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막달에 가진통이 있으면 진진통이 언제 오는지 기다리고, 가진통이 없으면 무증상이라고 불안해 한다. 하지만 가진통이 있다고 빨리 낳는 것도 아니고, 가진통이 없다고 해서 난산이 되는 것 역시 아니다.
가진통을 오래 겪는 산모도 있고 무증상이었다가 가진통 시작이 진진통으로 죽 이어져 출산하는 경우도 있다. 초산에는 가진통을 겪지 않았던 산모도 둘째를 임신해서는 가진통을 느낄 수도 있고, 가진통을 진진통보다 더 아프게 느끼는 산모도 있다. 산모마다 아기마다 출산 진행이 다르듯 가진통 역시 모두 다르다.
가진통이 시작되기 전 생리통과 같은 '싸르르' 한 느낌이 온다. '싸르르' 하다가 아무런 진전 없이 멈추기도 하지만, 배와 허리가 같이 아픈 가진통으로 이어지면 이슬이 계속 나오면서 경부는 서서히 얇아지고 부드러워지는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어떤 산모들은 특별한 증상 없이도 경부가 부드러워지거나 1cm 정도 열리기도 한다.
◇ 가진통은 몸이 출산을 연습하는 과정
가진통은 가짜 진통이라는 말이 아니라 연습 진통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진통이 오는듯 지속되다가 끊기기도 하고, 갑자기 센 진통이 시작됐다가 금세 사라지기도 한다. 가진통이란 이름은 이렇듯 예측하기 힘들고 진통의 패턴이 일정하지 않아서 붙은 것 아닌가 싶다.
가진통에 비해 규칙적이고 진통의 지속시간도 길고 강도가 센 진진통이 시작되기 전에 몸은 가진통을 느끼면서 충분히 연습하고 적응하는 시간을 가질수 있다.
산모들의 출산을 돕다보면 가진통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다. 가진통이 며칠씩 있는 경우, 약 5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지속되다가 사라지는 경우, 가진통임에도 간격은 짧고 강하게 오는 경우가 있다.
가진통이 밤마다 있다가 아침만 되면 사라지는 경우는 '간헐적 진통'이라고 부른다. 이런 가진통을 겪는 산모들은 오늘도 아침이 되니 진통이 사라졌다며 언제쯤 진진통이 오는지 답답해 하고, 이렇게 오래 가진통이 지속되도 괜찮은지 걱정하기도 한다. 밤에 잠을 못잘 만큼 진통이 오기도 하고, 어느 날은 출산할 것처럼 진통이 왔다가, 또 어떤 날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잠잠하기도 하다.
가진통이 이렇게 길게 온다고 해서 아기에게 특별히 위험할 일은 없다. 다만 산모의 컨디션이 안 좋아지거나 정서적으로 지칠 수가 있으니, 낮에 충분히 쉬면서 '몸이 출산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주면 좋다.
두 번째 유형은 짧고 굵은 가진통이다. 며칠 전 출산한 산모는 출산하기 3일 전부터 자다가 깰 정도의 가진통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두 번 정도의 가진통 이후 아무런 증상이 없어 다시 잠들 수 있었다. 또 다른 산모는 약 1시간 30분 동안 강한 진통을 느껴 병원에 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 이후 진통은 사라지고 지금까지 '싸르르' 한 느낌 외엔 아무런 증상이 없다.
마지막 세 번째 가진통 유형을 느끼는 산모들은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싸르르' 한 느낌에서 좀 더 강한 수축이 15분, 10분 간격으로 줄어들고 서서히 강해지는 가진통을 느끼는 게 아니라, 5분 간격에서 시작해서 2~3분 간격까지 줄어들지만 경부는 거의 열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산모는 출산할 때까지 진통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고 느낀다. 산모마다 느끼는 진통의 강도가 다르지만, 이런 진통을 초기에 느낀다면 아무래도 자연분만을 포기하게 된다.
◇ 전형적인 가진통은 어떻게 진행될까
모든 출산은 산모마다 다르지만 전형적인 가진통 증상과 단계는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에 오르는 길은 다양하지만 어느 정도 겹치는 길이 있는 것과 같다.
