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들으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실 거야’. 부모가 12월에 자주 사용하는 거짓말 중 하나이다. 이처럼 동심의 상징인 산타 할아버지는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엄마 돈 없는 거 알지’, ‘아빠한테 전화 오면 아빠 지금 집에 없다고 그래’, ‘엄마가 물어보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 알았지’ 등과 같이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물론 부모의 거짓말이 모두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다. 때에 따라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자주하게 되면 아이는 거짓말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도 되는 요소로 인식하고 어른이 되었을 때 죄의식 없이 태연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아이를 두고 외출해야 할 때 거짓말을 한 후 몰래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아이의 울음을 감당하기 힘들어 ‘어디 안가. 걱정 마’, ‘오늘 회사 안 갈 거야. 괜찮아’ 라고 거짓말을 한 후 아이가 보지 않는 틈을 타 몰래 사라질 때가 있는데, 이는 아이의 분리불안을 더욱 키울 뿐이다. 부모 말을 의심치 않았던 아이는 부모에 대한 배신감을 가지게 되고, 부모에 대한 신뢰도 깨져 올바른 애착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기보다는 헤어지는 연습을 통해 아이가 울고 떼쓰는 것을 감당해야 한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헤어지고 다시 오는 것을 반복적하면서 서로 간의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무심코 아이와 약속을 할 때도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쓸 때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 안 돼. 나중에 사줄게’, ‘다음에 꼭 사자’라는 말로 회유할 때가 있다. ‘다음에’, ‘나중에’라는 모호한 말로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겠지만, 아이는 놀랍게도 이 말을 기억하고 장난감 가게를 지날 때마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게 될 것이다. 이때 ‘엄마가 언제 그런 약속 했어’라고 딴청을 부른다면 아이에게 혼란과 불신을 심어주게 되고 부모의 말을 믿지 못하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따라서 ‘다음 달 생일 선물로 사줄게’, ‘열 밤 자고 토요일에 사줄게’라고 하며 정확한 날짜 혹은 시간을 정하고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좋은 의도로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가령 아이가 뭘 할 때마다 무조건 ‘너무 잘 한다’, ‘아주 좋아’, ‘정말 대단해’, ‘최고야’라고 하면서 지나치게 칭찬할 때이다. 그러나 성과에 비해 과도한 칭찬을 하면 ‘약’이 될 때도 있지만 ‘독’이 될 때도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는 부모의 지나친 칭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다음 과제에 도전했지만, 자아존중감이 낮은 아이는 부모의 칭찬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해 도전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칭찬보다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칭찬하는 방법을 달리하면서 단점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격려해주는 것이 좋다. 예컨대,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 ‘꼼꼼하게 했는데’, ‘나아지는 모습이 보기 좋아’, ‘이걸 해내다니 보기 좋은데’와 같이 현재 아이의 상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준다.
부모는 자녀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모가 오히려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정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거짓말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배우면서 성장한다. 따라서 사소한 거짓말을 하는 순간, 거짓말이 주는 영향력을 인지하고 아이가 올바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