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동학대 사망사고 뒤 오간 ‘800만 원’의 진실은?
[단독] 아동학대 사망사고 뒤 오간 ‘800만 원’의 진실은?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5.20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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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 “의심 신고, 원장이 막아”… 원장 “금시초문, 공갈죄 고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해 11월 인천에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고. 이후 피해아동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은 800만 원을 주고받았다. 왜일까. ⓒ베이비뉴스
지난해 11월 인천에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고. 이후 피해아동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은 800만 원을 주고받았다. 왜일까. ⓒ베이비뉴스

지난해 11월 14일 인천에서 20대 미혼모가 세 살 아이를 옷걸이용 행거봉과 손발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에 알려진 이유는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꼭꼭 씹어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와 그 지인은 아이가 목욕탕에서 씻다가 넘어져 사망했다고 사전에 말을 맞췄으나, 참고인으로 조사받던 동거남과 또 다른 지인이 경찰 수사관의 추궁에 사실관계 모두를 실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아이)의 갈비뼈가 골절됐고 전신에 멍 자국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숨지기 약 두 달 전,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의 보육교사가 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 신고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이 신고를 막았다는 것이다.

보육교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망 아동은 인천에 있는 24시간 어린이집인 A어린이집을 다니다 사망 한 달 전쯤인 10월 말 퇴소했다. A어린이집에서 근무한 보육교사 B 씨는 그해 9월 5일 즈음, 사망한 아동의 얼굴과 몸에서 학대로 의심되는 상처가 발견돼 원장 C 씨에게 알렸으나 C 씨가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 보육교사 “아이를 살릴 기회가 적어도 한 번은 있었는데…”

어떻게 된 상황일까. 보육교사 B 씨는 지난 12일 베이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학대 의심 정황을 인지한 날) 오전 당직교사가 아이의 멍든 이마에 약을 발라주면서 ‘누가 그랬냐’고 묻자, 아이가 ‘엄마가 때렸다’고 답하는 것을 같은 자리에서 보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직교사와 함께 원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자, 원장은 '그 아이는 정부에서 보육료 전액 지원받는 아이인데 엄마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가 어린이집을 그만두면 선생님이 책임질 것이냐, 책임질 것 아니면 가만히 있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아이를 살릴 기회가 적어도 한 번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이 사망 보도를 본 뒤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말한 B 씨는 이명, 공황장애, 우울증 등을 겪었다. B 씨 “그 아이의 목소리가 자꾸 들려서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출근하면 그 아이의 신발장에 이름도 그대로 모든 게 그대로 변함이 없는데…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병원에 가서 상담받고 지금까지도 약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털어놨다.

B 씨의 주장은 사실일까. 원장 C 씨의 입장을 들어봤다. 지난 13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C 씨는 ‘B 씨가 허위제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학대 정황 보고를 묵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C 씨는 “24시간 어린이집은 교사가 삼교대로 돌아가면서 운영되기 때문에 한 아이를 세 명의 교사가 본다”면서 “그 아이가 3월부터 10월까지 다녔는데 아이 몸에 상처나 멍이 있었다면 교사가 세 명이나 있는데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C 씨는 교사 B 씨와 사망 아동은 연관이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B 씨는 그 아이의 담임교사도 아니었고, 그 아이와 한 번도 부딪히지도 않아 관련 없는 선생님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펄펄 뛰니 진짜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조금이라도 학대가 있었다면 저희가 신고 의무자니까 신고해야 되지 않나. B 교사도 신고 의무자다. 자기가 봤으면 먼저 신고를 했어야지, 여태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문제 삼는 이유는 뭔가”라고 반문했다.

C 씨는 기자와 통화 도중 A어린이집에 일하는 다른 교사를 직접 연결해줬다. 시간연장반 교사로 2년째 근무 중인 해당 교사는 기자에게 “수요일마다 목욕을 시켰는데 (사망 아동에게) 멍이나 학대 흔적을 본 적 없었기 때문에 보고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18일자 연합뉴스 보도 갈무리 ⓒ연합뉴스
2019년 11월 18일자 연합뉴스 보도 갈무리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아이가 숨진 뒤, 언론은 아이가 다니던 A어린이집을 취재하려 했다. 하지만 B 씨의 주장에 따르면, 원장 C 씨는 기자들이 보육교사들을 만나지 못하게 어린이집 문을 걸어 잠그고, 보육교사들을 뒷문으로 퇴근하게 했다.

이에 대해 C 씨는 “이미 사망 한 달 전에 어린이집을 퇴소한 아이이고,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해명됐는데 기자들이 어린이집 밖에 와서 사진 찍고 하는데 어떤 원장이 교사들에게 기자들과 인터뷰 하라고 하겠느냐”면서 “모두 선생님들 보호 차원으로 단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원장 “800만 원 준 건 사실… 떳떳하지 않으면 고소할 수 있겠나”

풀어야 할 수수께끼는 또 있다. 아동학대 사망사고 4개월 뒤, 보육교사 B 씨는 원장 C 씨로부터 800만 원을 받은 것이다. 

보육교사 B 씨는 모두 여섯 가지 명목으로 원장 C 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그중에는 미지급 수당 등을 비롯해 '아이의 사망을 막지 못한 죄책감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 명목도 포함됐다. B 씨는 C 씨에게 1000만 원을 요구했고, 원장 C 씨는 3월 9일 300만 원, 3월 10일 500만 원 두 차례 B 씨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C 씨는 800만 원을 교사에게 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B 씨가 주장한 여섯 가지 명목에 대해서는 “11월 사망 아동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을 포함해 2년간 연구활동비, 교사 아이가 A어린이집을 다닐 때 다른 원아 폭행으로 인한 치료비, 체험학습 시 차량 정원 초과, 부실 급식 등을 이유로 B 씨가 언론, 구청,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서 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 씨는 “당시 국공립어린이집 전환을 신청하고 심사를 앞둔 상태였고, 처음 당하는 일이라 너무 떨리고 당황해서 800만 원을 줬다"며 "너무 억울해서 현재 경찰에 공갈·협박·갈취로 고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제가 떳떳하지 않으면 고소할 수 있겠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기자가 확보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B 씨와 C 씨는 지난 3월 8일 한 카페에서 만나 보상 금액과 합의서 작성 여부, 담임교사로 복귀 등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다음 날 입금해주기로 약속했다.

지난 2월 C 씨는 원래 담임교사로 일하던 B 씨에게 담임을 내려놓고 보조교사로 일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원장 C 씨는 “(B 씨가) 2년 동안 아무 말 없이 잘 다니다가 3월에 코로나 때문에 한 달만 보조교사로 일하고 4월부터 다시 담임교사 하라고 했더니 그것에 불만을 품고 허위제보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B 씨는 C 씨로부터 받은 800만 원 중, 사망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덜고자 200만 원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가정 내 학대로 목숨을 잃은 세 살 아이. B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학대 정황을 알고도 신고를 묵살한 것은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니다. B 씨가 아동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한 날 함께 일한 당직교사의 증언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 기자가 해당 교사에게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연결을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현재 보육교사 B 씨는 시청, 구청, 보건복지부에 학대 신고 묵살에 대한 민원을 넣었고,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보호를 요청한 상황이다. 원장 C 씨는 B 교사를 지난달 4일 해고하고, 6일 공갈죄로 고소했다. 또 추가로 B 씨를 무고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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