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5개년 계획' 사회서비스원 설립, 왜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섰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사회서비스원 설립, 왜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섰나?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8.31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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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민주노총, 돌봄체계 대전환을 위한 돌봄노동자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민주노총이 30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2층 회의실에서 '국가책임 돌봄체계 대전환을 위한 민주노총 돌봄노동자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민주 기자 ⓒ베이비뉴스
민주노총이 30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2층 회의실에서 '국가책임 돌봄체계 대전환을 위한 민주노총 돌봄노동자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민주 기자 ⓒ베이비뉴스

“돌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에 관한 국가적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시설 중 99%가 민간이고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아 불법·탈법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사회서비스 종사자가 400만 명이 넘는데, 임금, 안전, 복지 모두 전무하다. 이제는 돌봄의 질 향상을 위해 돌봄노동자의 목소리를 정부가 직접 들어야 한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30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12층 회의실에서 ‘민간 중심 사회서비스공급체계와 돌봄노동자의 피땀을 갈아넣어 지탱하는 돌봄 정책, 국가책임 돌봄체계 대전환을 위한 민주노총 돌봄노동자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외쳤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 노인, 장애인의 돌봄노동자의 현 실태를 알리고, 이를 개선하고자 돌봄노동자들의 ▲돌봄의 국가책임과 공공성 강화 ▲고용안정 정규직화 ▲처우개선 ▲안전할 권리 보장 ▲노조할 권리 보장를 요청하며, 정부가 직접 요구안에 대해 답하라고 촉구했다.

◇ 근무시간, 방역, 업무추가, 고용불안, 페이백 요구 등…아이돌봄노동자의 현실

백영숙 지부장은 "아이돌봄노동자들은 계약직으로 불안한 고용, 페이백을 강요당하며, 가중된 업무, 열악한 처우, 저임금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베이비뉴스
백영숙 지부장은 "아이돌봄노동자들은 계약직으로 불안한 고용, 페이백을 강요당하며, 가중된 업무, 열악한 처우, 저임금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베이비뉴스

“코로나19로 아이돌봄노동자들은 더 힘들어졌다. 아이들에게 매일 2회 이상 체온체크를 하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한다. 시기별로 내려오는 대응 지침을 숙지해야 하고, 날마다 놀잇감, 보육실의 방역, 소독까지 교사의 업무에 추가됐다. 이처럼 보육교사, 대체교사는 계약직으로 고용불안, 페이백을 강요당하며 가중된 업무, 열악한 처우, 저임금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민간이 아닌 국가책임, 돌봄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백영숙 지부장)

민주노총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아이돌봄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이 123만 원에서 88만 원으로 줄었다. 또 월 60시간 미만 근무를 하며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아이돌봄노동자가 57%로 급증했다. 이 결과 아이돌보미 중 39%는 5년 미만 근속자다.

백영숙 공연대노동조합 인천 아이돌봄 지부장은 “현재 근무시간도 문제다. 하지만 시급은 최저임금에 복리후생은 부실한 명절상여금이 전부다.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임금이 같고 고용형태 역시 1년단위 기간제 계약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방역물품이 필요한 시기인데 소속된 기관과 지역에 따라 지급도 천차만별이다. 올해 추경으로 편성된 마스크 지원금 3만 6000원을 아이돌보미들에게 지급하겠다고 한 이후, 센터들이 지원금을 받게 될 거라면서 기존 마스크 지급을 중단하고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아이돌보미들이 자비로 마스크를 구입하는 현실을 밝혔다.

이 밖에도 “보육교사는 30만 명 이상으로 약 85%가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에 근무를 하고 있다. 문제는 동일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국공립과 민간어린이집에 나뉘어서 근무하고 있고, 국공립에 비해 민간어린이시설은 최저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보육교사들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7.2%, 근로계약서대로 모두 이행되고 있다는 응답이 30.3%에 불과했으며, 휴게시간 이용을 위한 별도 공간이 ‘없다’는 응답은 69%, 시간외근무 수당을 제대로 받고 있다는 응답이 11%였다.

끝으로 백영숙 지부장은 “보육교사 30만 명 이상, 약 85%가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에 근무한다. 보육대체교사들은 1년마다 기간제 계약을 해 고용이 불안하다. 이것은 민간이 아닌 국가책임, 돌봄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라”고 외쳤다. 

◇ “국공립 시설 확대 가로막는 사회서비스원법 제11조를 개정하라”

“좋은 돌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그것은 돌봄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고, 시민들이 사회서비스원 직영 국공립 어린이집과 요양시설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원법 제11조를 수정해야 한다. 또한 좋은 공적 돌봄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편성해야 한다. 돌봄노동자들을 갈아넣어 굴러가는 ‘돌봄’을 멈추고, 국가가 책임지는 제대로 된 공적 돌봄으로 나아가야 한다.” (라정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기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확충’이라는 취지 하에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했다. 주요 내용은 사회서비스 공단(현재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시민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여당은 사회서비스원법 입법을 추진하고, 시범사업으로 2019년 서울, 경기, 대구, 경남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별로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동시에 보육시설, 치매전담 요양시설, 종합재가센터 등 공공의 사회서비스 직접 제공을 위한 신규 시설 확충 계획을 통해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에서 공공비중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목표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원법 제11조 제2항 제1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제1항(공개경쟁원칙)에도 불구하고 사회서비스원에 우선위탁 할 수 있는 경우를 ‘민간이 참여하기 어렵거나 공급이 부족한 분야에 신규로 설립하는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이는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직영 국공립시설을 늘리겠다는 사회서비스원법의 원래 취지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양질의 돌봄 원한다면 국공립 사회서비스 시설을 늘려야”

송정현 서비스연맹 전국사회서비스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의 전체 412명 직원 중 과반이 넘는 222명이 1년 단위 또는 2년 단위로 교체되거나 해고되는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맞춤돌봄 노인생활지원사, 긴급돌봄 요양보호사, 다함께 돌봄교사등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비정규직 고용이 광범위하다. 이 상황에선 돌봄의 질이 높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비정규직이라서 겪는 차별을 논하며 실질적 처우개선을 요청했다.

라정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제도개선에 대해서 발표했다.

라정미 지부장은 “사회서비스원이 직영하는 국공립 시설수는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수치에 한참 못 미치고, 사회서비스원의 직영 종합재가센터 설립과 종사자 처우개선에 필요한 예산은 지자체에 떠넘겨지고 있다”며 “전국 각지 사회서비스원별로 중앙정부가 편성한 예산이 5~9억 원 수준이다. 나머지는 지자체가 알아서 해야한다. 결국 돌봄노동자를 갈아넣고 착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서비스 시설 평가등급을 보면 어린이집, 노인요양시설 중에 A등급 받은 비중은 국공립 시설이 압도적으로 높다. 시민들이 국가가 책임지는 양질의 돌봄을 받고 싶어하고, 실제로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면 원래 취지대로 사회서비스원 직영 국공립 시설 늘려야 한다”며 “돌봄노동자 110만 명 중 90%가 여성이다. 10년 동안 우리나라 여성취업자가 178만 명 늘었는데, 그중에서 48만 명이 모두 돌봄노동자다. 그들이 받는 임금은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의 절반수준인데, 이게 어떻게 일자리창출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노총은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청와대 앞 릴레이 1인 시위와 언론홍보사업 강화, 9월 중순 돌봄노동자 현장 실태조사 등을 통해 돌봄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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