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들리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 칼럼니스트 이샛별
  • 승인 2020.09.01 1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사랑은 듣는 것 아닌 '느끼는 것'이니까요

나이 들수록 내 어린 시절은 빛바래져 가는 모양이다. 나도 이제 나 어릴 때가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아직 생생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소리’의 부재에도 감히 갈라놓을 수 없었던, 나와 부모님의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세상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말하는 방법을 배우느라고 아침마다 분주하게 충주에 있는 특수학교에 기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등교했다. 엄마의 시간이 흐르는 만큼, 내 시간도 흘러갔다.

금요일 오후, 엄마 손을 맞잡고 있는 내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내, 엄마 얼굴이 환해졌다. 멀찍이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향해 걸어오던 아빠의 우직한 어깨가 보였다. 엄마의 반가움이 내게도 전해져서 나는 엄마 손을 놓고 아빠에게 달려갔다.

“아-빠!”

아이가 아플 때,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 때 부부 사이에 금이 간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우리 엄마 아빠에게서 그런 ‘틈’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아이는 청각장애입니다”라는, 가혹한 문장 그대로 말하는 의사의 목소리에 엄마의 눈물과 아빠의 슬픔은 내가 나의 장애를 받아들이던 그 순간과도 같았겠지만, 두 분은 그저, 나를 사랑하는 일, 나를 받아들이는 일에만 집중해 주셨다. 그 덕분일까. 나는 고스란히 그 사랑을 받아들이며 컸다. 

아직도 내가 “아빠!”하고 부르며 아빠에게 달려갔을 때, 나의 미소를 반기며 환하게 웃던 아빠의 얼굴이 떠오르는 이유도, 그리고 나와 아빠를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던 엄마의 얼굴이 생각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두 분의 사랑 덕분에 나의 사랑은 아들 예준이를 향해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준이는 엄마 목소리를 알지만, 나는 예준이 목소리를 모른다. 우리 엄마 아빠도 내 목소리는 알지만, 나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는지라, 소리가 부재해도, 목소리가 없어도 우리의 사랑은 늘 한결같다. 예준이가 내 얼굴 마주 보며 이야기하려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내가 예준이의 얼굴을 마주보며 사랑을 말하려고 애쓸 때, 예준이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듯이 말이다. 오늘도 예준이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 사랑을 들려줘서 고마워. 너의 목소리로.”

아빠와 엄마와 함께 걷던 그때 그 금요일 오후. 내내 함께 비치던 햇살은 우리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했다. ⓒpixabay
아빠와 엄마와 함께 걷던 그때 그 금요일 오후. 내내 함께 비치던 햇살은 우리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했다. ⓒpixabay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8길 111 우명빌딩 2~4층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일 : 2010-08-20
  • 일반주간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10138
  • 등록일 : 2011-01-11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 (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Copyright © 2020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