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무상보육, 정말 무상보육 맞나요?
대한민국의 무상보육, 정말 무상보육 맞나요?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1.03.04 11: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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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부모부담금이 몇십만 원 부과되는 불편한 진실

코로나19로 인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2020년이 지나고, 2021년이 시작됐습니다. 인근의 어린이집 몇몇은 원아 모집이 되지 않아 문을 닫는다는 슬픈 소식도 간간히 들어옵니다. 우리원도 상담 시즌이 진작 끝났지만, 여전히 몇몇 반은 정원수를 훨씬 밑도는 인원수에도 코로나19가 끝나면 또 어떻게든 이어지겠지 하는 마음 하나로, 2021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입학 상담기간이 한참 지난 시기인데, 반가운 전화 한통이 걸려옵니다.

올해 여섯 살 난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어머니였습니다. 상담을 하기 위해 방문 일정을 정했고, 며칠 후 여섯 살 난 아이한명과 네 살 난 여자 아이 한 명, 그리고 아이의 할머니, 어머니 이렇게 4명이 어린이집을 찾아왔습니다. 말수가 적은 어머니 대신 할머니는 이것저것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으셨고, 저는 하나하나 답을 해드리고 있었습니다. 아이 둘은 성격이 정반대인지, 수줍음이 가득한 여섯 살 난 언니와 다르게 올해 네 살이 됐다는 여자아이는 어린이집 이곳저곳이 신기해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놀이합니다. 상담 내내 들려오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부모님들과 저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 줬습니다.

무상보육, 참 무상보육이 실현됐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부담금 따위의 말장난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베이비뉴스
무상보육, 참 무상보육이 실현됐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부담금 따위의 말장난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베이비뉴스

◇ 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는 이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평소 엄마가 키울 수 있으면 키우는 데까지 키우시다 보내라고 이야기해 왔기에, 굳이 네 살 난 아이를 보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아이가 어린이집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물어봤습니다. 

"작은 아이는 어린이집 같이 안보내시고요?"

어머니는 머뭇머뭇하다가 기저귀를 아직 떼지 못해서 기저귀를 떼면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기저귀를 떼는 것은 어린이집과 함께 하면 훨씬 더 떼기가 쉬웠던 경험이 많았기에, 정말 기저귀 때문이시라면 어린이집에 보내고 함께 떼는 것이 어머니가 좀 더 수월하게 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드렸습니다.  어머니가 말을 잇지 못하고 쭈뼛하자, 옆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말씀하십니다.

"원장님, 부모가 내야 하는 돈이 얼마라고요?"  

우리 원은 다른 원보다, 우리 시에서 결정해 보내주는 시의 수납한도액에 훨씬 못 미치는 부모부담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부모입장에서 크게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면 1년에 내야 할 행사비와 입학준비물 구입비는 얼마, 월마다 내야 하는 특별활동비와 특성화비는 얼마, 하나하나 알려드렸습니다.

할머니가 말을 잇습니다.

"우리는 애가 다섯 명이에요. 큰 애가 중학생인데 학원 보내야지. 학원 보내지 않으면 이 동네는 차가 없어서 부모가 데려다 줘야 하는데, 그게 쉽나요... 그래서 학원은 꼭 보내야 해요. 큰 아이 학원비 만해도 40만 원이에요. 둘째 셋째 초등학생들도 마찬가지에요. 사는 곳이 중심지가 아니다 보니, 학원이라도 보내지 않으면 아이들을 하나하나 어떻게 학교를 데려다 주나요? 그렇게 보내고 나면 넷째, 다섯째는 최대한 안쓸 수밖에 없어요. 아빠 혼자 외벌이로 감당이 안되는 게 사실이에요. 막내가 어린이집을 얼마나 다니고 싶어 하는지, 언니 어린이집 가방 메고 데려다 주려고 하면 차 앞에서 그렇게 울어요. 저도 간다고, 그런데 키울 수 있는 만큼 엄마가 키워야지. 별 수 있나요?" (우리 동네는 시골이다 보니 학원셔틀버스가 학교의 등원과 하원을 책임지는 곳이 많습니다.)

◇ 무상보육, 부모 부담 비용도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오늘 상담 온 아이들은 아이가 다섯 있는 집의 넷째와 다섯째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를 다섯 명이나 낳았는데, 실질적인 지원이 이렇게 없다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는 이런 비슷한 문제로 부모님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2012년 무상보육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리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이런 가정을 도울 방법을 원차원에서 계획하고 실행해왔습니다. 원장 마음대로 마음에 드는 가정에 몇 만원씩 할인해 주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을 것 같았고, 장기간을 놓고 봤을 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해 보였기 때문에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금액에 비하면 턱도 없이 부족하지만 2명이상 보내는 다자녀가정이나, 일부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에 대해서는 나름의 규정을 만들어 부모부담금의 약 20%정도의 금액을 인하해 받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문화부모님의 "다문화라고 다 가난한 것은 아니에요. 우리 집은 전액 다 부담해도 괜찮으니 지원에서 제외시켜주세요"라는 의견도 있었고, 실질적인 지원대상이나 서류상 지원에서 제외되는 가정을 포함시키는 등의 소소한 조정이 있기도 했습니다.

