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2시간 돌봄하면 '세계 최고 영유아 교육' 가능한가?
[특별기고]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대표
유보통합 과정에서 영유아의 행복권과 발달권을 보장하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려면 우선 영유아에게 시간, 사람, 공간이 제대로 제공되어야 하며 모든 영유아 관련 정책은 영유아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 1일 12시간 기관 이용, 정말 어린이가 원하는 일일까?
교육부가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는 ‘희망하는 영유아 누구나 1일 12시간 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정책의 1차적인 수혜자가 되어야 하는 영유아가 1일 12시간 이용을 희망할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가정의 여건을 고려하여 영유아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필요 무상교육의 개념을 통해 영 유아가 기관에 머무는 시간이 적절하게 조정되어야 하며, 부모의 편리성만이 아닌 영유아의 연령과 발달을 고려한 이용 시간이 중요하다.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서는 운영시간과 이용시간의 개념이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운영시간은 기관의 개방 시간이며, 이용시간은 개별 영유아가 실제로 기관에서 머무는 시간을 의미한다. 운영시간은 충분해야 하지만, 이용시간은 영유아의 연령, 발달, 가정의 양육 여건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설정해야 한다.
희망하는 영유아는 누구나 1일 12시간까지 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모의 편리성만 고려한 것이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 부모들은 물론 자신의 편리함을 추구할 수 있지만 영유아가 행복하게 가장 잘 발달할 수 있는 시간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부모가 바라는 최종 목표일 것이다.
신경가소성이 가장 높은 시기인 영유아의 뇌 발달을 고려할 때, 개별적인 지원과 배려가 필수다. 그러나 핵가족화로 인한 양육환경의 변화로 인해 영유아가 기관에서 지내는 시작 연령이 이전보다 빨라지고 있으며, 시간도 길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이러한 모든 여건을 고려하여 연령과 발달 단계에 맞는 시간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어린이집의 기본 보육시간은 4시까지다. 그 이후는 영아는 맞벌이 등 가정의 필요를 입증해야 하며, 유아는 희망하는 경우 누구나 연장보육이 가능하다. 이러한 현행 기준도 영유아의 발달권과 행복권을 중시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이용시간이 길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인데 교육부가 제시한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서는 영유아가 더 오랜 시간 기관에 머무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영유아의 권리를 중시하는 뉴질랜드에서는 맞벌이 가정 등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닌 영유아는 1일 6시간 이상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고 있으며 스웨덴에서는 부모의 근무 시간 등 반드시 필요한 시간에 이용하도록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가정의 필요를 고려하면서도, 무엇보다 영유아의 발달권과 행복권을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영유아의 권리를 대립적으로 보기보다는 부모가 자신의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양육할 수 있는 권리를 부모에게도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유보통합은 과연 누구에게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 '시간의 양'보다 중요한 건 '시간의 질'
영유아가 기관에서 머무는 시간의 양뿐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지내느냐, 즉 시간의 질도 중요하다. 2019년부터 개정 영유아중심 놀이중심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으나, 최근 많은 어린이집이 점점 더 심화되는 원아모집 경쟁으로 인해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영유아중심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으므로,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는 허용 연령(현재 영유아보육법에서는 18개월 이상이면 특별활동 가능/ 특성화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은 없음)과 시간, 가짓 수 등에 대한 기준을 재설정하고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하여 원아모집 경쟁을 완화시켜야 한다. 진정한 영유아중심 놀이중심 교육이 정착될 수 있는 교육 여건이 마련됨으로써 영유아가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행복하게 생활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부모 동의를 다 받아서 외부 강사가 와서 진행하는 것들을 많이 늘려놓은 거죠. 그렇게 하면 학부모님들은 안도한대요. 우리 아이가 다양한 것들을 배우니까... 그런데 입에다가 밥을 머금고 아직 다 먹지도 않았는데 “빨리 먹어, 빨리 먹어”해서 가서 앉아 있는데... 아기가 밥도 아직 삼키지 못한 채로 체육 수업하는 데가..."
"1,2세 영아들이 벌써 11시 20분부터 밥을 먹어서 12시면 벌써 특기 작성을 하고 있어요. 12시 땡부터 하는 거예요. 그러면 거기는 아기들이 막 졸아요. 짜증이 나고 졸면 재워야 되는데 사진을 찍어야 하잖아요. 부모한테 보내는 아기들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교사가 자극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사진을 찍고..."
"학습적인 게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어린이집에서 할 수 있는 자유놀이 시간이 부족하고 바깥놀이를 요즘 거의 못 나가고 있는 그런 상황도 발생이 되고 있거든요. "(김영명, 2024, 보육지원학회 발표 내용 일부)
◇ 영유아에게 '실외놀이터'는 필수이자 의무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서 면적 기준을 3.3㎡로 상향 조정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실외놀이터 의무 설치와 관련하여 '일부 통합기관(가정형 어린이집이나 50인 미만 기관)'의 경우, 지역 여건 및 특수성을 고려해 교육감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준 완화 또는 대체놀이터 적용이 가능한데, 이는 영유아의 공간에 차별이 발생할 수 있어 우려가 된다. 또한 기우일 수는 있으나 2023년 말 보육통계에 따르면 현원이 50인 미만인 경우가 77.9%를 차지하고 있어 일부라고는 했으나 대다수의 어린이집이 완화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발달지연과 발달장애 영유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유아에게 실외놀이터는 필수다. 실외놀이 환경이 부재한 기관에 다니는 영유아는 장시간 실내에 머물며 전반적인 발달에 제약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실외놀이가 자유로운 환경을 가진 기관의 영유아와 비교했을 때 '명백한 차별'이다. 유보통합의 기회를 통해 모든 영유아가 실외놀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이는 영유아의 발달과 행복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기본이 마련되지 않은 질적 개선이나 세계 최고는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유보통합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영유아의 행복권과 발달권을 보장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인 시간, 사람(교사 대 아동 비율), 공간이 균형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용시간 조정, 영유아중심 놀이중심 교육과정 운영, 교사 대 아동 비율의 개선과 전국 동일 적용, 실외놀이 환경(실외놀이터)의 보장이 필수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을 마련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며 유보통합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도 재정문제다. 재정이 문제가 될수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영유아의 발달권과 행복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정책을 중심으로 영유아 교육의 토대가 바로 세워지는 것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경제의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현재 한국의 경제적 위상을 보았을 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유보통합은 그동안 복잡하게 얽혀 왔던 실타래를 깔끔하게 정리할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영유아에게 사람과 시간, 공간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것이 이제까지 부족한 대로 재정을 증가시켜왔고 현장에서 교사들이 땀과 눈물을 흘리며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여전히 믿고 맡길 데가 없다고 하는 첫 번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유보통합을 맞이하여 영유아교육의 기본부터 바로 세우는 정책이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 교육부의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수정한다고 하므로 이 과정에서 교사, 부모, 학부모,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의견을 제시하여 영유아가 차별 없는 환경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베이비뉴스는 유보통합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 고민하는 각계 관계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유보통합 추진 방향에 대해 기고를 원하는 분들은 이메일([email protected])로 기고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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