연구소까지 오는 부모들은 육아에 관심이 많고, 아이를 친절하게 잘 키우는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무언가 문제를 느꼈다면 아이들을 잘 관찰하고 있다는 것이고, 나름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면 더 잘 키우고 싶어서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부모들을 만나면 어떻게 더 잘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아이들을 잘못 키우려고 마음먹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잘 키우고 싶다는 자기 욕심과 주변의 부추김, 그리고 잘못된 정보의 난립 때문에 옳은 길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때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잘해보려는 부모들에게는 간단한 개념만 세워주면 금방 행동이 수정되고, 부모와 아이들에게 이롭고 옳은 방향으로 길을 터 나갈 수 있습니다. 겪을 것은 겪지만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더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겠지요.

◇ 천방지축 아이 태도에 어른이 먼저 '약 오르면' 훈육이 안 됩니다 

통제가 안 되는 아이들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아직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을 못 배워서 그렇습니다. 이제 배워야지요. 어른이 잘 알려주면 됩니다. ⓒ베이비뉴스
통제가 안 되는 아이들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아직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을 못 배워서 그렇습니다. 이제 배워야지요. 어른이 잘 알려주면 됩니다. ⓒ베이비뉴스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이 아이들은 연구소의 물건을 스스럼없이 만지고 두드렸습니다. 엄마 아빠는 당연히 안절부절못하며 아이들을 타이르고 달랬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을 비롯해 연구소를 찾은 부모들에게 이런 규칙을 알립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말리지 말고 그대로 두세요. 연구소에서는 제가 통제합니다.”

부모는 제 말에 따라 가만히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뿐이었죠. 저는 아이들에게 하나씩 규칙을 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하고 싶으면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할 수 있어. 먼저 나한테 물어봐 줄래?”

처음에 다섯 살 여자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집에서 어떤 행동을 하든 부모의 허용이 따른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엄마 말은 아이들에게 더 들리지 않습니다. 장소가 바뀌었다고 늘 허용하던 엄마의 제지에 갑자기 아이가 “네, 엄마. 알겠습니다” 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다른 외부환경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통제가 안 되는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을 아직 배우지 않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해집니다. 이제 방법을 배우면 되는 거지요. 

그래서 가르치는 어른이 화가 나거나, 약이 올라서는 안 됩니다. 의연한 태도를 끝까지 보여주어야 아이들은 어른을 신뢰하게 되고, 그 후에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대화가 가능해야 아이들은 자기 행동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규칙을 정했지만 금방 아이들이 행동을 바꾸진 않죠.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계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저는 어떤 지적도 하지 않았고 일관된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야기를 했지요. 

예를 들면 화이트보드에 보드 마카로 낙서를 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마카를 바닥에 칠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사이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엄마와 아빠는 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어떤 일에도 개입하지 말라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뭘 하는 걸까?”

아이는 제가 혼을 낼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저의 부드러운 말에 잠시 의아해하다가 “칠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구나. 어떤 칠을 하는 거야?”

“그냥요.”

“그래, 그런데 이건 어디에 칠하고 그려야 할까?”

“칠판에요.”

“알고 있었구나! 바닥에 칠을 하면 닦아야 하는데, 선생님이 닦는 것이 좀 힘들어. 여기에는 칠을 하는 곳이 아니어서 그렇거든.”

“네.”

아이들이 행동을 멈추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어디에다 칠을 할 거야?”

“칠판에요!”

“좋아! 그럼 지금부터는 칠판에다가 그려줘.”

“네.”

아이들은 그 후로 바닥에 칠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부모들과 상담 중 아이들이 카드체크기 종이를 마구 빼기 시작했습니다. 좔좔 종이를 뽑는 소리가 한참 나길래 나가보니 재미있다는 듯 둘이 깔깔대며 신나게 뽑아내고 있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도 계속하는 아이들에게 저는 “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구나. 어떻게 이런 것을 다 찾아내었을까?”라고 말했습니다.

제게 지적받지 않자, 눈치를 보던 아이들의 눈빛이 부드럽게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선생님한테 많이 중요한 거야. 그래서 이건 건드리면 안 되는 건데. 미리 말을 안 해줘서 너희가 몰랐구나.”

“네.”

“그럼 이제 어떻게 할래?”

“이거 손 안 대고 밖에서 놀게요.” 

아이들의 눈빛이 부드러워지고, 말투가 공손해지는 것을 보고 부모들은 매우 놀라워했습니다.

◇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말'의 마법, 함께 해보시겠습니까?

말 안 듣는 아이에게 화만 내시겠습니까? 아니면 잘 가르쳐보시겠습니까? ⓒ베이비뉴스
말 안 듣는 아이에게 화만 내시겠습니까? 아니면 잘 가르쳐보시겠습니까? ⓒ베이비뉴스

그래서 부모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기에는 간단한 개념이 들어가 있습니다. 평소에 아이들이 집안에서 행동하는 것들에 대해 부모들은 너무나 허용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집 안에서는 아이들의 행동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밖에서도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고 있었던 겁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훈육하기로 한 이유는, 그들의 어린 시절과 연관이 있으므로 이 글에선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문제는 부모인 나만 괜찮다고 결정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연구소에서 아이들이 한 행동을 다른 곳에서 했더라면 아이들은 어떤 말을 들었을까요? 함께 온 아이의 부모는 더없이 선한 분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몰랐을 겁니다. 그래서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하거나, 참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반응했겠지요.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모가 괜찮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괜찮다고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해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아이에게 꼭 이야기해주어야 합니다. ‘안 돼!’라는 말은 아주 위험한 순간이나, 아이들이 함께 정한 규칙을 어겼을 때만 단호히 해야 합니다. 규칙을 만들고 지키지 않았던 아이들은 처음 온 장소에선 그 규칙을 지켜야 할 이유를 모릅니다. 그래서 야단을 맞으면 겁을 먹죠.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에 또 그런 행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고 상황을 설명하면 금방 알아듣습니다. 3살짜리 아이도 우리보다 현명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규칙은 왜 정해야 하고, 그것을 왜 따라야 하는지, 그런 행동은 왜 해선 안 되는지 이유를 말하지 않고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면 화부터 내거나 야단을 칩니다. 

말에는 ‘마법’이 숨어있습니다. 자, 이제 당신의 아이에게 화를 내겠습니까, 가르치겠습니까?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