가진통 시작 전 설사를 하거나 화장실에 자주 변을 보러 가게 되고, '싸르르' 한 느낌이 어느 정도 느껴지면 이슬을 보게 된다. '싸르르' 한 느낌 대신 배가 조였다 풀어지는 자궁수축이 시작되고, 한 시간에 서너 번 진통이 온다. 진통 간격은 6~10분 간격을 오가는데, 6~10분 간격에서 5분 간격이 되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
이때 진통의 간격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진통의 강도는 세지고 지속시간 역시 길어진다. 가진통은 점점 진진통으로 변하면서 초기진통은 본격진통으로 넘어가게 된다. 진진통으로 넘어가면 가진통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며, 제법 규칙성을 띠기 때문에 산모가 모를 수가 없다.
가진통을 겪으면서 진진통이 얼마나 더 아플지 걱정된다는 산모들도 있다. 하지만 촉진제를 써서 인위적으로 자궁수축을 일으키는 유도분만과 달리 자연진통은 강도가 서서히 올라가고 진통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 나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호흡과 이완만 잘하면 어느정도 견딜 수 있다.
◇ 가진통이 진진통으로 넘어가는 5-1-1 법칙
가진통의 대표적인 특징은 불규칙적이라는 점이다. 초산의 경우, 5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기 시작하면 병원에 오라고 하지만, 간격보다 더 중요한 건 진통의 강도와 지속시간이다. 그런데 산모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부분이 바로 가진통 5분과 진진통 5분이다.
가진통 5분은 허리와 배가 같이 아프기 때문에 산모들은 허리가 아픈지 배가 아픈지 잘 몰라 진통체크를 계속한다. 이때 진통 어플을 켜면 병원으로 빨리 가라는 메세지가 뜨는데, 산모도 어플도 가진통이 아니라 진진통으로 여긴다. 이렇게 어플에 '낚여서' 병원에 간 산모들은 되돌아오기 일쑤다. 자궁경부는 전혀 열리지 않았거나, 이제 1cm 정도 열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진통인지 진진통인지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간격이 아니라 진통의 강도나 지속시간을 체크하는 것이다. 중요한 순서대로 꼽자면, 우선 진통의 강도, 그 다음이 지속시간, 마지막으로 간격 순이라고 봐야 한다.
진통이 5분 간격이라면 1분 동안 지속되는지, 또 그런 상태로 1시간 이상 유지되는지 본 후에 병원으로 출발해도 된다. 이것이 5-1-1 법칙이다. 단, 이 조언은 초산의 경우에만 해당하며, 급속분만이나 경산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이 역시 모든 산모가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필자가 출산을 도운 두 명의 산모는 모두 5분 간격의 가진통과 5분 간격의 진진통을 겪고 출산했지만, 그들은 진통 지속시간을 30~40초로만 체크했다. 진통의 강도 역시 두 산모 모두 낮게 측정했는데, 이럴 때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은 진통이 올 때 항문에 힘이 들어가는지, 혹은 진통이 올 때 숨을 머추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지 등이다. 만약 이 두 가지 상황이라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첫째를 급속으로 낳은 경우 둘째 출산도 급속으로 진행될 확률이 크지만, 어떤 산모는 매우 천천히 가진통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오랜 진통 끝에 첫째를 낳아 너무 고생했던 한 산모는 자궁경부가 4cm 열린 상태에서 진통이 완전히 멈춰서 다음 날 출산한 경우도 있다. 가진통은 진진통에 비해 간격이 꽤 길고 가변적인 것만은 확실하다.
◇ 가진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가진통이 있다고 좋은 것도 없고, 반대로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니 가진통이 있다면 '내 몸이 출산을 잘 준비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가진통이 없다면 '진통이 시작되면 곧 출산으로 이어지겠구나'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해보자. 가진통이 전체 출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0~70% 정도다. 특히 처음 출산을 겪는 초산의 경우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므로 가진통은 서서히 단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가진통이 시작되고 진진통으로 넘어가기 전 해야 할 일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진진통을 기다리며 어플로 진통 간격을 열심히 재는 것보다, 힘나는 음식을 먹고 몸을 움직이고 틈틈이 쉬면서 아기에게 태담도 해주고 곧 맞이할 출산을 상상해보면 어떨까? 원하는 출산을 상상할 때 몸은 우리의 생각대로 움직여줄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하연은 대한민국 출산문화와 인식을 바꾸고자 자연주의 출산뿐만 아니라 자연 분만을 원하는 산모들에게 출산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로지아’에 다양한 출산 관련 영상을 올리며 많은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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