사실 2012년 이전에는 아이들의 명단이 시스템에 입력되면 '차상위계층'이나 '몇 퍼센트 저소득 계층'이라는 문구가 아이들 마다 입력돼 모니터에 보여지곤 했습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의 경우에는 보육료도 차등지원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무상보육으로 보편적 복지가 실현되면서 모니터에 보이던 '저소득층'의 문구는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어느 가정이 어려운지 사실상 원에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 돼버렸습니다. 원에서 정한 내규에 의한 지원은 자발적으로 가난을, 삶의 어려움을 증명하지 않으면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무상보육 이후 원에서의 혜택을 받는 가정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무상보육이 되면, 공립유치원처럼 부모가 부담하는 어떤 비용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부담금'이라는 이름으로 유아기부터 교육비를 지출해야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습니다. 아이를 세 명 보내는 부모는 한 달에 50만 원에 이르는 부담금이 넘는 것은 예삿일이었습니다. 결제를 하면서도 '이게 정말 무상보육인가?'라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한낱 어린이집에서 하고 있을 일인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만, 무상보육이 실현된 지 거의 10년이 다 돼감에도 이런 부모부담금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아 답답할 뿐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왜 그걸 어린이집에서 하고 있느냐고요. '국가가 해주지 않고, 당장 아이들은 다녀야 하는데, 그 가정은 힘드니까요.' 그 분은 내 대답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러시더군요. '이런 국가가 할 일을 대신 누군가가 해주고 있기 때문에 부모가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정의라고 하는 일들을 정의로운 누군가가, 혹은 작은 단체들이 대신 해 줄수록 국가는 그 책임으로부터 멀어진다. 결국 너희 같은 기관은 국가가 무상보육으로 가는 길을, 부모가 목소리를 내는 일을 방해할 뿐이다'라고요. 그 당시에는 화가 났었습니다. 칭찬은 못해줄 망정, 나름으로 부모들과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인가에 대한 고민도 했었고, 우리가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고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았던 그 과정을 부정하는 말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분의 그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지 않는 현실을 마주할수록 곱씹어 생각해보게 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과 같은 일이 생기면 생길수록 더 화가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 말뿐인 무상보육에 대한 책임은 고작 네 살짜리 아이, 세상이 궁금하고 친구가 그리운 이 아이가 오롯이 져야만 하는지 정말 화가 나는 일입니다. 원에서 별도의 지원도 말씀드렸으나, 턱없이 부족한 지원임을 알고 있기에 더 권할 수 없었습니다. 상담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네 살 아이는 집에 가지 않겠다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립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어르고 달래 겨우 안고 일어섰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인사해야지." 

아이는 새초롬해진 눈을 흘기다 질끈 감아버립니다. 삐죽해진 입은 금방이라도 다시 울음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아이의 아이다움이 마냥 예쁘면서도 웃을 수 없던 날이었습니다.

◇ 하루빨리 참 무상보육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요즘 아이들.

옛날 우리네 살던 그 시절처럼 동네에 우르르 몰려다니며 재잘대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어스름이 짙어진 밥 때나 돼서야 집집마다 아이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고 서둘러 놀이를 끝내고 집으로 달려가던 그 아이들의 신명나는 발자국 소리는 더 이상 없습니다. 옛날 같으면 부모가 특별히 기관에 보내지 않고 키워도 충분히, 사랑받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익히며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뛰어노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학교가 파하면 태권도 학원에서 뛰어 놀아야 하고, 골목어귀에서 삼삼오오 고무줄뛰기를 하며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아이,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면서 놀이하던 아이들은 더 이상 없습니다. 피아노 학원으로 미술학원으로 발걸음이 바쁜 아이들만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친구를 찾아주는 일도,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함께 찾아가야 가능해졌습니다. 씁쓸하지만 어른들이 만들어낸 풍경일 테지요.

이런 세상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고, 돈이 없으면 어린이집도, 학원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프기만 합니다.

무상보육, 참 무상보육이 실현됐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부담금 따위의 말장난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돈이 있든 없든 아이들의 권리를 앗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에게 안겨가는 아이의 서운함 가득한 눈망울이 아픈 날입니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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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u**** 2021-03-04 16:51:00
교육비 떄문에 감당이 되지않아 어린이집, 학원,등 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쓰럽고 응원한다 하루 빨리 무상보육이 실현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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