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만큼 가성비 좋은 공부가 또 어딨겠습니까?
‘수다’만큼 가성비 좋은 공부가 또 어딨겠습니까?
  • 칼럼니스트 박현창
  • 승인 2020.09.10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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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생각에 달아] 202호 OO이 어머니에게

“집에서 뭘 어쩌나요?”

코로나 19 바이러스 탓에 꼬마를 유치원에 보낼 수 없었던 옆집 202호 젊은 엄마의 질문이었다. 이웃 사는 자가 명색이 선생에다 작가라고 하니 우문이라도 현답을 달라 기대가 자못 큰 눈치였다.

코로나 탓에 어딜 내보내지도 못하고, 애들 교육을 집에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옆집 아이 엄마의 질문에 며칠 끙끙 앓다 이런 답을 내놓습니다. ⓒ베이비뉴스
코로나 탓에 어딜 내보내지도 못하고, 애들 교육을 집에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옆집 아이 엄마의 질문에 며칠 끙끙 앓다 이런 답을 내놓습니다. ⓒ베이비뉴스

초등학교 공부는 90%가 국어라고 한다. 상급 학교로 갈수록 비중이 줄어들기는 해도 여전히 주요 교과로 자리매김한다. 심지어는 입시와 고시, 입사시험 공부에서도 그렇다. 안 빠진다. 눈길을 아래로 돌려 이 국어 공부 비중의 추이를 유아교육에 비춰보자. 유아교육에서 국어 공부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짐작하는 바가 맞다. 거의 전부다.

그런데 이리 중한 국어 공부인데 국어는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나 물으면 거의 ‘글쎄올시다’다. 유치원에서 학교, 학교에서 학원과 과외에서까지 죽을 둥 살 둥 하는 것이고, 어쩌면 어른이 되어 생업을 하면서, 살아가는 내내, 요구받고 매달리게 되는 공부인데 말이다. 배우고 익히는 것들이 잡다하게 많고 방대해 보이는 데다, 늘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말 공부 글공부라 따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던 까닭이다.

◇ 세상사를 두런두런 말과 글로 나누는 것이 공부입니다

국어 공부는 말과 글, 언어 공부이고 사고력을 키우고 늘이는 공부다. 궁극적으로는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이해력과 표현력으로서 사고력을 신장하기를 위한 것이다. 사고력이란 글자 그대로 ‘생각하는 힘’이고, 생각은 이해와 표현이니 사고력은 (문제해결력, 의사 결정력, 개념형성, 원리이해 등이 끼기도 하지만) 즉 이해력과 표현력이다. 

이해와 표현은 쉽게 말해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해 '그게 무엇이냐' 묻고, ‘무엇이다’ 답하는 것이다. 이 물음과 답 또한 거의 말과 글로 하기에 사고력은 언어 사용 기능과 같다. 그래서 심지어 ‘언어는 사고 그 자체’라고도 하는 것이다.

대학수학능력평가의 목표도 바로 이 사고력이 얼마나 되나 따짐이다. 고도의 이해와 표현 능력,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언어 사용 기능을 측정해 보려는 것이다. 그래서 수능의 국어(언젠가는 언어라고 이름했다)가 날로 까탈스럽고 머리 쥐어뜯게 만드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유아교육도 거의 국어교육이라고 했으니 그 또한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으로서 언어 사용 기능을 위한 것이겠구나! 저절로 짐작된다. 그러나 고도의 논리적이고 창의적 사고 운운하니 어찌하나, 할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날 법도 하다.  

그러나 겁먹을 까닭이 전혀 없다. 말글 공부가 기본이라고 했으니 거기에 충실하면 된다. 이해와 표현이란 세상에 대해 무엇이냐 묻고, 무엇이다 답하는 것이니 세상 무엇이든 그에 대해 그냥 그렇게 묻고 답하면 된다. 때때로 그 결과물을 그리고 쓰면 된다. 

마치 컴퓨터에서 작업한 그림이나 글을 프린팅하듯이 말이다. 한글 떼고 숫자 외고, 영어 동화책에 한자능력검정 보게 하고, 좋다는 교육 완구 사갖다 바치고 체험학습 자주 보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세상에 대해 무엇이냐 묻고, 무엇이다 답하는 것이니 그냥 세상 무엇이든 그에 대해 수다를 떨면 된다. 사실 이만큼 값싸고 고효율의 방법이 없고 딱히 다른 방법도 없다.

◇ 아이들이 찾아낸 정답에 옳다구나 맞장구쳐주면 금상첨화지요

세상 무엇이든 아이와 그에 대해 수다를 떨면 됩니다. 사실 이만큼 값싸고 고효율의 방법이 없고 딱히 다른 방법도 없답니다. ⓒ베이비뉴스
세상 무엇이든 아이와 그에 대해 수다를 떨면 됩니다. 사실 이만큼 값싸고 고효율의 방법이 없고 딱히 다른 방법도 없답니다. ⓒ베이비뉴스

나도 다 모르는데, 답해줄 수 없는 것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 없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기회를 자주 제공하고 기꺼이 그 길벗이 되어 동행하면 된다. 모르는 것은 함께 하는 질문으로 검색 사이트를 이용해도 되고, 도서관이나 만화책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 그곳에서 나만의 생각, 내가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 있으면 훌륭하다. 

실은 꼬마들이 그런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답을 더 잘 찾아낸다. 어른의 ‘생각 맞춤법’에 맞지 않는다고 같잖아하고 핀잔주지 말고, 존중하고 성의 있는 긍정의 추임새를 넣어 주면 충분하다. 서너 살이면 모국어가 거의 완성되는 시점이고, 유아 시절은 인간의 창의성이 가장 뛰어날 때이자 세상 궁금한 것이 가장 많은 시절이니 ‘척’ 하면 ‘착’이 되기 마련이다. 

그냥 마주치고 부닥치는 것에 ‘뭐야?’ 묻거든 ‘내가 아는 것은 이러저러한 것인데 너는 어때?’ 하고 질문으로 되돌려주면 그만이다. 아는 바가 없으면 ‘그것 참 희한하네, 어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 그게 뭘까?’ 되묻고 함께 머리 싸매고 알아보자고 하면 된다. 아주 기막히고 흥미진진한 방법이다. 세상 잘나고 똑똑하다는 유대인들의 하브루타라는 교육법이 다름 아닌 바로 이것이다.

202호 OO이 어머니, 명색이 선생에다 작가라고 며칠 낑낑 앓다가 내놓는 답이랍니다. 현문에 우답이 되면 어쩌나 싶습니다만 스마트폰 쥐여주시는 것보다 OO이와 수다를 떨어보세요.  

*칼럼니스트 박현창은 ‘놀이 아닌 학습이 없고, 학습 아닌 놀이가 없다’고 믿는 교수설계 전문가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재능교육 부설연구소 국어팀장, 중국선전 케이아이에스 국제학교 국어교사, 중국선전 에스디아이 교육자문위원을 지냈다. 현재는 하브루타창의인성연구소 이사로 있다. 「기적의 독서논술」 「초등 어휘 바탕 다지기」 「한자 어휘 바탕 다지기」 「퀴즈천자문」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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