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원하는 것 다 해주는데, 엄마는 왜 자책만 할까
아이 원하는 것 다 해주는데, 엄마는 왜 자책만 할까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20.07.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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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한국 부모들이 유난히 ‘양육 효능감’이 낮은 이유

한 어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연구소에 왔습니다. 딸 둘과 아들 하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를 좋아해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죠. 어머니는 조금도 짜증을 내지 않고 차근차근 대화하면서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요청한 상담 내용은 뜻밖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엄마 껌딱지'라…. 점점 지칩니다. 제게서 아이들이 좀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이들에겐 전혀 내색을 비추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 아이들에게 다 맞춰주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어려서, 염려가 되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아이들을 잘 키우는 엄마인 것 같지 않아 걱정이에요”라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니, 내게도 이런 엄마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따뜻하고 친절한 어머니였습니다.

◇ 먹여주고 입혀주고… 모든 걸 다 해주는 부모는 좋은 부모일까 

"육아 스트레스가 없다"고 단번에 대답하는 프랑스 부모. 그 비결은 '육아 효능감'에 있다. EBS 다큐 '가족프라임-가족 쇼크' 방송 화면 갈무리. ⓒEBS
"육아 스트레스가 없다"고 단번에 대답하는 프랑스 부모. 그 비결은 '육아 효능감'에 있다. EBS 다큐 '가족프라임-가족 쇼크' 방송 화면 갈무리. ⓒEBS

그러다 문득, 지난 2014년 방영된 EBS '가족프라임-가족 쇼크'의 내용 중 프랑스 엄마와 한국 엄마의 자녀 양육 효능감을 비교한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상담 장면에선 아이의 일이라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한국 어머니의 사례가 나왔습니다. 여기에선 육아 효능감을 비교한 자료도 제시했습니다.

방송에선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아침에 아이를 억지로 깨워서, 우는 아이를 달래고, 먹기 싫다는 밥을 떠먹이고, 양말도 신겨주고, 옷도 입혀 준 뒤 어린이집에 보내는 한국 엄마의 모습. 그런데 이 엄마의 얼굴이 편해 보이질 않습니다. 오히려 한숨 일색입니다. 얼굴만 보면 ‘애는 쓰고 있는데, 잘하고 있나?’라는 자책 어린 질문이 가득해 보입니다.

한국 엄마들은 양면적인 감정과 기대 속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다 해줄게. 걱정하지 마. 아직 어리잖아. 나중에 잘하면 되지’라면서도 ‘내 품을 떠나면 어쩌지?’라는 걱정. 한편으론, ‘이쯤 했음. 이제 혼자 할 때도 됐는데…. 뭐가 잘못됐지?’라면서도 ‘어른이 되어서 잘 못 살면 어쩌지?’라는 걱정.

프랑스 엄마와 한국 엄마의 양육 효능감 비교 분석표.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EBS 다큐 '가족프라임-가족 쇼크' 방송 화면 갈무리. ⓒEBS
프랑스 엄마와 한국 엄마의 양육 효능감 비교 분석표.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EBS 다큐 '가족프라임-가족 쇼크' 방송 화면 갈무리. ⓒEBS

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중적으로 부모교육에 나섰습니다. 교육을 받은 어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머니들은 아이들과 집에서 행복하다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 일을 알아서 하고, 형제·자매끼리도 사이좋게 잘 논다고요. 학교에 안 가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대답을 한 분도 계시고, 물론, 가끔 ‘폭발’한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아이들과 집에서 행복하다고 대답하신 분의 집에는 한계와 자율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나 싸움에 엄마가 개입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집안일을 도와야 할 때 지시보다는 선택권을 줬습니다. 아이들이 징징대거나 우는 일도 있지만, 엄마는 감정적으로 크게 영향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이가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된다’는 원칙을 엄마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꼭 지켜야 할 일들, 이를테면 식사예절, 독서, 학교 과제 등 아이들이 하겠다고 정한 일들은 끝까지 해내도록 격려하면서 도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체크하는 일도 아이들이 하게 했답니다.

앞서 소개한 다큐멘터리 속 프랑스 엄마의 사례와 위의 사례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육아 효능감은 높고, 스트레스가 적죠.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몸은 힘들죠. 쉬울 리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성장하면서 성취감이 쌓이고 만족도도 높아지니 심리적으로도 안정됩니다. 엄마가 일일이 개입했던 때보다 아이들 얼굴이 활짝 피어납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엄마에겐 기쁨이죠. 저는 방금 말씀드린 이 가정의 사례로 프랑스 엄마뿐만 아니라, 한국 엄마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 어리다고 안쓰러워 말고 자기 일은 스스로 하게 둬야 '육아 효능감'↑

아이가 어려서, 아이가 예뻐서,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 그 뜻은 좋지만 이 마음이 되려 아이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베이비뉴스
아이가 어려서, 아이가 예뻐서,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 이 마음이 되려 아이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베이비뉴스

자, 그렇다면 육아 효능감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두 가지로 정리해 봅시다. 

우선, 아이 나이가 돌이 지났다면, 이제 아이가 평생 가져갈 습관은 아이가 직접 하도록 둡시다. 옷도 직접 입게 하고, 밥도 혼자서 먹게 해야 합니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직접 해내면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짜증 내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어려운 일도 당연히 주저하지 않고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인내도 길러집니다.

이른바 ‘교육 선진국’의 부모들은 이것만큼은 꼭 지킵니다. 그렇게 준비된 아이들은 다른 교육도 잘 받아들입니다. 부모가 심리적으로 독립해야 하는데, 아직 어려 혼자 하는 것 보면 안쓰럽다고 하는 마음이 아이에겐 결국 ‘독’이 되는 거죠.

둘째. 그래도 애가 너무 예뻐서 꼭 뭐든 다 해주고 싶다면, 아이에게 다 해주고 그냥 마냥 행복해하시면 됩니다. 뭐든 다 해주고선 혼자 지치고 짜증 내고 바둥거리면 주위에선 핀잔만 받을 뿐입니다. “왜 그렇게 사냐”라고요. 방법이 잘못됐다고 온갖 간섭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좋아서 했다면, 그냥 행복해하신다면 좋겠습니다.

엄마의 습관을 도저히 고칠 수 없겠거나, 아이들이 안쓰러워서 견딜 수 없어서, 그래서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독립을 할 수 없다면 그냥 그 자체로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단 이런 조건은 아이들에게 꼭 붙이세요. “집에선 엄마가 해 주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선 혼자 해야 하는 거야! 씩씩하게, 할 수 있지?”  

첫 번째 방법은 아이를 위한 방법입니다. 평생 아이의 자산이 되는 거죠. 두 번째 방법은 어머니 자신을 위한 방법입니다. 내 품에서 놓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만족감을 선택한 겁니다. 극단적이지만, 내가 지금 어떤 육아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지면 되는 거죠.

내가 선택한 육아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알면, 육아 효능감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겁니다. 우리는 어쩌면 잘하고 있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괜히 불행한 쪽을 선택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점검이 필요합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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