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괴수로 변했다"… 무너진 '심리방역' 해답은?
"엄마들이 괴수로 변했다"… 무너진 '심리방역' 해답은?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3.11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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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방학이 길어지자, 엄마들이 괴수로 변했다. 그중에서 우리 엄마가 가장 사납다. 그래서 나는 아주 두렵고 무섭다. 그래서 나는 아주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최근 온라인 맘카페와 SNS에서 회자되고 있는 어느 초등학생의 일기 내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22일까지 휴원 또는 개학연기를 하면서,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부모와 아이들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마음대로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 이른바 '집콕'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현재 한국심리학회는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국민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심리상담을 진행 중이다. 심리상담이 필요한 국민은 070-5067-2619, 070-5067-2819 두 개의 번호를 이용하면 된다.

한국심리학회 소속인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역시 부모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에 힘쓰고 있다. 정 교수는 아동심리 전문가로, 부모교육과 아동심리에 대한 강연과 방송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베이비뉴스는 10일 정 교수와 전화 인터뷰로, 코로나19 장기화 국면 속에서 아이와 부모의 심리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모습.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코로나19 확산으로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이는 어떤 위기나 경험을 잘 극복해내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즉, 아이는 위기나 경험을 통해 감정조절도 배울 수 있고, 인내심 등 자기조절능력이 자랄 수 있습니다.

집 안에서 부모의 도움을 잘 받는다면 아이는 오히려 참고, 기다리고, 남을 배려하는 등 자기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아이에게는 모든 게 그렇겠지만, 재난과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왔을 때 심리적으로 변화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처음에 아이는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다가 이것들이 사라지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에게 ‘왜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 하면서 부모에게 반항하는데, 떼를 써도 안 되니까 나중에는 슬퍼하게 되죠. 아이는 엄마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니 좌절의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적응을 한다는 겁니다. 이 네 가지(공포-분노-슬픔-적응) 단계를 거치다 보면 아이는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Q.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못 가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이유를 아이에게 설명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아이의 심리를 고려해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아이에게는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건 절대 아이에게 공포를 조성하거나, 부정적으로 말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어’라는 식의 부정적인 얘기보다는 ‘손 잘 씻고, 마스크 잘 쓰면 우리를 보호할 수 있어’와 같이 긍정적으로 말해주는 게 좋아요.    

무엇보다 아이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게 필요한데요, ‘마스크를 잘 쓰면 좋은 거야’라고 말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또 다른 활동을 통해서 주위를 전환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동안 못 보여줬던 동영상을 보여줘도 괜찮고요. 그 대신 규칙을 정해서 보여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1시간만 보여줬는데, 지금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1시간씩 볼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 “공포 → 분노 → 슬픔 → 적응 거치며 성장하도록 도와야”

정윤경 교수는 감정코칭 3단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정윤경 교수는 감정코칭 3단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조차 무서워할 정도로 과도한 불안에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는, 또 그들의 부모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감정코칭 3단계를 그대로 적용하시면 돼요.(감정코칭이란 부모가 아이의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수용하고 이를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정서조절 코치 역할을 해 아이가 자신의 정서적 경험을 신뢰하고 자아존중감과 자기효능감을 키워주는 방법을 말한다. - 기자 주)

첫째로 아이가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한다면 절대로 그 표현을 막으면 안 돼요. 아이가 울 수도 있고, 짜증내고, 말을 반복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부모가 이 과정에서 아이를 야단치는 경우도 있어요. 야단치지 말고, 무서워하면 안아주는 방법이나, 다른 방법으로 아이의 에너지를 다 풀게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아이에게 정서적 위로를 해줘야 해요. 아이가 가지고 있는 막연한 공포가 비합리적이라는 걸 부모는 잘 설명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마음을 풀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같은 아파트이기는 하지만 우리랑 같이 있지 않았고,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해줘야 해요.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손을 잘 씻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설명해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지침을 알려주는 겁니다. 여기에 아이를 칭찬하고 지속적으로 안심시켜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해요. 부모 역시 두려울 수 있는데,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에게 이 불안감을 전가시키면 안 된다는 겁니다.”

Q. 몇 주째 아이들과 집에서만 보내면서 부모와 자녀 간 갈등으로 서로 마음을 상하는 일도 생깁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부모들을 위한 심리건강지침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확찐자’라는 우스갯소리를 아시나요? 국민들이 코로나19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다 집 안에서 운동도 안 하고 간식만 먹고 하니 몸은 계속 살이 찌고 퍼지게 되는 상황을 표현한 겁니다. 오히려 이럴 때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합니다.

특히 아이와 생활 계획표를 같이 만들면 좋아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데, 아이와 함께 큰 도화지에다가 계획표를 만드는 겁니다. 매일매일 계획표를 다시 그려도 괜찮습니다. 아이에게는 이런 시간들이 자기조절능력을 키우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운동해야 합니다. 개인적 견해로는,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은 곳으로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도 괜찮다고 봅니다. 집 근처에 있는 산에 올라가 봤는데, 엄마들이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왔더라고요.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 말고, 하루에 한 번쯤은 마스크 잘 쓰고 산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집에 있더라도 항상 아이와 붙어 있으면 안 돼요. 각자 따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Q. 직접 가정보육을 하지 못하고 어린이집에 긴급보육을 맡기거나, 조부모, 친지 등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하는 부모들도 큰 곤란에 처해 있습니다. 이들의 경우 재난 상황에도 직접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미안함과 죄책감을 크게 느끼기도 하는데요, 이런 부모들을 위해 조언을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죄책감이 느껴지는 건 당연해요. 죄책감 느껴지는 걸 걱정하지 말고 죄책감이 드는 부분은 스스로 조절해야 합니다. 대신에 나머지 시간에 잘하면 됩니다. 아이를 어린이집 긴급보육이나 다른 사람한테 맡겼으면, 신뢰를 가져야 합니다. 양육은 양보다 질입니다. 아이와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를 정성스럽게 대해줘야 합니다. 주말에도 시간이 있으니까 이때 하지 못했던 시간을 보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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