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고 까다로우면 ‘성격 나쁜’ 아이인가요?
예민하고 까다로우면 ‘성격 나쁜’ 아이인가요?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20.04.20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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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아이에게 좋은 성격·나쁜 성격은 따로 없습니다

Q. 여섯 살, 다섯 살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성격이 정말로 다른데요. 성격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첫째는 실제로 예민하지 않고 친화력이 좋고, 둘째는 까다롭고 사람들에게 '까칠하게' 구는 것을 보아 성격이 좀 안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득 아이들의 성격을 이렇게 정의하는 게 옳은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또 부모의 특정 성격이 아이에게 유전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까칠하고 예민한 아이, 이 아이의 성격을 '나쁘다'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베이비뉴스
까칠하고 예민한 아이, 이 아이의 성격을 '나쁘다'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베이비뉴스

A. ‘성격’이란 무엇일까요? 우선 사전에서는 성격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 환경에 대하여 특정한 행동 형태를 나타내고,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킨 개인의 독특한 심리적 체계. 또, 각 개인이 가진 남과 다른 자기만의 행동 양식으로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영향에 의하여 형성된다.'

이렇듯 성격은 개인의 고유성으로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실제 대인관계에서는 상대의 성격에 대해 주관적인 평가를 하기 마련입니다. 관계가 힘들어지면 “걔 성격 이상해! 성격이 나빠!”라며 갈등의 이유를 성격으로 돌리곤 하죠.

하지만 사람의 성격을 나쁜 성격과 좋은 성격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개인마다 다른 고유성을 위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비슷하지만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듯이 성격이 비슷한 사람은 있지만,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다양성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성격에 관한 이론이 다양하고 학자들의 의견 또한 분분한 이유는 성격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격은 심리학에서도 꾸준히 연구하는 주제인데요. 특히 성격검사(Personality tests)와 성격유형(Personality types)은 자신과 타인의 개성 혹은 유사성을 확인하고, 소속을 원하는 현대인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 아이가 까다롭고 예민한 이유, '성격' 때문이 아닙니다

미국의 성격심리학자 골드버그(Goldberg)는 성격 요인에 다섯 가지가 있음을 밝혀내고, 그것을 ‘빅 파이브(Big five)’라고 명명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사람의 성격은 개방성, 성실성, 친화성, 신경성, 외향성 다섯 가지 요소로 분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선, 개방성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관심이 많으며 변화와 다양성을 즐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실성은 말 그대로 성실한 정도를 의미하고, 매사에 꼼꼼히 계획하며 신중히 책임을 다하는 것이며, 친화성은 이타적이고 타인을 신뢰하고 편안하며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합니다. 신경성은 정서적 안정도로 예민함과 섬세함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외향성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원하며, 타인의 관심을 끌려는 것으로 에너지의 흐름이 외부 혹은 내부 중 어느 쪽으로 향하는지 그 방향에 따라 결정됩니다.

한편, 성격의 유전 여부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격 유전의 가능성은 많은 학자들이 지속해서 관심을 두는 주제입니다. 현재까지는 유전이 된다는 가설과 그에 반하는 주장이 있지만, 성격은 타고난 기질과 다르게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변화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멘델이 발견한 유전의 법칙은 유전학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멘델이 유전의 법칙을 발표한 150여 년 전은 유전을 연구할 기술이 부족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특별한 기술이 아닌 지속적이고 세밀한 관찰이 멘델의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즉, 사물과 타인에 대한 이해의 시작은 관찰입니다. 관찰은 대상에 관한 관심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안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열려있을 때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까다롭고 예민하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사물과 자연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고려하여 반응하다 보니 예민해지는 것이죠. 타인과 외부환경에 대해 둔감하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게 됩니다. 즉, 예민하다는 것은 관계 욕구에 대한 섬세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질문자님의 둘째 아이가 친구와 놀 때 까다롭게 반응한다면 친구와 잘 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보이는 행동으로 상대의 감정을 더 세심하게 느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까다롭고 예민해 보여서 부정적으로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러니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작용과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습니다.

◇ 좋은 성격·나쁜 성격 구분은 부적절… '양육환경'과 아이 '변화'에 주목하세요 

기질과 성격은 다릅니다. 기질은 타고나는 것이고, 성격은 기질을 토대로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아이의 성격을 살펴보는 바람직한 태도는 먼저, 아이에게 제공되는 양육환경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를 어릴 때부터 ‘이 아이는 예민한 아이’라고 인식하고 양육하면 아이는 성장하면서 부모의 반응과 태도로 인해 ‘나는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라고, 자신을 부모의 시선으로 비추어 보게 됩니다. 즉, 다소 예민한 기질로 태어난 아이가 환경에 의해 까다로운 아이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민한 아이라 하더라도, 부모의 태도가 긍정적이고 안정적이라면 이 아이에게는 민감도가 강점이 되는 성격이 형성될 것입니다. 아이가 까다롭고 예민하면 돌보는데 불편한 것이지 나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이라는 구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관점의 문제일 뿐입니다. 또, 성격은 유·아동기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지속해서 변화 가능한 유동성에 주목해야겠습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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