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맞고 편하게 낳았다고? '무통' 같은 소리 하네
주사 맞고 편하게 낳았다고? '무통' 같은 소리 하네
  • 칼럼니스트 윤정인
  • 승인 2020.03.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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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 생존기] 임신·출산을 말할 때 말하지 않는 것들

우리 땡그리가 태어났다. 글로 배운 출산의 과정과는 달랐다. 난산을 겪어가며 힘들게 아이를 낳았다. 진통은 왔는데 자궁경부가 열리지 않아 부득이하게 촉진제(분만을 유도하기 위한 약물)를 맞았다. 그런데도 진통은 오고 경부는 열리지 않았다. 심지어 양수가 새고. 더 이상한 건 내 링거도 샜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링거 바늘이 불량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유도분만에 실패하고 24시간의 진통 끝에 출산을 했다. 난 의료적 혜택을 받지 못한 셈이다. 나와 같은 분만 과정을 겪는 경우를, 우리는 ‘비정상 진통’, 일명 난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난산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니 내 증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경우, 진통이 있는데 경부가 열리는 속도가 늦는 증상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내려오다가 잠이 들었다. (협조성이 전혀 없는 땡그리) 그래서 아이가 사망할 수도 있어 유도분만을 하려 하였으나 실패했다.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라 내 담당 의사는 퇴근하지 않고 나와 함께 분만실 대기를 했다. 유사시 제왕절개를 하느냐 마느냐, 또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시점이 도래했고, 나의 마음이 자연분만에서 제왕절개로 넘어가기 직전! 망할, 배 속의 땡그리가 잠에서 깼다. 진통이 다시 시작됐다. 그렇게 결국 나는 아이를 출산했다.

난산을 겪고 난 뒤 내가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내가 겪어보니 ‘왜 아이를 낳다가 과거에 많은 산모가 죽었는지’가 이해되었다. 죽겠다 싶었다. 분만실에 들어가 밥을 못 먹으니 힘을 쓸 수 없었고, 계속된 진통으로 잠을 못 자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임신과 출산을 하는 사람은 난데, 왜 나에 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지?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임신과 출산을 하는 사람은 난데, 왜 나에 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지? ⓒ베이비뉴스

◇ ‘주사 맞고 아이 편하게 낳았네?’ 모르는 사람의 아주 기분 나쁜 포장!

무통주사를 맞으면 좋다기에 맞았다. 나는 주사제의 이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통주사를 맞으면 통증이 없어진다는 소리는 거짓말이다. 아프다. 계속 아프다. 다만 아픔의 강도가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오는 진통이 ‘누가 내 허리 위에 장갑차를 지나가게 하는 정도’라면, 주사를 맞으면 허리 위에 장갑차 말고 ‘경차’가 지나가는 아픔이 된다. 무통주사는 꼭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잠을 잘 수 있다.

무통주사로 알려진 이 시술의 정확한 이름은 ‘경막외마취’이다. 통증이 있을 때마다 소량씩 진통제가 투여되는 방식이다. 

이걸 맞는다고 해서 아무런 통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편의를 위해 말하는 무통주사는 꼭 저걸 맞는 순간 모든 통증이 사라지는 것처럼 둔갑하게 된다. 그리고 그 주사를 맞고 아이를 낳는 이들이 편하게 아이를 낳는 것처럼 포장해버린다. 아주 기분 나쁜 포장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저 장치를 달고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저걸 맞아서 난산이 된 것이 아니냐며 엄마에게 혼났다. 엄청 억울했다. 아니 진통만 24시간을 하면서 내가 주사 맞는 게 그렇게 혼날 일인가 싶어 참으로 서러웠다. 장치를 해서 1~2시간 분만이 지연된다고 해봤자 4시간. 그래 봤자 12~20시간 진통했겠지.

그리고 이미 처음 병원 와서 진통 정도와 자궁경부 확인한 결과 이미 난산이었다. 그렇기에 주사를 두 대를 맞아가며 버틴 것이고, 그 덕에 잠을 잤고, 그리고 아이를 낳을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내가 ‘주사를 두 번이나 맞았기 때문에 난산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나처럼 주사를 맞으며 아이를 낳고, 혹은 진통이 무서워서 제왕절개를 하는 것을 ‘엄살을 피운다’ 혹은 ‘모성이 부족하다’라고 말하는 어른들도 꽤 계신다.

나도 아이를 낳아보기 전엔 진통이 무서워서 제왕절개를 한다는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그때의 일을 생각해보면 당시의 내가 얼마나 건방졌는지... 고통이 얼마나 되는지 감히 상상도 못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이야기를 했던 것인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난산을 겪으며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출산을 하는 당사자인 산모가 됐을 때 의학적인 내용은 잘 모른 체, ‘괜찮다’는 이야기만 병원에서 들으며 출산에 임하게 된다는 것. 병원에서 듣지 못한 정보들은 어른들의 구전을 통해 혹은 맘카페에서 듣게 되지만, 사실 이게 맞는지 맞지 않는지 알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소문을 의사에게 물어보면, 의사들이 친절하게 대답을 해준다. 사실 그 진위여부를 알고 싶어지는 소문을 듣는 일은 드물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중에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고위험 임신’에 대한 정보였다. 내 경우 어머니가 우리를 출산하면서 임신성 당뇨, 임신성 고혈압으로 고생을 하셨다. 나도 그 두 가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왜 걸리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것저것 뒤적거리면서 고위험 임신에 대한 정보를 아이를 낳은 뒤에 알게 됐다.

고위험 임신은 임신 또는 기존의 질병으로 인하여 모체나 태아가 심각한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말하며 종류는 꽤나 많다. 원인은 모르지만, 아무튼 다양한 케이스에 한 가지가 걸린다면, 나처럼 그 유명한 ‘임신중독증’에 걸리게 되는 확률이 존재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임신육아종합포털에 안내된 고위험 임신 요인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임신육아종합포털에 안내된 고위험 임신 요인 ⓒ보건복지부

나는 그래도 나이가 어린 산모였으나, 키가 작고 오동통한 과체중이었고 자연유산 경험에다가 근종도 있었다. 즉, 여러 케이스에 얻어걸린 셈. 우연히 대한산부인과에서 공개한 사례들을 보고 난 뒤 깨달았다. 

어쩐지 내 담당 선생님이 나 이것저것 검사 많이 시키더라니.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병원에 온다고 기특해하더라니. 아니 그냥 고위험군이면 차라리 말을 해주지. 마음의 각오나 하게. 

◇ 임신 중에 알았다면, 내 행동은 달라졌을 거다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뭐 이미 난 출산을 했으니까 이제 와서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다만, 임신기간에 ‘내가 고위험 임신에 해당할 확률이 있으니 그래서 이러이러한 검사를 하고 있고, 앞으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무엇 무엇이다’라고 좀 더 명확한 제시를 해주었다면, 내 행동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편을 보아 알겠지만, 난 실험실 종사자라 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일이 많았다.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정도 이상으로 일을 했다. 직장에 다니기에 충분히 잠을 자는 것도 어려웠었다. 만약 내가 고위험 임신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어쩌면 오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능력 입증도 좋지만 내 목숨 귀한 건 알고 있었으니까. 야근하지 않았을 것이고, 집에 오면 충분히 잠을 자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부종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라도 받았을 것이다.

병원에서 제공해주는 산모들을 위한 교실이 있긴 하다. 대부분 태교교실이다. 마음을 다스리고 아이를 위해 바느질을 하거나, 뭘 만들거나, 그리거나 한다. 진통을 경감시키는 산모 마사지 등을 배운다.

그러나 임신이 어떤 위험을 갖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진 않는다. 살이 얼마나 많이 찌게 되는지, 살이 쪄서 위험해지는 부분은 무엇인지, 아이를 낳은 뒤 어떠한 형태로 몸이 회복해 가는지, 아이를 낳을 때 산모는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되는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아이를 출산하는 사람은 나인데, 아무도 나에게 필요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사항에 관한 정보만 제공한다. 임신함과 동시에 모유수유가 얼마나 좋은지 위대한지를 말한다. 자연분만을 해야 아이가 똑똑하단 소리를 해댄다. 자연분만을 하려다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위험은 말하지 않는다. 모유수유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 말은 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으면 젖이 그냥 도는 줄 안다.

출산과정도 그렇다. 아이를 배려한 조용한 환경, 어두운 불빛,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안아주고 젖을 물리는 캥거루 케어까지 아이를 위한 출산방법의 중요성을 말한다. 

정작 산모는 굴욕 3종 세트(관장, 제모, 내진)를 하고 누워있어야 한다. 어딜 가도 산모를 위한 출산환경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회음부 절개가 얼마나 기분이 오묘한지, 또 관장 후 밥을 못 먹어서 주린 배를 잡아야 한다는 것은 왜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건지, 진통 온 와중에 당하는 제모도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절개 후 봉합하고 얼마나 불편한 느낌이 있는지, 또 상처 아물면서 얼마나 아픈지, 회음부 절개가 왜 필요한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왜 산모의 선택이 될 수 없는지.

이러한 점이 싫어서 조산원에 가는 사람들이 정말 이상한 걸까? 아니면 내가 예민한 걸까? 임신의 주체는 산모인가 아이인가? 출산의 주체는 산모인가 아이인가? 둘 다가 해당되는 의료행위라면 둘 다를 고려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일이 과연 산과만의 문제일까?

*칼럼니스트 윤정인은 대학원생엄마, 취준생엄마, 백수엄마, 직장맘 등을 전전하며 엄마 과학자로 살기 위해 "정치하는엄마들"이 되었고, ESC(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에서 젠더다양성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어 프로불만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은 회사 다니는 유기화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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